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3
MOD 3
변방 오염지대의 어딘가. 황야 위에 수송기가 크게 흔들리며 착륙했다.
이곳에서 망원경으로 저 울퉁불퉁한 지평선을 관찰하면, 저 멀리서 꿈틀대는 검은 형체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전부 ELID 감염체, 이번 소탕 작전의 목표였다.
MG3! 우리가 나설 차례야!
놈들을 제압하고 좌측으로 돌파한 다음 낮은 곳으로 몰아넣어야 해!
알았어! 이동하니까 엄호 부탁해!
그나저나, 그 소체로 임무 나왔어?
아무리 잘 적응했어도 좀 위험하지 않아?
헤헷! 예전 거랑 성능차는 좀 있어도 내 실력이 어디 가겠어? 걱정 마셔!
훨씬 가벼운 소체로 갈아탄 MG3는 전장 위를 마음껏 내달리며 전혀 다른 기동성을 아낌없이 과시했다.
그리고 97식 산탄총의 엄호를 받아, 쏜살같이 ELID 무리를 헤치고 목표 감제고지에 도달했다.
지정 위치에 도착! 화력 투사 준비―― 사격 개시!
MG3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소나기 같은 철갑탄 세례에 전방의 ELID들이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잘한다 잘한다~!
시원시원하게 쏘는 거 보면 부러워 죽겠어 하여간!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굼벵이가 아니라고!
호크 너도 마음것 밀어붙여! 얼마든지 따라잡아 줄 테니까!
짜시~익, 말했겠다?
그럼 나도 실력 좀 발휘해 보실까!
경쟁심에 의욕이 샘솟는 97식 산탄총이 당차게 돌격했고, MG3는 바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두 인형은 진형의 선두를 달렸다.
하하, 어떠냐! 못 따라잡겠으면 늦기 전에 말해!
아직 워밍업도 안 됐거든!
아, 주의해! 곧 적 밀집 지점에 진입한다!
OK!
두 인형은 의기양양하게 오염지대 더욱 깊숙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이전에 재난이 발생했던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복사 농도가 급상승하고, 도시의 폐허도 지형이 점점 복잡해져 험준한 장애물이 되어 갔다.
전방의 장애물 제거 부탁해!
나한테 맡겨!
MG3! 적이 우회 접근한다!
간다 간다!
MG3!
알았다니까!
............
몰려오는 ELID 무리의 공세를 몇 차례고 연달아 물리친 MG3는 갑자기 피로해져 옆의 엄폐물에 몸을 기댔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몸도 어째선지 속에서부터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후우... 후우... 무슨... 어, 코어 온도 왜 이래?!
방열 모듈... 정상. 냉각액도 충분하고...
이상하네... 이제 겨우 10km 좀 넘게밖에 안 뛰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다른 꼬맹이들도 계속 달리면 이렇게 열이 나나?
대체 왜 이렇게 몸이 과열됐는지 영문을 몰라, MG3는 불덩이처럼 뜨거운 가슴을 문지르며 머리를 긁적였다.
MG3, 뭐해? 빨리 와서 도와줘!
아, 알았어! 금방 가!
하지만 그녀는 동료의 부름에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다시 무기를 들고 움직였다.
재장전 중이야, 엄호해 줘!
오케이!
97식 산탄총을 지원하기 위해, MG3는 다시 방아쇠를 당긴 채 포효하는 기관총의 반동을 몸으로 받아냈다.
그런데 갑자기 날카로운 시스템 경보음이 귓가를 때리더니, 시야에 새빨간 글씨가 나타났다.
[경고 - 소체 과열. 15초 후 동력 시스템이 강제 셧다운됩니다.]
어, 엑?! 시스템 다운이라고? 여기서!? 무슨 소리야!
시퀀스 무시! 시퀀스 강제 중지!
[경고 - 셧다운 시퀀스를 중지할 수 없습니다. 12초 후 동력 시스템이――
젠자아아아앙!!
초초해진 MG3가 화망을 넓혀, 소체가 작동을 정지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적을 쓸어버리려 했다.
응? MG3 너 괜찮아? 나야 좋긴 한데 이거 화력 낭비 아니야?
괜찮으니까 넌 좀 물러서!
왜, 안 되겠어?
안 되긴 무슨! 네가 무슨 펭귄 걸음마처럼 느리니까 그렇지!
하하! 뒤에서 거북이 걸음인 게 누군데!
강제 셧다운까지 6초...
......
