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3
MOD 2
얼마 후, 공방.
MG3가 수복 캡슐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캡슐에서 나와 거울을 보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새로운 소체는 늘씬한 체형에 몸놀림도 날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짐덩이"가 사라진 해방감과 가벼움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설명하기도 벅찬 희열에 몸을 마구 굽혔다 폈다 하는 그녀의 모습은 흥겨운 막춤이라도 추는 듯했다.
케헴!
이를 조금 난감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카리나가 헛기침으로 MG3의 무아지경을 끊었다.
아.
미안해 카리나 씨!
어때, 새 소체에 불편한 점 없어?
하나도! 이게 내가 바라 마지않던 타입이야!
엄청 만족하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 소체는 그냥 메이드 인형의 것이야. 임시로 화기 관제 코어랑 출력 강화 모듈을 몇 개 달았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기관총을 쏘기엔 부담이 클 테니까 절대 전처럼 막 나가면 안 돼, 알았지?
응!
만족감에 취한 MG3는 인사 대신 카리나를 와락 껴안고는 싱글벙글 공방을 나섰다.
화창한 아침처럼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희열에 찬 MG3는 곧장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당히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엄청 날씬해지고, 가벼워졌어! 게다가 이젠 고개만 숙이면 발끝이 보이네!?
우와아 진짜 너무 좋다아아!!
기쁨과 환희에 절로 주먹을 치켜들고 발을 구르며 몸이 들썩이는 모습은 마치 스포츠 광팬 같았다.
아차차! 이미지 체인지했는데 이러면 안 되지! 모처럼 예쁜 소체로 바꿨는데...
흐음... G36한테 숙녀의 몸가짐을 배워야 하나?
아 맞다, 그 옷들 이젠 맞을 거야!
지금 입고 있는 간소한 제복을 본 MG3는 방의 커다란 옷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젠 이거도 입을 수 있고, 저거도 입을 수 있어! 예뻐서 사기만 했던 옷들, 이제 몸에 딱 맞아!
매번 번거롭게 특별 사이즈 주문할 필요 없다고!
옷장 속을 한참 뒤적인 MG3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셔츠를 찾아내어, 바로 입어보았다.
옷을 갈아입고 몸가짐도 단정히 하니, MG3의 눈에도 나름 깔끔해 보였다.
어라,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
이러다 오늘 임무에 지각하겠다!
간신히 자아도취에서 빠져나와 헐레벌떡 방을 나서는 MG3의 뒷모습에, 숙녀가 되겠다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
잠시 후, 창고.
단정한 외모에 안 어울리게 괄괄한 행동거지를 보이는 모습은 당연스레 그리폰 인형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 너 누구야? 뭘 그리 오두방정을 떨어?
아, 호크! 나야 나 MG3! 헤헤, 몰라보겠지?
MG3?! 뭐야, 신호 보니 진짜네?
너 개조 받으러 갔다며? 뭐야 그 싸제 소체는!?
싸제라니 뭘 모르는구만!
이 매끈하고 늘씬한 바디라인을 보면 모르겠어? 완벽이란 바로 이런 거라고!
그 젓가락 같은 팔다리로는 기관총 들고 돌격은커녕 물자 상자 들고 뛰지도 못하겠다 야.
하!
영 미심쩍어하는 97식 산탄총의 눈초리에, MG3는 보란 듯이 오늘 임무로 운반해야 하는 물자 컨테이너를 들쳐업고 여유로운 미소를 씨익 지어보였다.
식은 죽 먹기네 뭐, 흥이다! 시간 없으니까 이따 봐!
...무리하진 마.
MG3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의기양양하게 출발했다.
15분 후, 수송 경로 도중의 숲속.
곧 도착 예정 시각이건만, MG3는 지금 옆의 나무에 손을 짚고서 헉헉대고 있었다.
이래서는 제시간에 도착 못 해...
카리나와 97식 산탄총의 걱정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지만, 꿈에 그리던 새 소체를 얻은 첫날부터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그래, 이쪽에 목적지랑 직통인 지름길이 있었지...!
무성한 수풀 사이로 난 길은 평소에도 몸집이 작고 날렵한 인형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름길이었다.
MG3도 가보려 한 적이 있지만, 가파른 비탈길인데다 수풀이 무성해서 크고 무거운 그녀로선 감속은커녕 자꾸 나무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도전하고 싶어 근질근질해진 그녀는 등의 물자 컨테이너를 다시 단단히 결속하고, 조금 설레이는 마음으로 수풀 깊숙이 발을 디뎠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잡초 더미를 밀어내자, 빽빽하게 뒤엉킨 나뭇가지 아래로 난 좁다란 길이 나타났다.
좋았어... 가즈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급소를 보호하면서, MG3는 비탈길로 몸을 날렸다.
놀랍게도, 소체는 보기보다 훨씬 민첩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멋진 회피 동작을 수 차례 연속으로 구사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 재주를 넘고 나니 순식간에 수풀을 통과했고, 목표 지점인 물류 창고가 바로 코앞이었다.
완벽한 착지와 함께, MG3는 도착 예정 시각에 정확히 맞춰 임무를 완수해냈다.
와하하핫! 정말 끝내준다아――!!
원래의 소체였으면 꿈도 못 꿨을 지름길을 시원하게 통과한 기쁨에, MG3는 창고 앞의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얘들아아아!! 모두 봤어!? 방금 내 몸놀림 엄청 멋있었지?!
어... 신호가 MG3이네요? 그거 새 소체예요? 와아, 그럼 이제 좁은 길도 문제없이 지나다닐 수 있겠네요!
그치그치~ 역시 이런 가벼운 소체가 나한테 딱이야!
M99의 물개 박수를 받으며, MG3는 무거운 물자 상자를 쿵 내려놨다. 짧지만 스릴 넘쳤던 모험은 무더운 여름의 시원한 바람처럼 정말 상쾌했다.
그 여운을 아직 만끽하던 그때, 메시지 수신음이 들렸다.
[MG3 님, 그리폰 전략대기조입니다. 근일의 주변 형세와 작전 배치 기록에 근거해 귀하에게 다음 지시를 하달합니다.]
[오늘부터 귀하는 다시 임무 수행 가능 전투원 명단에 편성되어, 내일 변방 구역의 소탕 작전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해당 작전에서 귀하는 화력지원 제대로 배치됩니다.]
[이 통지를 확인하는 즉시 답장하시기 바랍니다.]
작전이라지만 매일 하는 훈련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MG3에겐 색다른 느낌이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난 그녀가 실력을 뽐낼 데뷔 무대가 될 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