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
MOD 3
어둠이 드리운 밤...
어느 버려진 거리.
스테츠킨과 OTS-12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로 사주를 경계했다.
저기 저거 보여? 2시 방향의 풀숲 뒤에 있는 기둥 말이야. 저건 놈들의 탐지 장치야. 범위 안에 들어가는 그 순간 경보가 울려.
아, 9시 방향에도 하나 있다!
으음... 아무래도 거점을 지키려고 크게 원형으로 배치했나 보네.
맞아, 좀 성가시지. 하지만 여태까지 정찰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별거 아니야.
스테츠킨이 들고 있는 전술 태블릿의 화면에 프로그램 코드가 줄줄이 올라왔다.
잠시 후, 스테츠킨은 태블릿을 자신과 연결하면서 OTs-12에게 눈치를 주었다.
너도 여기다 연결해. 오기 전에 혹시 몰라서 신호 위장 장치를 챙겨오길 잘했다니까.
너도 눈치챘지? 지금부터 우리가 잠입하려는 거점은...
OTs-12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철혈이야.
설마 이 구역에 아직도 남아있을 줄이야. 그 포위 섬멸 작전 때 놓친 게 있었나 봐.
98%... 좋아, 이제 됐어.
스캐너의 반응을 보아하니, 차고 뒤편에 홀로그램 바위로 위장해 놓은 것이 놈들의 물자 컨테이너인 것 같아.
그렇다면 수송하려는 물자도 근처에 있겠지. 더 접근해서 스캔해 봐야겠어.
내 수신호에 따라서 시뮬레이션한 경로대로 전진해. 엄호도 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스테츠킨은 목소리를 낮춰 OTs-12에게 지시를 내렸다.
위장 신호로 철혈 거점의 탐지 장치를 속이고, 두 인형은 적의 시선을 피하면서 잠입했다.
OTs-12는 먼저 차고 벽까지 도달해 구석에 숨은 뒤, 홀로그램 바위 근처를 순찰하던 디너게이트를 전파 교란으로 마비시켰다.
클리어. 와도 돼.
알았어.
스테츠킨이 OTs-12와 합류했을 때, OTs-12는 이미 컨테이너의 스캔을 끝낸 상태였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OTs-12의 스캐너를 엿본 스테츠킨의 눈썹이 살짝 움찔했다.
코드도 똑같아. 우리가 찾던 유실 물자가 전부 이 컨테이너 안에 있어.
헤헤헤, 네 장대한 계획의 첫 단추를 아주 잘 끼울 수 있겠네!
너 오늘따라 유난히 흥분했다? 임무 중에 어지간해선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못 하면서.
그게 말이야~ 이번에――
그만그만, 수다는 복귀한 뒤에나 하자. 일단 잠금부터 해제해 봐, 후방 경계는 나한테 맡기고.
OTs-12는 끄덕끄덕하고 컨테이너의 잠금장치를 풀기 시작했다.
삐이...
띠띠띠띠....
미세한 전파가 내는 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들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위화감이 들었다.
위험해!
파직!!
OTs-12의 태블릿에서 불꽃이 튀더니, 자욱한 연기를 뿜으며 폭발했다.
간발의 차로, 스테츠킨은 OTs-12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철컥.
긴장한 두 인형을 노려보는 금빛 안광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진작에 발각됐던 거네.
진정한 사냥꾼은 침묵할 줄 아는 법.
네놈들처럼 어리석은 사냥감은, 불 보듯 뻔한 함정임에도 곧장 뛰어들기 마련이지.
쳇, 더미 주제에 폼 잡는 말이나 해대는 건 본체랑 똑같다니까.
타탕!
타타탕!!
스테츠킨은 헌터가 입을 더 열기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OTs-12도 이에 호흡을 맞추며 헌터에게 총격을 퍼부었다.
티스, 후퇴해!
