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UZI
MOD 1
딸깍...
......
딸깍...
삐이이...
나머지 구역도 수색 끝났어. 회수할 만한 물건은 없는 것 같네.
그쪽은 뭐 찾아낸 거 있어?
......
우지?
듣고 있어...
나도 딱히 찾아낸 건 없어.
알았어.
네 쪽에서 이상한 거라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거기 수색만 끝내면 임무 종료야.
...금방 끝나.
S07-011118 구역... 클리어...
됐다! 여긴 이제 끝!
......
갈릴... 저기 있잖아...
하아... 오늘은 좀 일찍 끝날 거 같네...
저녁쯤엔 도착하려나? 어휴, 가면 바로 소파에 드러누워서 간식 먹으면서 뒹굴거려야지.
넌... 아무 불만도 없어...?
내일도 이런 아무 의미 없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그래. 내일도, 모레도, 다음 주도, 다음 달에도 계속하겠지.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불평하기보단 차라리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게 낫잖아?
넌 나랑은 다르게, 스스로 지원해서 예비 부대에 온 거면서...
여긴 네게브의 보디가드인 네가 있을 만한 곳도 아니잖아. 왜 온 거야?
"보디가드"라...
그 불같은 아가씨 곁에 참 오래도 있었는데, 가끔은 좀 쉬어야지 않겠어?
그리고 네게브를 도와줄 사람은 이제 나 말고도 많이 있는걸.
너나 나나, 그 신참 얼굴을 본 적도 없으면서...
그게 뭐 어때서? 우리보다도 더 오랫동안 네게브와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하니, 그 정도면 충분해.
하여간, 네게브가 그렇게 말을 신중하게 하는 건 처음 봤다니까.
그건 그렇네...
더 유능한 동료가 생겼으니, 무능한 녀석은 버려지는 것도 당연하겠지...
게다가 걔네들은 요즘 정규군이나 정체불명인 놈들이 상대라는데, 우리 같이 별 볼 일 없는 녀석들은 그냥 이런 데서 쓰레기나 주워야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정신건강에 안 좋아.
하지만 이게 현실이잖아? 너도 너 자신이 더는 네게브를 따라갈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고.
그리고 스스로 부대에서 나온 너보다, 강제로 예비 부대로 버려진 내가 더 쓸모없는 녀석인 거겠지.
뭘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해? 네게브도 널 꾸짖은 적은 없잖아.
마주 보고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걸.
나도 내가 전술인형으로서 얼마나 한심한지 잘 알아... 네게브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그동안 일을 몇 번이나 망쳤는지 똑똑히 기억해.
......
......
하하... 푸념이 너무 길어졌네...
미안해, 갈릴. 방금 그건 못 들은 것으로 해줘.
걱정 마.
네 수색이 끝나는 대로 얼른 돌아가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거야! 내가 비싼 걸 어렵사리 구했거든!
야, 너 자꾸 그런 것만 먹으면 또 살찐다?
맨날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한숨 푹푹 쉬는 녀석이 뭐라는 거야 대체.
그... 그건...
오늘은 일요일이잖아? 한 주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나에게 주는 포상이야!
그 변명은 그저께 벌써 썼어.
엥?! 그, 그러면...
아, 달력 보면 한 주는 일요일로 시작하잖아? 그러니까 그건 저번 주 일인 거야. 아무 문제 없어!
그래, 그러셔... 너 마음대로 해.
......
우지, 우지!
빨리 움직여!
우지! 내 말 안 들려?!
놈들이 왔어! 빨리 자료 파기해!
파기하고 있어! 하지만 아직 이 시스템이...
시간이 없어요.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해요.
하지만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잖——
......
우지, 그냥 놔둬.
타보르, 갈릴, 정말 중요한 자료가 있는 건 물리적 방법으로 가져가.
내가 퇴로를 확보할 테니까, 모두 지금 당장 철수해.
아직 자료가 남아있——
나올 때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리고, 후퇴하면서 최대한 적의 주의를 끌어.
자료가 놈들 손에 들어가게 될지는... 운에 맡겨야지.
2분만 더 기다려 줘! 거의 다 끝났단――
이 바보야! 두고 가라고!
......
......
생각해보니, 직접 꾸짖었구나...
......
