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919A4
MOD 4
태양이 점차 서쪽으로 기울어, 메이나의 상반신의 그림자는 늘어지고, 하반신의 그림자는 그늘에 녹아들었다.
메이나의 산뜻한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얼음장 같은 눈초리로 자신 밑에 깔린 인형을 노려봤다.
넌 대체 뭐야?
그냥 가엾은——
퍼억! 권총 손잡이가 M1919A4의 얼굴을 찍었다.
허튼소리 집어치워, 머리통 박살나기 싫으면!
내가 뭐라 한들 안 믿을 거 아니야?
소피아에 대해서 어디서 들었어? 어떻게 여기까지 조사한 거야? 너 주인은 누구야?
너는 또 뭔데? 소피아랑 무슨 관계야? 그 총은 또 어디서 났어?
대답해!
총구에 압력이 가해지자, 소체의 피부가 움푹 파였다.
난 매너 없이 구는 녀석이 싫어! 당장 그만두는 게 좋아!
내가 널 못 죽일까 봐?
흥, 어련하시겠어. 아리아가 널 "언니야"하면서 졸졸 따라다녔는데도 똑같이 죽여버렸잖아?
메이나의 차가운 표정이 약간 풀어졌다.
걘 이미 쓸모가 없어졌거든, 차라리 쓸만한 부품을 뜯어내서 내 인형들한테 교체해주는 게 낫지.
그 둘이 너한테 속아서 다음 입장권 살 돈도 없어지니, 죽여서 팔아먹겠다는 거야?
M1919A4는 자신 가슴 속이 불타는 듯이 뜨거운 것을 느꼈다.
너도 인형이잖아! 주인 없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인형! 그런 처지가 얼마나 힘든 줄 너도 알면서도——
사람끼리 통수치고, 인형끼리 통수치는 게 이 세상 요지경 아니겠어?
걔넨 모델도 쓰레기야, 내가 안 건드렸어도 결국엔 암시장에 끌려가 파먹혔을 거라고!
그럼 다른 인형들은? 다들 각자 주인이 있을 텐데, 경찰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흥, 마지막까지 남은 건 다 엄격하게 선별해서 고른 사냥감들뿐이야, 주인 있는 인형은 당연히 안 건드리지.
우리가 그렇게 큰 상금을 내걸고 자선사업하는 줄 알아?
그래서... 네가 소피아를 죽인 거야? 오늘 그 둘을 죽인 것처럼?
......
너네 그 선별과정이란 거 진짜 허술하지 않아? 내가 참가신청표에 실업자라고 쓴 걸 곧이곧대로 믿었어? 이 얼간이들아!
잘 들어, 난 그리폰 안전계약사 소속 전술인형 M1919A4야!
안전계약사?
흥, 그럼 뭐 어쩌라고.
지금 신호도 차단되어 있는데 너만 죽이면...
메이나가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줬다.
꼬맹이, 사실 네가 참가 신청할 때부터 눈여겨봤어.
원랜 같이 큰일을 하자고 꼬드길 생각이었는데, 이것 참 미안하게 됐어...
네 소체는 내가 잘 써줄게.
방아쇠가 서서히 눌린다, 한 발로 오늘 최고의 사냥감이 손에 들어온다...
갑자기 누가 오두막의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보스, 큰일이에요!
무슨 일이야?
전술인형 한 부대가 와서 사람을 내놓으래요, 안 그럼... 바로 쏜다고.
완전무장하고 와서 우리 실력으론 절대 못 이겨요.
메이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폰에서? 미리 도움이 있었어?
M1919A4가 히죽 웃었다.
너까짓 것 한손이면 충분하거든!
!!!
엄청난 힘에, 메이나는 눈깜짝하는 사이에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확실히 무기가 없는 인형의 전투력은 제한적이지만, M1919A4은 특별히 소체 출력을 강화받아서 근접전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보스!
