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919A4
MOD 2
햇빛이 잎사귀 사이로 새어들어, 바닥에 밝은 얼룩을 남겼다.
수풀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더욱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원래부터 스릴 있고 요란한 장소를 좋아하는 M1919A4는 처음 이런 곳에, 그것도 무기를 휴대하지 않고 나온 임무에, 무의식적으로 손 안의 모형총을 만지작거렸다.
무기 받았어? 위력 어때?
응, 모형총에 고무탄... 맞아도 대충 모기채에 맞는 정도야.
푸하하하, 기관총 사수가 고무 총알을 쏘고 다닌대, 하하하!
또 웃어! 근데 여기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서바이벌 게임장인데...
카리나가 착각한 거 아니야?
응?
인기척을 느낀 M1919A4는 바로 경계를 올려,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총을 들었다.
재빠르네!
너랑 싸울 생각 없어, 꼬맹아, 그냥 인사 좀 하려고 왔어!
2번 입구에서 다른 인형이 들어와 성큼성큼 다가왔다.
저쪽도 손목에 콘솔을 차고 있지만, 총은 대충 옆구리에 매고 있었다.
통신기에서 C96이 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니 M1919A4는 더 성질이 올랐다.
누구 보고 꼬맹이라는 거야 임마!
하하, 우리 팀에도 꼬맹이가 한 명 있는데 소개해줄까?
다가온 이의 목소리는 차분하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그 인형은 흔쾌히 손을 내밀며 산뜻하게 웃었다.
메이나야. 이번이 4회차.
M1919A4는 메이나와 악수했다, 상대의 손바닥은 마치 사포지처럼 거칠었고, 손등엔 건조해서 갈라진 흠집도 보였다.
M1919A4에겐 더할나위 없이 익숙했다, 그것은 소체 관리가 안 된 지 오래됐다는 증거였다.
M이라고 해.
근데 4회차라, 대단하네, 메이나!
다 돈 벌려고 하는 일이지. 저번엔 진짜 이길뻔 했는데.
너 소체 괜찮은데, 주인이 돈 많은가 봐? 그런데 이딴 게임에 와서 우리 고물인형이랑 상금을 두고 싸워야겠어?
...그 양심없는 놈 이야기 꺼내지 마! 흥, 더 좋은 인형이 생겼다고 바로 나를 버렸다고!
M1919A4는 마인드맵을 풀가동해 자신을 매정하게 버림받는 떠돌이 인형 "M"에 대입했다, 속으로 지휘관에게 사과하면서.
메이나는 그 말에 눈썹을 씰룩거렸다.
미안해.
혹시 우리 팀에 들어오지 않을래? 우리 중 아무나 이기면 상금을 나눠가지자.
팀이 너무 많으면 각자 얼마 못 받을 거 아니야?
너까지 해서 4명이야.
다른 둘 중 한 명은 2회차고, 다른 한 명은 3회차로 제법 경험 있어.
너 소체도 좋아 보이고 솜씨도 괜찮아 보이는데, 어때? 생각해볼래?
......
난 동의 못해!
......
M1919A4가 메이나를 따라서 수풀을 가로질러 오두막 안에 들어오니 다른 두 팀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팀원을 늘릴지에 관해서 의견이 갈라졌다.
우리 셋이면 충분하다니까. 저번에 실패한 건... 그냥 운이 나빠서야!
왜 여기에 처음 보는 인형을 끼워넣어?
시빌, 넌 어때?
두 인형은 함께 계속 침묵을 유지하던 세 번째 팀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을 보자 M1919M4는 눈을 크게 떴다.
의자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고민 중인 인형은 바로 대기실에서 봤던 늘씬한 인형이었다.
일단 게임에서 이겨야 상금을 나눌지 말지 논하지.
난 의견 없어.
아담한 인형은 성질이 나 발을 동동 굴렀다.
셋이서 나눠도 싱거운 상금인데 왜 또 입을 늘려야 되는데! 돈 모아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하고 싶단 말이야!
확실히 넌 좀 업그레이드 받아야겠네.
너 방금 뭐라고!??
그만해 아리아, 너 돈이 급한 건 알아. 그런데 이번에 또 실패하면 다시 표를 살 돈은 있어?
......
가볍고 강한 게 내 장점이야!
헤헤, 함께 부자 되게 잘해 보자~
사냥 시작이다, 모두 출발!
꽃밭 한 가운데, 아담한 인형은 세상 순진한 척하며 싱글벙글 꽃을 따고 있었다.
그 와중 이어폰으로 동료에게서 정보를 공유받았다.
4시 방향, 150m.
준비——
3, 2, 1——
세 곳에서 총성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
절반 정도 잠행해 온 두 인형 플레이어의 가슴팍과 머리에 고무탄으로 붉은 물감이 묻었다.
콘솔이 피드백으로 진동하며, 두 인형 플레이어는 미처 반격할 새도 없이 체력이 바닥나 버렸다.
헤헤, 쉽네 쉬어!
M1919A4가 손목 콘솔을 확인하니 킬 수가 1 늘었다.
메이나의 콘솔 위 숫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눈썹만 씰룩거렸다.
총 잘 쏘네, 혹시 예전에 전술인형이었어?
