MAB38
MOD 4
......
지휘관님께서 날 부르고 있어...
그런데 왜 나는 대답하지 못하는 거지...?
왜 하고 싶은 말을 못 할까? 두려워서?
난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지?
네가 실패한 의뢰 건에 대해서, 어떤 징계를 내릴지 결과가 나왔다.
인형이라도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 후로, 내겐 더 많은 보안 업무가 맡겨졌어. 메모리를 정리할 시간도 점점 더 줄어들었고...
정비를 신청할 틈도 나지 않게 됐고...
모두가 매일 그날의 내 잘못을 꾸짖었어.
난 매일 쉬지 않고 사과했고.
매일... 쉬지 않고 일했어.
그럼에도 나는 용서받지 못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또다시 큰 실수를 저질렀어.
정말 못 봐주겠네, 어떻게 인간보다 일을 못 하냐?
죄, 죄송합니다...
또 죄송하다면 다지?
...됐어, 넌 더 이상 필요 없어.
——!!
절... 팔아 버리시게요?
그럼 어떡하라고?
네가 오고 나서부터 여태까지 벌어들인 수익은 네 원가의 3배밖에 안 돼.
일도 똑바로 못 하는데, 적당한 가격에 팔아서라도 네 마지막 가치를 발휘해야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이대로 난 회수되겠지...
반박할 수 없어. 누가 뭐래도, 난 고용주를 위해 일하는 톱니바퀴일 뿐이니까.
그렇게 문제를 일으킨 이상, 언제 교체되어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마지막 가치마저 발휘하지 못했다...
공장으로 가던 도중, 메모리 누수로 인해 다운되어 버렸고...
결국――
퉁.
AR70이 베레타 38형의 이마을 손날로 내리쳤다.
진정해 이 바보야.
지금 넌 지휘관님의 전술인형이야, 과거의 네가 아니라고.
아파——!
네, 바, 바보라고요...?
진지한 표정인 AR70을 보자, 베레타 38형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에선...
뭐야, 일하다 좀 실수한 거 가지고 여기로 보내졌다고?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니에요... 전 인형으로 실격이라고요...
적어도, 제 부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고작 그런 이유로 네 마인드맵을 파기할 셈이야?
그럼 어떡하면 되나요?
저... 너무 무서워요...!
또 실수하면 어떡할지 너무 무섭다고요!
퉁!
아파——!
바보야,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너 정말 실수하는 게 두려운 거 맞아?
아닌가요...?
그, 그럼 전 도대체...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죠...?
그거야 너 스스로 고민해 봐야지. 난 널 인도해 줄 여유 따위 없어.
난 그리폰이라는 곳으로 가려고 해.
너도 딱히 갈 데가 없어 보이는데, 정 고민되면 거기로 가보는 것도 좋을 거야.
...기억났어요.
고마워요, AR70 씨. 덕분에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이 기억났어요.
또 갑자기 다운되지 마. 지휘관님께 당당한 모습을 보여 드려.
베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난 정말로 실수하는 게 두려운 걸까?
그 답은... 진작에 깨달았어. 예전에 "AR70"이 내게 물었을 때...
왜 어려운 임무를 피했는지, 왜 임무를 거절하고 다운되어 버리는지...
내가... 또다시 "실패한 나"로 변하는 것이 두려워서였어.
그러니까——
그리고 사파이어처럼 푸른 두 눈을 번쩍 뜨고, 지휘관을 바라봤다.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실패한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거야.
지휘관님, 제가 여태까지 임무를 꺼렸던 사유를 설명해 드리고 싶어요.
지휘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보안 업무에 종사하던 인형이었어요.
하지만 자꾸 실수를 저질러서, 고용주를 실망시켰어요.
그리고 그리폰에 와서도... 매일같이 실수하지 않으려고만 고민했어요.
실패만 반복하던 과거의 저를 떠올리기가 싫었어요.
또다시 실패한 제가 되기 싫었어요.
그래서... 항상 정식 임무를 꺼리고, 실패하더라도 그다지 상관없는 후방 임무만을 받았어요.
아마... 그렇게라도 저 자신을 바꾸려고 한 거겠죠.
하지만 그래선 안 됐어요. 그래봤자 제자리걸음이었어요.
그러다...
베레타 38형은 곁의 AR70을 보았다.
그러다, 누군가가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 주었어요.
그러니... 저도 이제부터 제 전력을 다해, 지휘관님의 앞길을 열겠어요!
잠깐의 침묵 후...
그래, 잘 알았다.
그럼...!
해냈구나, 베레타!
AR70이 기쁜 마음에 베레타 38형을 와락 껴안았다.
헤헤... 드디어 저도 변화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네요.
AR70의 임무 참여는 허가하겠어. 하지만 베레타는... 아직 관찰 기간이 필요하겠구나.
...네?
왜요?
베레타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마음먹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임무를 위해서...
정말 준비가 됐는지, 조금 더 관찰할 필요가 있겠어.
베레타, 어쩌면 네게 있어선 또 실패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받아들일 수 있겠니?
......
네!
...며칠 후.
철혈과 교전 중인 최전방.
지휘관님도 참, 너무 엄격하시잖아. 설마 했는데 관찰 기간을 1개월이나 잡으시다니.
베레타한테는 행운밖에 못 빌어 주겠네. 난 이 작전으로 꼭 승진하고 말 거야!
오호라? 너 따위가 나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으냐?
철혈의 쓰레기가, 뭐 이리 빨리 왔어!
3분 후에 가르쳐 주지. 그때까지 네가 고철덩이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야.
타앙!
쳇...
먼저 왼 다리. 그다음은...
여기서 실패하고 마는 건가...
아뇨, 이런 데서 실패하면 안 되죠!
드디어 왔구나.
그런데, 어떻게 벌써 왔어? 지휘관님이 1개월이나 관찰한다고 하셨잖아.
여러분을 한시라도 빨리 돕고 싶어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신청했어요. 덕분에 관찰 기간도 필요 없어졌고요!
후후, 고철덩이가 하나 더 늘었구나. 애써 찾으러 갈 수고를 덜었어.
쯧, 인정하긴 싫지만...
철혈의 엘리트 인형의 성능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
지원군이 오지 않으면...
무슨 소리예요? 제가 바로 지원군이라고요.
일어나요 AR70, 함께 저 녀석을 해치워요.
...말은 꽤 멋지게 하네.
정말 자신 있어?
저는 벌써 변하기 위해 발을 내디뎠어요.
당신도 따라오셔야죠?
어쭈구리~?
그럼 리드 잘 해줘.
유언은 다 남겼나?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네놈들은 여기서 실패한다. 얌전히 고철덩이나 되어라.
우리가 실패한다고요? 그럼 어디 덤벼보시죠!
그리폰의 신형 장비의 힘을 보여 주겠어요!
또다시 실패한 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어...
실패해도,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어. 나보다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나도 앞만 보고 달려 나가겠어. 지금부터 나는 계속 변해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