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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 3
종합근무팀에서의 첫 근무일. 갈릴은 카페의 서빙을 돕게 되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아이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자아 갈릴 씨, 아이의 인사를 따라해보세요!
어, 응.
갈릴은 뻣뻣한 움직임으로 배꼽 인사를 하면서, 최대한 귀여운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어서 오셰여 쮸인님! 갈릴이 안내해드리곘슘미다!
더 자연스런 표정으로! 그리고 몸에 힘을 좀 빼세요!
아, 알았어, 다시 한번...
어서 오세요 주인님, 갈릴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완벽해요! 그럼 이번엔 손님 접대법을 가르쳐드릴게요.
마침 단골 손님이 오셨으니, 아이가 시범을――
아니야, 내가 할게! 뭐든지 실전이 중요하잖아?
날 지도해 준다고 아이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으니...
의욕이 넘치시네요!
잘 기억하세요, 주문을 받을 땐 손님이 무얼 원하시는지 똑바로 이해하고, 신속 정확하게 주문받은 것을 가져다드려야 해요.
갈릴 씨라면 분명 잘 할 수 있어요!
으, 응!
작전에 임할 때처럼, 갈릴은 침착하게 "목표"에게 접근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갈릴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안녕.
주, 주문 도와드릴까요?
아메리카노 한 잔, 메이플 시럽 250g 넣어서.
네에, 아메리카노 한 잔에... 네?!
메이플 시럽, 250g.
어... 아, 알겠습니다.
시럽 탄 커피가 아니라 커피향 시럽 수준 아닌가...?
예상밖의 주문을 받은 갈릴은 속으로 중얼대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갈릴이 주방에서 나왔을 때, 카페는 이미 피크 타임이었다.
다 만든 커피에 온정신을 집중하고, 갈릴은 우글거리는 손님의 파도를 헤치며 TAC-50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후우... 그래도 생각보단 순조롭네. 이렇게 계속 주문을 받고 처리하면 되는 거겠지?
아, 그거 내가 주문한 애견 크림이지?
빨리 줘, 나 얼른 훈련하러 가야 해!
으엑? 야... 아니 손님, 그거 손님 거 아니에요!
쟁반의 커피를 낚아채고 달려나가는 M500을 붙잡으려던 찰나, 다른 인형이 갈릴의 팔을 붙잡았다.
겨우 잡았다! 우리 카페는 어떻게 매일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지 몰라!
여기 케이크 좀 더 가져다줘!
죄, 죄송합니다! 지금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빨리~ 케이크 안 가져오면 나 식탁 먹어버릴 거야!
진짜 급한 일이에――
우걱우걱...
알았어요, 주문 받을게요!
그러니까 식탁 씹지 마요!
케잌흐 가여 얼 해하히 앙 나!
내 커피 언제 나와?
죄송합니다 손님, 주문하신 커피가――
갈릴이 허리 숙여 사과하는 동시에, 카페 문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달아아아아아아아!!!
꺄우우우우우우울!!!
으아아아앙!!
영업 시간이 끝난 뒤, 카페의 창고.
첫 근무치곤 엄청 잘했어요, 갈릴 씨.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훌쩍... 위로 고마워...
하지만 내가 실수해서 카페에 큰 폐를 끼친 건 사실이잖아...
괜찮다니까요, 오늘 같은 일은 평소에도 밥먹듯이 일어나는걸요.
말이라도 정말 고마워...
이만 가볼게, 내일 아침 일찍부터 다른 부서 일을 도와야 해서...
고생하셨어요, 갈릴 씨.
다시 함께 일할 날을 기대할게요!
한양조 88식의 배웅을 받으며, 갈릴은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창고를 나섰다.
다음 날, 지하철역.
갈릴은 종합근무팀의 군수창고 소속인 HK23과 함께 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임무는 보통 이런 식으로 수행해요.
그리고 오늘처럼 가끔씩 물자는 가벼운데 길이 멀어서 이송비가 많이 나올 것 같은 때면...
저희가 직접 물자를 수령해서 기지로 갖고 돌아가기도 해요.
아하, 비용을 절약하려고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거구나.
네...
발 디딜 틈이 없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물자를 한아름 안은 두 인형은 낑낑대며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갔다.
다 이해는 되는데...
이 수박은 웬 거야?
갈릴의 팔목에 걸린 묵직한 비닐 봉지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부스럭댔다.
이, 이건 특별 사례예요...
카리나 씨가 지휘관님을 위해 주문한 게 아닐까 싶어요...
오호...
아, 열차 왔다!
갈릴 씨, 빨리요 빨리!
HK23이 물자 상자를 잔뜩 들고도 날렵한 몸놀림으로 지하철에 올라탔다.
