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VAL
MOD 3
곰 가족은 침입자를 집에서 쫓아냈습니다.
하지만 집은 그 침입자가 남긴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아기곰은 망가진 소중한 물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피슝! 피슝!
오늘도 성적이 끝내주네.
역시 Val이야, 이동 표적인데도 명중률이 정말 높아.
평소에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을 유지할 수 없어... 그럼 중요한 순간에 모두의 발목을 잡고 말 거야.
그런 거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걱정 마. 우리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갈까?
둘이 먼저 가. 난 조금 더 연습하고 갈게.
......
피슝! 피슝!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격장의 인형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마지막에는 AS Val만이 남아 사격 연습에 열중했다.
많이 나아졌구나, 그래도 아직 개선할 여지가 있어.
앗, 지휘관님...
너와 단둘이서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 사이에 너도 많이 변했구나.
...좀 더 믿음직해지고 싶어서, 계속 노력했어요.
자신의 약점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잘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예를 들자면, 타인과의 대화가 껄끄럽다면 굳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건...
그런 점까지 알고 계셨나요?
카리나가 모든 인형들의 전투 기록을 분석해서 보고해 줬거든.
보고서 양이 엄청나서 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카리나가 빈틈없이 정리해준 덕분에 내가 직접 보지 않아도 문제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어.
너와 AK74U, 9A91이 헬리콥터로 철수하던 도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그렇군요...
전장에서 일어난 일이니 지휘관님께 숨길 수도 없겠죠.
넌 회사의 소중한 자산을 훌륭하게 지켜냈어. 작전에도 적극적으로 행동해 활약했으니, 너를 표창해야 마땅하지.
인간도 자신의 책임을 넘는 공헌을 하면 훈장을 수여하잖니?
하지만 인형은 훈장 같은 것보단 물질적인 포상이 더 좋겠지?
그런 일로 표창을 받을 바에는... 아예 없었던 일로 하고 싶어요...
만약 그때...
또 "곰돌이가 없었다면"이라 하려고?
아...
AS Val은 내 말을 듣곤 뜨끔하더니,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미안, 내가 말을 잘못 꺼냈구나.
아뇨, 괜찮아요. 타당한 말씀이에요.
항상 그렇게 말했던 건... 다 제가 미숙했던 탓이에요.
AS Val은 코트의 주머니에서 엉망으로 더러워진 솜뭉치를 꺼내 지휘관에게 보였다.
곰돌이는 제가 그리폰에 오기 전부터 곁에 있어 주었어요.
지금은 다른 친구들도 생겼지만...
74U와 9A91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소중한 동료들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거니?
진정한 친구가 생긴 후에도... 친구들에게 직접 할 수 없는 말들은 여전히 곰돌이에게만 했어요.
물론 그게 다 제가 친구를 직접 마주 볼 용기가 없어서 그런 식으로 회피했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이런 저를 바꾸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하지만... 그래도 곰돌이는 고치고 싶어요. 누가 뭐래도 제 첫 친구인걸요.
그런데 막상 고쳐 보려고 하니, 저는 바느질도 제대로 못한다는 걸 깨달아서... 전 정말 한심한 인형이에요...
......
지휘관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말해 보렴.
제 마인드맵을 수정해서, 곰돌이에 관한 부분을 전부 삭제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과거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짐이 되지 않는 전술인형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미숙한 부분을 지우고 싶어요.
난 마인드맵을 다룰 줄 모르지만...
네 기억을 수정한다면, 다른 인형들의 기억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 거야.
거기서 비롯되는 오류가 계속 쌓이다 보면, 네 마인드맵이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할 수도 있어.
그럼 74U처럼...
74U는 74U고, 너는 너야.
그럼 저는 평생 이렇게 나약한 마인드맵을 가진 채로 살아야 하나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휘관님, 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죠?
뭐든지 옳고 그름으로 구분할 수는 없단다. 선택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면,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면 돼.
그리고, "과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라는 생각은 그 자체로 비겁하게 도망가려는 행동일 뿐이야.
우리의 현재는 무수한 과거로 이루어진 거야. 과거를 버리는 것은 불가능해.
......
맞는 말씀이에요.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힘들고, 괴롭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해답을 찾아볼게요.
그러는 편이 곰돌이도 기뻐하겠죠?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원래는 식사 한 끼 사 주려고 온 건데, 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꼴이 되어 버렸네...
이대로 그냥 가는 건 매너가 아니겠지?
한 턱 내실 거라면, 74U랑 9A91을 데리고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자고 할 거예요.
그건 약속했으니까 걱정 말렴.
그건 그렇고, 한 가지 이상한 질문을 하고 싶은데...
곰돌이는 수컷이야, 암컷이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