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6
MOD 3
......
카페 바깥 복도.
애초에 인형의 능력에는 한계란 게 있다고.
괜히 무리하다 망가지는 것보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물러나는 게 훨씬 나아.
안일하게 있을 수는 없어...
이미 내 능력의 한계에 달했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내가 못 한다 해도 다른 사람이 할 테니까, 그냥 지휘관에게 맡기면 된다고.
어이가 없어... 어떻게 겨우 그딴 일로 주인님께 폐를 끼칠 수 있어!
......
하지만... 정말 주인님께서 해결해주실 수 있다면...
아니야, 주인님은 지금도 충분히 바쁜 몸이시니, 내가 수고를 더해서는 안 돼.
G36?
앗...! 아,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평소와는 꽤 다른 모습이구나.
제 모습이... 어떻다는 말씀입니까?
음... 너답지 않게 한눈을 팔고, 넋이 없는 것 같다고 할까?
너의 그런 모습은 흔치 않아서 나도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말이지.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니?
......
내가 못 한다 해도 다른 사람이 할 테니까, 그냥 지휘관에게 맡기면 된다고.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확실히, 혼자서 그렇게 오래 고민했는데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으니...)
G36? G36? 정신 좀 차려봐.
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래?
주위 파악에 메모리 할당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고민하는 상태를 "괜찮다"라고 할 수 있을까?
저는 그저 주인님께...
난 너의 지휘관이야, G36.
휘하 인형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것도 지휘관의 업무 중 하나지.
눈앞에 이렇게 고민이 있는 인형이 있는데, 설마 나더러 직무유기를 하란 뜻이니?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하, 그냥 농담이야.
그래도 날 믿는다면, 네 고민이 무엇인지 말해줬으면 해.
......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확실히, 오랫동안 고민하던 일이 있습니다만, 과연 주인님께 부탁드려도 좋을지...
얼마든지. 무슨 일이니?
무슨 일이든, 일단 앉아서 얘기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아, 스프링필드 씨. 밀크티의 재료를 가져왔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지금 밀크티를 끓일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G36과 함께 카페의 테이블에 앉았다.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며, 최근 그녀가 겪은 일을 들었다.
이상입니다. ...주인님께서 보시기엔 참 시시한 고민이죠?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이대로 멈추지 않고 모두를 더 많이 돕고 싶다...
그런 건 결코 시시한 고민이 아니야, G36. 오히려 네가 그런 생각을 해서 정말 기쁜걸?
...감사합니다.
하지만, 강해지고 싶다는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고, 그런 고민을 타인에게 푸념하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강해지는 건,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란다, G36.
강해진다는 건 너만의 일이 아니야. 모두의 힘을 빌려야 강해질 수 있어.
모두의 힘을...?
만약에, 어느 날 갑자기 PSG-1과 XM8이 사라진다면...
스프링필드도, G36C도 사라진다면...
너 혼자 아무리 강해진다 해도 의미 없지 않을까?
......
네가 언제나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다른 대부분의 동료들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하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네겐 없는 그들만의 우수한 점이 있어.
네 동료들은 네가 지켜야 하는 대상일 뿐이 아니라, 네가 보고 배울 점도 있는 모범이기도 해.
모두를 보고... 배우라...
너는 여기서 가장 예절을 중요시하는 인형이긴 하지.
하지만 그렇다 해서 뭐든지 너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남들에게 실례란다.
......
정론입니다...
계속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잘 생각해 보면... 모두 제 고민을 눈치채고 있었죠...
다들 널 돕고 싶어 해. 그러니 모두가 너에게 보답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지금의 제 마인드맵으로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속히 터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초기 생산 모델이어서, 제 마인드맵의 용량이 넉넉하지 않은 탓으로 보입니다.
나도 알아. 그래서 네가 그렇게 초조한 거겠지.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쓸만한 최신 기술이 하나 떠올랐어.
최신 기술...?
혹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말씀이신지요?
그래. 너도 그게 뭔지 들어봤겠지.
이전의 저였다면, 아직 제겐 필요하지 않다고 정중히 사양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네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어, G36.
저는...
주인님은... 제가 이 개조를 받기를 바라시나요?
바라지 않을 리가 없지... 휘하 인형이 더욱 강해지겠다는데, 어느 지휘관이 싫어하겠니?
알겠습니다.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내가 시켜서가 아니라, 네가 스스로 원해서 개조를 받길 바라.
주인님도 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감사합니다"밖에 할 말이 없잖습니까...
내 생각은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너 스스로 선택하는 거지.
어때, 개조를 받아보겠니?
G36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것 같으면서도 감탄하는 듯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묘한 표정이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도 그만큼 묘해서겠지.
지금이라면,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