"생각 따윈 바보나 하는 짓이야. 천재라면 직감만으로 충분해."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애초에 난 재능도 없는 바보인걸...
삐이이...
우지, 안에서 나올 때 연락 줘.
난 먼저 집결지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어.
통신 종료.
에휴... 생각해봤자 좋은 수도 없는데, 그만해야지. 갈릴은 고민 같은 거 없어서 좋겠다...
......
이딴 곳에 쓸 만한 게 있을 리도 없지. 그만 돌아――
툭.
철컥.
음...?
이건 또 뭐야...
......
툭.
우지는 발에 걸린 상자를 찼다.
삐삑.
초기화 진행 중...
불러오는 중...
우왓! 이게 뭐야!?
사용 가능한 운영체제 검색 중...
......
윽... 뭔가가... 마인드맵에 연결됐어...
이 상자 대체 뭐야...
인증 성공. 신규 사용자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전술인형 마이크로 우지.
......
경고. 동기화 가능 범위를 이탈하였습니다.
마인드맵 데이터 동기화를 마칠 수 있도록 다시 범위 내로 접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싫어!
너 누구야? 내가 누군지는 어떻게 알았어?!
2063형 차세대 다목적 스마트 전투 보조 시스템. IOP 시제품.
신규 마인드맵 등록자, [마이크로 우지]. 그리폰&크루거 안전계약사 소속.
잠깐잠깐,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잖아! 좀 알기 쉽게 말할 순 없어?
그러니까, 넌 대체 뭐야?
......
접근성 재설정 - 인터페이스 언어 수준을 [낮음]으로 변경.
뭐?
그러니까, 지금부터 바보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 주겠다고.
......
다시 대답할게. 안녕, 마이크로 우지. 나는 IOP가 시범 생산한 차세대 외장형 스마트 강화 모듈이야.
기본 설정된 이름은 [관리자].
거참 대단한 녀석이네. 근데 왜 이런 곳에서 굴러다니고 있어?
기록상으론... 출고 후 고객에게 배송되던 중 분실된 상태야. 원인은 불명이고.
고객이 누군데? 대충이라도 알고 있다면 가져다줄 수도 있을 거야.
정규군이야.
그렇구나. 안녕.
난 아무것도 못 봤어.
잘 있어. 너도 거기서 즐길 거리나 찾아봐.
......
네 신분을 등록했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넌 날 사용할 수 있어.
싫어. 너 위험해 보여.
지휘관도 처음 보는 사람이 주는 건 함부로 받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난 스마트 보조 시스템일 뿐이야. 할 줄 아는 건 전투 보조밖에 없어.
불쌍하네. 뭐, 우리 전술인형도 비슷한 처지지만.
그리고 내가 널 쓴다 해도, 지금 난 싸울 일 없는 상태거든? 그러니까 나 간다.
동기화하면서 네 마인드맵 기록을 봤어.
네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 너에겐 내가 필요해.
......
이 변태! 변태 시스템!
뭘 멋대로 여자애의 마인드맵을 훔쳐보는 거야!
너는 과거에 남겼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그리고 지금 자신의 한심한 신세도 바꾸고 싶어 하지.
하지만 어느 것도 이룰 수 없어. 능력이 부족하니까.
그래 나 바보다, 어쩔래?
내 고민을 정확하게 짚어 줘서 참 고마워. 이제 내 마인드맵에서 꺼져.
아직도 모르겠어? 나는 너와 만날 운명이었던 거야.
아까 갈릴이란 전술인형에게 한 푸념은 그저 해본 말이었어?
......
나는 IOP가 만든 장비야. 약한 유닛을 보조하기 위해 설계됐지. 인간은 물론... 인형도.
강해지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약함부터 인정해야 하잖아?
보조용 AI 주제에 말은 참 잘하네...
나와 함께라면, 넌 그 어떤 전장도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어.
네겐 굉장한 재능이 잠들어 있어. 내가 그 잠재력을 이끌어 내줄게.
그럼... 네게브한테 난 바보가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는 거야...?
네가 저지른 잘못을 만회한다면, 네게 불만을 품었던 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겠지.
누구도 널 쓸모없다 생각하지 않게 될 거야. 이런 무의미한 임무에서도 해방될 수 있어.
나와 함께라면, 너는 너 자신의 가치를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어.
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