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
MOD 1
......
밝은 방이다. 지휘관의 지휘실과는 스타일이 완전 달라.
지휘실은 언제나,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야.
하지만 여기는 따뜻해.
여기는...
7번 방문자, 이름은?
스테츠킨.
기관권총, 스테츠킨 APS입니다.
스테츠킨 APS, 지금부터 테스트를 시작하겠다. 준비됐나?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죠.
...그럼 시작하지.
너의 베이스라인을 암송해라.
고결한 자는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고결한 자는 고결한 자태로 비겁한 자의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너의 비겁한 행위엔 현재 업무 내용을 포함하나? 비겁하다.
비겁하다.
자신의 행동이 비겁하다 질책받은 적 있나? 비겁하다.
...비겁하다.
심리 상태의 불안정한 변화를 감지...
마음가짐에 대해서로 넘어가지.
고결하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칭찬받은 적 있나? 고결하다.
고결하다.
개인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라 교육받았나? 고결하다.
고결하다.
타인의 칭찬을 갈망하나? 고결하다.
고결하다.
고결한 자는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고결한 자는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왜 세 번 복창하지 않는가?
......고결한 자는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고결한 자는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고결한 자는 비겁한 행위를 타기한다.
심리 상태의 불안정한 변화를 감지했다고?
저 작은 기계 너머에 있는 건 누굴까? 지휘관?
아니면, 단순히 날 시험할 뿐인 기계?
스테츠킨 APS, 질문에 대답하라.
네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지?
그래, 여기에 왜 왔는지 잊어버릴 뻔했어.
또 이런 질문이야.
스테츠킨 APS, 네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지?
뭐가 가장 소중하냐고?
인형에게 가장 소중한 건 뭘까...
쇼핑? 응, 난 쇼핑이 좋아.
지휘관? 음... 가끔 지휘관이랑 대화를 나누고, 돈을 받아먹는 것도 괜찮지.
하지만 가장 소중한 거라면, 역시...
스테츠킨 APS, 질문에 대답하라.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지?
돈입니다.
돈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아마 없을걸.
이런 질문을 대체 몇 번이나 받았는지, 이젠 잘 모르겠다.
이 방, 너무 밝아서 눈이 부셔...
여긴...
스테츠킨 APS, 돈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나?
이 세상에서 만능에 생사마저 결정할 힘이 있는 건 돈뿐이에요.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런 일을 너무 많이 봤어요.
이 구역에서 사는 사람들만 해도, 돈이 없으면 병에 걸려도 고치지 못하고 죽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너는 인형이다. 인간의 예를 참고할 필요는 없다.
하아... 정말로요?
저 같은 인형들도, 돈이 없으면 필요한 걸 사지 못하잖아요?
우리 기지도 저축에 눈이 뒤집힌 녀석들이 잔뜩인데.
질문 방식을 변경하겠다.
그리폰의 안위와 너의 자산 중, 무엇이 더 소중하지?
무엇이 더 소중하냐고?
흥, 처음부터 그렇게 물어봤으면 됐잖아?
어느 쪽이 더 소중하냐니, 그야 당연히...
당연히 그리폰이죠.
그리폰이야말로... 제게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어라? 또야, 긴급 교정 프로그램이 또 나 대신 대답했어.
뭐야 이거... 안전장치 같은 건가? 내 마인드맵이 붕괴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거야?
스테츠킨 APS, 재확인하겠다.
그리폰의 안위와 너의 자산 중, 무엇이 더 소중하지?
그래... 안전장치...
진짜 웃기네. 마치 내가 다른 결론을 내리기라도 할 것처럼...
뭐, 아무렴 어때.
언제나 이러니까. 이번에도 똑같겠지.
그리폰입니다.
저에겐 무엇보다 그리폰이 더 소중합니다.
7번 방문자 스테츠킨 APS, 협조에 감사한다. 테스트 종료.
팟.
밝은 전등이 꺼졌다. 역시 여기는...
내 마인드맵 기록에서, 여기는 항상 어두컴컴했어.
지휘관의 지휘실이 오히려 더 따뜻할지도...
지이잉——
문이 열리고, 그리폰 기지 복도로 나왔다.
오늘로 마지막이겠지? 지겨워 죽겠네...
스테츠킨은 밝은 복도로 나와 눈을 찌푸렸다.
이런 테스트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통과하지 못해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마인드맵을 초기화하고 전장에 내보내면 되니까?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복도 저편에서 인형 한 명이 스테츠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왔구나.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높으신 분들 귀에 들어갔다간 너도 이런 테스트를 받게 될걸?
흐응...
저번에 테스트 마치고 네가 이렇게 중얼거렸잖아. 난 그냥 따라 한 거야.
그래서, 오늘로 테스트 끝?
스테츠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가 한 명 없어서 그동안 아주 우울했어.
그리고, 마침 급한 일이 있어서 찾은 거야.
OTs-12의 푸른 눈동자는 순수한 웃음기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