호크! 잔말 말고 돌아와! 당장!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강제 셧다운까지 3초...
나――
시스템 경고음과 함께, MG3의 소체가 정지했다.
그리고 손에 힘이 풀려 기관총이 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압 사격으로 저지당하던 ELID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몰려들었다.
젠장... 움직여, 움직이라고!
MG3는 당황하며 억지로 소체를 재가동해, 코앞까지 다가온 ELID들에게 탄통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러기가 무섭게, 양팔에서 스파크가 튀며 소체가 부하를 못 견디고 셧다운되었다.
결국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는 그녀는 순식간에 ELID 무리에게 덮쳐지고 말았다.
――MG3?!
때마침 돌아온 97식 산탄총은 이 황당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호크...! 난 됐으니까 도망쳐...!
하여간 힘들어도 억지 부리기나 하면서... 그렇게 망가질 때까지 말을 안 해야겠냐고 이 밥통아!
97식 산탄총은 곧장 MG3를 구하러 뛰어들었다.
오지 말라니까...!
......
떨어지는 포탄에 땅이 뒤집히고, 흙더미가 비처럼 쏟아졌다.
적군의 맹렬한 화력 투사에 엄호를 맡았던 부대원들이 차례차례 쓰러졌지만, 곁의 동료들은 이를 아랑곳않고 오로지 MG3를 구하기 위해 참호를 파는 데 집중했다.
제발 부탁이니까 나 두고 그냥 가라고!
MG3이 절규하며 앞의 동료를 밀쳤지만, 그 동료는 도로 벌떡 일어나더니 MG3에게 따귀를 날렸다.
닥쳐! 이럴 기운 있음 너도 얼른 파!
대체 왜...
거의 다 됐어!
도구가 없어서 단단한 흙벽을 맨손으로 파내야만 하는 동료들을 보던 MG3는 문득, 이대로 가다간 모두 이 비좁고 지저분한 참호 속에 파묻히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이를 악물곤 자신의 한쪽 팔을 잡고는 그대로 뜯어내 버렸다.
무슨 짓이야?!
이러면... 끼인 면적이 작아지잖아...!
.....
눈이 휘둥그레진 동료들을 애써 무시하며, MG3는 이번엔 비수를 뽑아 가슴의 방탄 실리콘을 찔렀다.
MG3! 정신 차려!
......
간신히 주마등에서 벗어난 MG3는, 지금 97식 산탄총이 여전히 꼼짝도 못하는 그녀를 ELID 무리 속에서 구해내어 질질 끌면서 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데서 나사 빠지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나...
축 늘어진 소체를 필사적으로 재가동하려던 그때, MG3는 소체가 끔찍하게 찢겨진 것을 눈치챘다.
마치...
됐어...
이제 아무 데도 끼일 일 없어...
MG3는 소체를 감싸던 방어력 증강 모듈까지 뜯어내고서야 좁은 모퉁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소체가 되어 탈진한 그녀는 그대로 진흙탕 위에 쓰러져, 동료들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봐봐...
나... 이렇게 가벼워진 거 처음이야... 이제 어떤 장애물에도 끼이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동료들은 마찬가지로 진흙탕에 널브러진 채, 아무도 MG3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대답해 주지 않았다.
얘들아... 말 좀 해봐...
간신히 가장 가까운 곳에 엎어져 있던 동료의 몸을 뒤집어 봤지만, 그녀는 이미 머리가 절반이 사라진 뒤였다.
눈 좀 떠봐... 날 보란 말이야...
이젠 너희 발목 안 잡아...
다시는... 안 잡을게... 제발...
97식 산탄총은 MG3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서, 이따금씩 멈춰서 덤벼드는 ELID를 총으로 날려버렸다.
거 되게 끈질기네...!
잔탄이 바닥나 재장전하던 그때, ELID 한 마리가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덮쳐 와 97식 산탄총의 팔을 물어뜯었다.
물리자마자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날려버려 무리 속으로 끌려가는 것은 면했지만, 그녀의 팔뚝은 뜯겨져 대롱거렸다.
......
이에 대응 사격을 관뒀는지, 97식 산탄총은 총을 메고 남은 한팔로 다시 MG3을 끌고 가까운 엄폐물로 내달렸다.
걸레짝이 된 자신의 소체와, 뜯겨 나간 97식 산탄총의 팔. MG3는 더 이상 자괴감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미안해...
MG3은 그저, 흙먼지를 일으키며 몰려오는 ELID 무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읊조렸다.
미안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