문 밖의 사람은 온몸으로 문을 부딪쳤다.
권총은 이미 주인을 바꿔, 작은 손에 쥐어져 메이나를 겨눴다.
가슴 속의 불덩이는 여전히 타오르며, M1919A4의 표정은 여태껏 없이 비장했다.
메이나, 그거 알아? 방금까지만 해도 너를 그리폰에 초대해서 진정한 동료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 생각이 바꼈어.
넌 자격 없어!!
쾅——!
탕! 잠긴 문이 부딪혀 열려, M1919A4가 방아쇠를 당기는 동시에 쏜살같은 형체가 뛰어들었다.
소피아!
소피아!?
총알이 뛰쳐들어온 인형의 어깨를 꿰뚫었다, 그 인형은 바로 행방불명이었던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총을 쥐고 메이나의 앞에 가로막았다.
보스를 건들지 마!
소피아? 너 살아있었어?
그 쓰레기 녀석 해치우고 내가 그리폰에 데려다줄게!
소피아는 어깨의 상처로 팔이 뜻대로 안 움직이면서도 총구를 올렸다.
보스를 건들지 말라고!
M1919A4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마인드맵 문제 있어? 내가 널 구하러 왔다니까?
됐어, 그 같잖은 동정심 집어치워!
너 그 녀석이 얼마나——
알아!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갈 곳이 없을 때 날 받아준 게 메이나 씨였는걸!
녀석은 널 이용할 뿐이야!
이 게임장이 개업한 지 두 달이나 됐어, 그 동안 여기서 실종된 인형이 몇 명인지 알아?
어차피 인형은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잖아?
왜, 인간이 인형을 이용하는 건 괜찮고, 인형이 인형을 이용하면 안 돼?
소피아...
M1919A4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메이나를 따라서 다른 인형들을 사냥해? 너 출고될 때 기반 프로그램을 덜 쓴 거 아니야?
막강하신 엘리트인 너는 몰라, 우리가 얼마나 처참하게 살아가는지!
난 그냥 살고 싶어, 누구를 짓밟든 다 상관 없어.
전술인형 아가씨——
닥쳐!
진창에서 구르는 인형을 널리고 널렸어. 그중 어떤 이들은 빠져나오려 애쓰며 나중에 들어온 이들까지 도와주려 해.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말이야? 지가 못 빠져 나오니까 다른 이들까지 끌어당기려고 해!
아직 정식 입사 절차 안 밟아서 다행이네, 너도 자격 없어!
소피아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지만, 메이나는 콧방귀를 뀌고서 소피아를 제지했다.
그래 그래, 내가 실수했다, 내가 졌어.
보스???
M, 지금 네가 게임장에서 떠나면, 아무일도 없었던 걸로 치고 이 게임장도 너한테 줄게.
그리고 난 내 애들을 데리고 바로 여길 떠나서 다신 안 돌아올게.
난 약속은 지키는 인형이야.
그리고 다른 진흙탕에 가서 그 지저분한 짓거리를 계속하게?
M1919A4는 자신의 기관총이 가까이 오는 것을 느꼈다. 각인된 무기는 그녀의 일부였다.
바로 그리폰의 지원이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메이나는 M1919A4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안전계약사의 세력은 무시할 수 없지, 하지만 내가 이 교외에서 게임장을 차지해 장사를 꾸리고 있었다는 건 무슨 뜻인지 알 테지.
M, 날 너무 몰아부치지 마.
......
메이나의 말에 돌아온 건, 바람을 가르는 M1919A4의 주먹이었다!
거의 동시에 소피아가 방아쇠를 당겼다!
제어콘솔의 신호차단기 전원 내렸어요.
알았어, 수색 계속한다...
M1919A4의 신호 발견했다!
현재 내 위치에서 북동쪽 300m!
바로 차 타고 합류할게요!
타타탕! 멀리서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M1919 쪽이다, 서둘러!