스테츠킨이 소리 질렀지만, OTs-12에게선 후퇴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헌터에게 제압사격을 퍼부으며 조금이라도 길을 열려 했다.
퍼엉!
연막탄을 터뜨리고, OTs-12는 스테츠킨을 붙잡아 거점 밖으로 달렸다.
그리고 엄폐물에 숨은 뒤, 마인드맵의 리소스를 총동원해 대책을 연산했다.
스테츠킨, 넌 빨리——
하지만 스테츠킨은 OTs-12의 손을 뿌리치고, 탄창을 교체하며 그녀를 노려봤다.
너 왜 그래? 왜 내 지시에 안 따라!
말했잖아, 이 임무는 보수가 엄청 짭짤하다고. 저거 어떻게든 회수할 거야...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둘이서 함께 후퇴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내가 엄호해 줄 테니까, 스테츠킨 먼저 후퇴해.
다행히 저 헌터 녀석은 더미일 뿐이니까, 나도 상대할 수 있어. 비밀 병기가 있다고...
그 말에 스테츠킨이 잠시 넋을 잃었다.
뭐...? 비밀 병기로 저놈을 상대할 수 있다고? 웃기지 마!
아무리 더미라지만, 저건 철혈 중에서도 추격에 특화된 유닛이야!
너 혼자 남아서 상대하겠다니, 끌려가서 산 채로 해부당하고 싶어!?
하지만 저 물자가!
아까 네 스캐너에 뜬 식별 번호 봤어. 저 물자는...
내가 저번에 빼돌려서 암시장에 팔아버린 것들이야. 그러니까... 작전 변경이야. 회수를 포기하고 당장 철수해야 해!
저 물자는 내가 배상할 테니까!
그, 그럴 수는...
그럼 여기서 죽고 싶어?!
타타탕!
엄폐물은 다 무너져 가는 벽이었기에, 헌터의 공격을 얼마 못 버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OTs-12는 보기 드물게도 굳센 표정으로 계속해서 반격을 가했다.
있잖아, 예전에 같이 정찰 임무 나갔던 거 기억해? 그때도 이렇게 철혈한테 발이 묶여서 쩔쩔맸잖아.
타탕!
스테츠킨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OTs-12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때, 네가 날 탈출시키려고 엄호해 줬잖아. 결국 너는 왼손이 완전히 박살 난 채로 후속 부대한테 구조됐고.
그런 기억 없어. 정말 그랬더라도 그저 전원 생환 보너스를 받으려고 그랬겠지.
알아, 넌 보너스를 위해서 그랬던 거...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난 네 덕분에 살았어. 그리고 난 누구한테도 빚을 지고 싶지 않아.
그게 그렇게 중요해?
응, 나한텐 아주 중요해.
그래서 전우로서 보답할 기회가 있기를 바랐어.
그러니까... 만약 내가 여기서 헌터한테 당하더라도 널 무사히 철수시킨다면 빚을 갚는 거잖아? 그럼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타탕!
타타탕!!
스테츠킨은 다시 대꾸하지 않고 측면에서 나타난 철혈의 잡병들을 처리하는 데에 집중했다.
미안해, 아무래도 네 장대한 계획에 내가 차질을 빚은 거 같아.
내가 만약에 저 물자들 회수하는 데 성공해도, 보너스는 너한테 줄게.
친구를 위해서 무언가 해 줄 기회도 많지 않으니까...
탕!
달려들던 디너게이트 한 마리가 또 스테츠킨의 발밑에 쓰러졌다.
스테츠킨은 가방에서 소형 폭탄을 꺼내, OTs-12의 곁에 내려놓았다.
좋아... 그렇게 목숨을 내다 버리고 싶으면 너 마음대로 해. 이걸로 서로 빚진 거 없기야.
OTs-12는 히죽 웃고는, 엄폐물 밖으로 달려 나가 헌터의 주의를 돌렸다. 그 사이, 스테츠킨은 빈틈을 노려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응, 이걸로 됐어...
이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