갈릴 씨, 빨리 타세요!
으, 응!
후우...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역시 갈릴 씨는 노련하시네요...
전 처음에 이런 임무에 나왔을 때 지하철을 몇 번이고 놓쳤는데...
하하, 다 그동안 전선에서 구르면서 단련된 덕분이지.
갈릴과 HK23은 만원인 지하철 안에 좁게나마 자리를 만들어, 들고 있던 상자들과 수박이 든 봉지를 내려놨다.
휴우...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지?
이제 이걸 타고... 잠깐 지도 좀 볼게요.
아, 그리고 손잡이 꽉 잡으세요.
응? 손잡이? 이 열차 엄청 낡았는데 빨라봤자 얼마나 빠르――
덜컹!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하철 열차의 급출발에 갈릴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우왓?! 아 뭐야, 무슨 열차 운전이 이리 사나워?
수박! 갈릴 씨, 수박이!
엉? 수박이 왜...?!!
당황하는 HK23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카리나의 마음이 담긴 커다란 수박이 열차칸을 저만치 가로질러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갈릴 씨, 같이 가요!
아니, 넌 물자 지켜! 수박은 내가 가져올구엑!
지하철 열차가 또 다시 갑자기 속력을 높여 발을 헛디딘 갈릴은 그대로 손잡이용 봉을 들이박고 말았고, 옆의 승객에게 핀잔까지 들었다.
아이... 뭐하는 거야 지금?
쓰으읍 하아아... 제승흠미다...!
갈릴 씨!
넌 거기 있으래도!
다른 걸 더 신경쓸 겨를도 없이, 갈릴은 도망가는 수박을 쫓아 다음 열차칸으로 뛰어들었다.
수박! 수바아아악!!
죄송해요, 좀 비켜 주세요!
와아, 수박이 참 크네!
어, 아, 아! 내 수바아악!!
둥그런 수박은 갈릴의 절규에도 힘차게 승객들 발밑 사이로 굴러갔다.
그리고 마치 줄행랑치는 수박을 응원하기라도 하는 듯, 수박에 놀란 승객들은 발을 들면서 의도치 않게 길을 터 주었다.
수박! 누가 수박 좀 세워 주세요!
우왓, 뭐야 이거... 아, 아가씨 수박이었어?
안 돼, 내 수박!
지하철은 어느새 다음 역에 도착해, 수많은 승객들이 오르내렸다.
그리고 수박은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사이에서 구르더니,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수박을 뒤쫓던 갈릴은 당황하며 걸음을 멈췄다.
어? 수박이 어디 갔지!?
저기요, 제 수박 못 보셨나요?!
그러니까, 이렇게 엄청 큰 수박인데요!
......
승객들은 갈릴의 눈길을 피하며 제 갈 길을 갔기에, 갈릴은 혼자서 수박을 찾아 여기저기를 뒤졌다.
잠시 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열차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차창 너머로 멀어져 가는 정거장 위에, 그 익숙한 비닐 봉지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쥐 죽은 듯 조용한 숙소는 오늘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갈릴은 침대에 누워, 컴컴한 허공을 응시했다.
때마침 통신기의 화면이 번쩍여, HK23의 메시지를 띄웠다.
"갈릴 씨, 오늘 임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수박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나머지 물자는 흠집도 없이 기지로 운송해서 이것만으로도 임무 대성공이에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ㅠ"
.......
잠시 고민한 끝에, 갈릴은 답장을 보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HK23!"
"속상하진 않은데, 카리나가 나 욕할까 봐 무섭넼ㅋㅋ"
"수박이 그리 안 비싼 거였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카리나 가슴이 아주 찢어졌을걸ㅋㅋㅋ"
하지만 갈릴은 무표정이었다.
갈릴은 답장을 보낸 후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지만, 통신기가 눈치없이 다시 울렸다.
한참의 갈등을 겪은 뒤, 갈릴은 마지못해 그 통신을 받았다.
뭐야, 받는데 뭐 이리 한참 걸려?
자고 있었거든?
뭐어? 벌써 자다니 전혀 노력파 갈릴답지 않은데?
오늘 임무 어땠어요, 갈릴? 힘들었나요?
으음... 견딜 만했어.
지금 임무 완수하고 복귀하는 중이야.
돌아가면 같이 식사나 하자, 갈릴.
벌써 끝났어?
응, 예상보다 좀 일찍 끝났지.
...잘됐네.
터널 들어가니까 이만 끊을게!
도착하면 봐! 안뇽~
통신 종료.
저쪽은 일이 잘 풀렸나 보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갈릴은 기지의 근무 일정표를 꺼냈다. 이미 가 본 부서엔 모두 굵게 X자가 그어져 있었다.
나도... 반드시 내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