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3
MOD 1
산뜻한 오후의 그리폰 숙소.
화창한 햇빛이 창문을 넘어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반면 그 방의 주인 MG3는 탁상 위에 엎어져 나른한 눈빛으로 무심하게 휴대폰의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후아아아아암...
햇빛도 따땃~하니 나른하다, 나른해애...
이따 방 청결 검사도 있는데, 빨리 청소해야... 하... 드르렁...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 끝에 코고는 소리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벼락 같은 알람 소리가 나른한 낮잠을 박살냈다.
히이이아아아안 자써! 잠깐 명상한 거야!
방 청소 지그――음...? 에이 뭐야, 이메일이었잖아? 깜짝 놀랐네...
MG3가 투덜대면서 휴대폰의 화면을 다시 켜니, 막 발송된 격식 있는 양식의 전자 통지문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친애하는 MG3 님. 귀하의 개조 신청이 통과되었음을 기쁜 마음으로 전해드립니다.]
[신규 소체와 장비가 준비되었으니, 가능한 가까운 시일 내에 인형 공방을 방문하여 수령하십시오.]
[자세한 내용과 관련 사항 내지 질문은 보급관 카리나에게 연락하시기――]
눈이 휘둥그레진 MG3는 정자세로 똑바로 앉곤 우편의 내용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한참 후, 그녀가 우편 끝의 확인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오랜만에 터져 나온 환희가 지금까지의 나른함을 싹 날려버렸다.
개조... 통과다――!!!
내가 꿈꿔 왔던 소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단 거지?!
스마트한 외모에 늘씬하고 날렵한 몸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이 무거운 "짐덩이"한테서 해방이다! 야호――!!
환희와 흥분을 주체 못하고 마구 환호하면서, MG3는 공방을 향해 냅다 달려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찬란한 미래를 맞이하러.
잠시 후, 그리폰 공방.
카아리이나아 씨이이이이이!!!
카리나 씨! 나 왔어!
어,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거부터 다 들렸어. 뭘 그리 호들갑이야?
호들갑 안 떨 수가 있어!? 내가 오늘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하긴, 인형에겐 중대 사항이겠구나.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짜잔~ 이 보관 캡슐에 든 게 네 새로운 소체야!
눈앞의 보관 캡슐이 천천히 열리면서,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소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런데, 귀를 막을 준비를 한 카리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새 소체를 본 MG3가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었다.
새 소체는 보기만 해도 고출력인 튼실한 팔다리와, 신뢰감을 주는 듬직한 체격, 그리고 MG3의 시선이 고정된... 풍만한 가슴이 특징적이었다.
이게 뭐야아아아!!!
MG3는 생떼 쓰는 아이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엥?
내가 기술팀한테 요청한 거랑 완전 다르잖아! 개조용 신규 소체 희망 사항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납작하고! 가볍고! 날렵하게! 근데 이건... 이건...!
MG3는 노발대발하며 새 소체의 가슴을 가리켰다.
내가 바란 거랑 정반대잖아!!!
희망 사항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인걸. 아무래도 기술팀이 안 받아 줬나 보네.
하지만 내 생각에도 그래. 무거운 기관총을 다루려면 일반적인 소체보다 부품이며 모듈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겠어?
부품이랑 모듈은 얼마나 집어넣든 상관없어! 근데 이건 뭐냐고! 이건 왜 또 이렇게 커다란 건데!?
캡슐 속 소체의 가슴을 아주 터뜨릴 기세로 삿대질하는 MG3는 화내다 못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지, 진정해 MG3. 이게 네 개조 방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야.
생각해 봐. 고급 파츠를 잔뜩 추가했는데, 생존력을 높이지 않으면 다 낭비하는 꼴이 되잖니?
이 증강된 흉부가 소체의 핵심 부위를 보호할 수 있어!
카리나가 옆의 기계를 조작해 새 소체의 흉부를 열어, 그 안의 방탄 실리콘과 큰 동력 유닛을 보여 주었다.
.............
그냥 정규군 유닛처럼 외장 장비로 때우면 안 돼?
불필요할 땐 벗으면 되잖아...
그건 안 돼, 외장형 장비는 오히려 기동성을 깎아먹는다고. 종합 작전 능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어.
그치만 나 이거 싫단 말야아아...
MG3가 구멍난 포댓자루처럼 보관 캡슐 위에 축 늘어지자, 카리나는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가볍게 한숨을 쉬곤 MG3가 머리를 식히도록 자리를 비켜 주려 했다.