그냥 집에서 쫓겨난 보디가드일 뿐이야.
너도 총 제법 잘 쏘는데, 메이나. 너야말로 전술인형 아니야?
자신의 위조 이력서를 명심해둔 M1919A4는 점점 M의 역할 연기에 몰입했다. 한편 메이나는 그저 가볍게 웃을 뿐이었다.
뭐하던 인형이든 무슨 상관이겠어. 지금은 모두 주인 없이 그냥 굴러가는 대로 사는 인형일 뿐인데.
M 씨, 언제 내가 돈 많이 벌면, 너처럼 솜씨 좋은 인형을 고용하고 싶어.
M1919A4가 입을 열려던 찰나, 미끼 역할을 맡았던 아담한 인형이 걸어왔다.
메이나 언니야, 왜 쟤만 칭찬하는 건데? 아리아도 연기 잘했잖아!
그러지 마, 아리아.
M 씨, 네가 있어서 승산이 더 커졌어. 한 팀이 돼서 정말 다행이야.
헤헤, 그야 내가 누군데~
폐허에서, 메이나와 M1919A4가 동시에 사격했다.
......
수풀 속에서, 안전지대가 축소하기 1초전, M1919A4가 플레이어의 등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
버려진 공장 안, M1919A4가 느닷없이 늘씬한 인형을 향해 총을 쐈다.
어?
총알은 늘씬한 인형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 뒤에서 기습하려던 플레이어를 명중해 그 체력을 앗아갔다.
......
......
1시간이 지나서, 게임장 안에 남은 플레이어는 열 명 남짓했다.
좋았어! 이번엔 진짜 이길 거야!
아담한 인형은 흥분해 M1919A4를 와락 껴안았다가, 좀 있고서야 눈치를 채고 냉큼 밀어내 고개를 홱 돌렸다.
과연 메이나가 고른 인물이야, 벌써 상금이 우리에게 손을 흔드는 게 보이는 것 같아.
아리아랑 저축한 돈을 다 털어서 입장권을 산 게 이제 보답받겠네.
모두의 팀워크 덕분이지.
그래도 갈수록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 100%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조심해야 해.
메이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M 말이 맞아, 후반에 남은 플레이어는 모두 사냥꾼인 동시에 언제든지 사냥감이 될 수 있어.
안전구역이 축소될 때까지 아직 5분 남았으니까, 모두 잠시 쉬자. 내가 가서 망을 볼게.
음, 이럴 때 달콤한 황도 통조림 한 캔 있으면 딱인데...
흥, 옛날 주인이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메이나 언니, 아리아도 같이 갈게!
아담한 인형은 심퉁부리며 일어나 메이나를 따라갔다.
아리아는 좀 유치만 면이 있어서, 신경쓰지 말아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애따위 신경 안 쓰거든!
아참, 시빌, 이 게임은 참가 횟수에 제한 같은 거 있어?
음, 무슨 말인데?
내 말은, 노련한 플레이어는 계속 상금을 노리고 참여할 거고, 초보자는 경험이 없어서 가장 먼저 탈락하잖아.
그러다 보면 게임장엔 결국 고인물만 남을 거 아니야. 운영측이 고객을 유입하려면 초보자들의 플레이 경험을 보다 신경써야 하지 않겠어?
대부분 인형들은 따로 직장이 있으니까 매일 놀러 올 수 없겠지.
우리처럼 돈은 필요한데 일자리를 못찾은 인형이나 이런 게임 상금에 매달릴걸.
늘씬한 인형의 소체도 노화가 심했다. M1919A4는 그녀를 보며 그리폰에 입사하기 직전 똑같이 생계에 쫓겨 살던 날들이 문뜩 떠올랐다...
음, 그런데...
뭔데?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똑같이 돈이 급한 떠돌이 인형을 몇 명 봤는데 최근엔 안 보이게 됐어.
어쩌면 입장권을 살 돈이 다 떨어졌거나, 아니면 승산이 없는 걸 깨닫고 체념했으려나? 뭐, 주인 없는 인형은 거의 다 돈도 없고 전략 두뇌도 없으니까.
너처럼 소체 멀쩡하고 지갑 사정도 괜찮은 인형은 진짜 적어... 좀 부러울 정도야.
그럼 혹시 말이야...
키가 이 정도에 어깨가 이 정도 넓은 인형 봤어?
성인 체형의 인형? 세상에 널렸지. 뭔데, 찾는 사람이라도 있어?
M1919M4가 소피아의 사진 파일을 꺼내 늘씬한 인형에게 전송했다.
얘 좀 봐봐——
펑——
M1919A4가 반사적으로 가까운 엄폐물로 몸을 굴렸다.
피해!
뭐?
늘씬한 인형은 얼타는 표정이었다.
실총이야! 그것도 소총! 뭔가 이상해!
늘씬한 인형은 화들짝 놀라 바로 바깥을 내다봤다.
큰일이다, 메이나랑 아리아가——
갑자기 멀리서 비명이 터졌다.
아리아!!
늘씬한 인형은 가만있질 못해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M1919A4는 손 안의 모형총과 고무탄을 바라봤다...
......!
젠장, 이제 좀 단서가 있나 했는데!
M1919A4는 총을 들고 바로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