M1919!
FP-6가 총을 쥐고 오두막에 닥쳐들었다.
오두막 안은 난장판으로, 테이블과 의자는 박살나 잇고, 바닥엔 인형 둘이 쓰러져 있었다.
둘의 손목은 어떤 압력에 찌끄러졌고, 무릎 관절도 괴기한 각도로 꺾여 완전히 행동능력을 상실했다.
소총은 마카로니처럼 구부러진 채 아무렇게나 버러져 있었다.
콜록... 나 여깄어...
M1919A4는 반쯤 꿇은 자세로 의자 앞에서 한쪽 무릎을 감싼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굴엔 찰과상이 늘어나있고, 모자도 어디에 간지 알 수 없었지만, 눈동자는 반짝 빛나며 얼굴엔 개운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총 없이 맨손으로 강도 때려잡기, 짜릿하다!
......
FP-6는 동료에게 엄지를 척 세웠고,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경찰측의 수사 끝에, 무기를 불법 유통하던 불법 인형 아지트를 검거하여 용의자 인형들을 체포하였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M1919A4는 주먹을 꼭 쥐고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리폰이 지역 평화 질서 유지에 뛰어난 공헌을 하였다!" 표창받았다, 아싸!
M1919A4,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 그리폰의 명예를 세워 정말로 고맙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
지휘관한테 도움이 돼서 나 엄청 기뻐.
미안해, 일손이 부족해서 너 혼자 조사를 보내서 위험하게 만들었어.
그런고로, 너한테 선물을 하나 줄게.
지휘관이 M1919A4 머리 위의 새 장비품을 가리켰다.
그걸 집어보자 M1919A4의 눈이 번쩍였다.
7세대 스마트 고글이잖아! 지휘관 어떻게 내가 이걸 갖고 싶어한 걸 알았어?
......커헉,힘, 힘 좀 풀어...
예고 없는 베어허그에 지휘관은 오장육부가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M1919A4는 허겁지겁 지휘관을 풀어주고 머쓱 머리를 긁적였다.
흥분해서 저절로... 헤헤...
지휘관, 이 임무를 내게 맡겨줘서 고마워. 내가 했던 것 중 가장 짜릿하고, 가장 의미 있는 임무였어!
응?
암튼, 아주 고맙다고! 그리폰이 날 받아줘서 고맙고, 이렇게 많은 동료들을 만나게 돼서 고맙고...
난 남하고 싸우는 걸 안 좋아하는데, 투쟁심 없다고 날 타이른 적도 없고...
부품이 부족하거나 소체가 고장나서 다른 인형한테 강도짓할 필요도 없고, 다쳤다고 쓸모없어져서 해체될 걱정도 없고...
모두 나한테 아무 속셈 없이 진심으로 웃어줘서 고맙고...
여러가지 통조림도 먹을 수 있어서, 훌쩍... 우으으...
기억이 샘솟아, M1919A4는 그리폰에 오기 전의 험난한 날들이 떠올라서 목이 매였다.
앞을 바라보자, M1919. 다 괜찮아질 거야.
M1919A4는 가슴 속의 그 불덩이가 더 이상 날뛰지 않고, 따듯하고 밝은 불빛이 된 것을 느껴 안심감이 들었다.
예전엔 싸움이 싫어서 스릴 있는 놀이기구만 찾아다녔지만, 사실 그것도 별로 재미 없었어...
그냥 스릴을 찾는 거 말고 내가 뭘 할 수 있지를 몰랐는데...
그 메이나를 때려눕힐 때 내가 아주 옳은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왜 내가 주먹을 질렀는지 알고, 왜 내가 총을 쏘는지도 알고 그래서, 지휘관, 난... 난...
아주 기특해. M1919A4, 난 너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M1919A4가 눈물을 훔치고 빵긋 웃었다.
응! 나는 M1919A4, 작지만 매운 고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