그런데 한 걸음 떼자마자, MG3가 득달같이 카리나의 다리를 와락 껴안았다.
카리나 씨이...
엑, 뭐, 뭐야?!
깜짝 놀란 카리나와 애절한 MG3의 시선이 교차했다.
정말 다른 방법 없어요오...?
......
카리나 씨는 친절하고 착한 모두의 친구 맞죠?!
그, 그야 물론이지...
하지만 소체 개조 절차는 규정이 무지 엄격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 무거운 "짐덩이"를 떼는 게 제 평생 소원이라고요... 계속 이렇게 짊어지게 둘 거예요...?
이런 걸... 이런 걸 달고 하루하루를 사는 게 얼마나 괴로운 느낌인지 알잖아요!
MG3가 한 팔로 카리나를 붙잡고 다른 팔로 자신의 "짐덩이"를 들어보이니, 과연 방탄 실리콘과 동력 유닛은 무게가 상당해 보였다.
으음... 신청서를 다시 제출해 줄 순 있지만, 그러면 시간이...
들어준다면...
MG3가 손가락을 4개 펼쳐보였다.
4개월치 보너스, 그리폰에 기부할게! 전부 카리나 씨가 관리하는 걸로!
윽!? 자, 자꾸 이러면 나도 난처해――
6개월!
개조하면서 새 소체에 불만을 제기하는 인형은 너만 있는 게――
1년!!!
MG3가 호기롭게 검지를 쭉 뻗자,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던 카리나의 눈빛은 마치 혼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네가 자원한 거다?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카리나는 주위를 슬쩍 눈치본 뒤, MG3의 귓가에 대고 소곤소곤 말했다.
좀 방치되긴 했지만, 마침 창고에 네 요구에 부합하는 소체가 하나 있거든? 그거 한번 써보는 건 어때?
써보고 마음에 들면, 내가 어떻게 잘 얘기해 볼게...
정말?!
고마워, 고마워 카리나 씨!
MG3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아와, 카리나를 와락 껴안았다.
잠시 후, 개조용 테이블에 누운 MG3는 머리 위로 흔들리는 조명을 바라보다, 레벨 2 플랫폼으로 빠져들었다.
몽롱해져 가는 와중, 조명의 밝은 빛이 총구의 화염처럼 MG3가 마음 속에 오랫동안 묻어 뒀던 기억을 다시 끄집어냈다.
어딘가의 전장.
모두 서둘러! 적이 추격해 온다!
알았어!
빗발치는 포화 아래, 계속되는 전투로 기진맥진한 MG3는 아직 작업이 덜 되어 비좁은 참호 속을 힘겹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비좁은 탓에, MG3의 몸이 모퉁이를 돌지 못하고 끼어버렸다.
덩치가 작거나 늘씬한 동료 부대원들은 다들 소체가 부상으로 처참한 상태임에도 하나둘씩 날렵하게 참호 사이를 누비는 통에 MG3가 끼어서 혼자 낑낑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다 왔지? 잠깐, MG3?! 너 거기서 뭐해!
빨리 와! 조금만 더 가면 합류 지점이야!
나... 나 끼었어!
난 됐으니까 너희 먼저 가!
마지막 남은 힘까지 모아 힘껏 발길질해도 단단히 끼어버린 몸은 꿈쩍도 안 해, 결국 MG3는 체념해 버렸다.
참호 사이로 멀리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적인가?
곧장 기관총을 장전하려 했지만, 그제서야 탄약이 진작에 바닥났음을 깨달았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녀에게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너희 둘은 엄호해!
MG3, 손 뻗어! 꺼내 줄게!
아니 그냥 가라니까 왜...!
위험에서 벗어났던 동료들이 그녀를 위해 돌아와, 군소리 않고 온 힘을 다해 적을 저지하면서 MG3가 끼인 틈새 주위를 파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군은 점점 가까워졌고, 갈수록 두꺼워지는 화망이 사방에서 몰아쳐 그녀를 위해 돌아왔던 부대원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MG3는 이를 악물고 자꾸만 떠오르려는 그날의 악몽을 떨쳐내려 했다.
이제 해방이야...
이 굼뜬 소체만 버리면, 그런 일은 다신 일어나지 않을 거야!
MG3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비장한 표정으로 완전히 휴면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