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MOD 4
...창고.
......
하여간 대단해, 넌 어떻게 매번 찾기 힘든 곳에 숨니?
마카로프는 드디어 찾아낸 알리타를 들어 안았다.
그리곤 먼지투성이가 된 알리타를 옷깃으로 닦아 주었다.
마카로프...
알리타를 찾아낸 사람이 지휘관이라 들었는데, 자세한 얘기를 들려 줄 수 있을까?
녀석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
이틀 전, 늦은 밤의 지휘실.
졸려 죽겠다... 대체 언제까지 야근해야 하는 거냐고...
스프링필드, 커피 좀 부탁해.
......
...퇴근했나. 하는 수 없지, 간만에 내가 직접――?
그때,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내 손 옆에 불쑥 나타났다.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천천히 돌리니, 처음 보는 자그마한 로봇이 때마침 내 탁상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걸 덥석 붙잡았다.
응...? 너무 졸려서 헛것이라도 보이는 건가...
넌 누구니? 우리 기지에 너 같은 기종의 로봇은 없는 걸로 아는데?
으악! 붙잡혔다!
놔 주세요, 전 평범한 서비스 로봇이에요! 아, 이름은 알리타예요!
서비스 로봇...?
G36이 구매했나? 몰랐네...
어어...
그럼 계속 일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동글동글한 이 녀석은 내 다리를 타고 내려가더니, 바닥을 청소하고 창문까지 닦기 시작했다.
휴우... 청소 끝났습니다!
알리타의 어어업무를 평가해 주세요!
...? 아, 응, 아주 잘했어.
나는 오늘 밤의 일곱 잔째 커피를 마시고 알리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기특한 물건이라면 G36이 몇 개 더 구매해도 좋겠다.
그럼 알리, 알, 알리타는...
이만 실례하하하겠습니다...
어... 너 괜찮니?
돌연 어딘가 이상해진 알리타는 문으로 나가지 못하고 옆의 벽에 부딪혔다.
어라...? 이쪽이... 아니네...
그리고 몇 번이나 벽에 몸을 부딪쳤다.
난 보다 못해 내보내 주려고 알리타를 잡았지만,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동체의 온도에 화들짝 손을 뗐다.
앗 뜨거! 냉각 쪽에 문제 생긴 거 아니야? 공방으로 데려가 줄까?
괜찮괘괜찮습니다...
돌, 돌아가야 하는 곳이 있어, 있어서...
간신히 문을 나선 알리타는 비틀대며 어디론가 걸어갔고, 그 동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나는 조바심이 들어 그 뒤를 따랐다.
알리타는 그런 상태로도 끈기 있게 먼 길을 걸어...
마침내 기지 인근의 작은 오두막에 도착했다.
여긴...? 알리타, 여기서 누굴 기다리니?
네! 여기서 기다...겠다... 약속...어요...
도, 돌아오면... 칭찬받...다고 자랑... 거예요!
헤헤헤...
밖은 깜깜해서 달빛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리타는 밝은 미소로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데?
인간은... 평생을 드, 들여서 자기만의 반짝임을...
평생 함께할 사사사람을 찾는...고 들었어요.
......
저는 차, 참 행운아예요...
흔흔흔해 빠진 ......인데...
알리타?
알리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중에 G36한테 확인하고 나서야 얘가 우리 기지의 인원이 아니란 걸 알았지.
G36이 "이 일은 엄중히 처리하겠다" 했지만, 알리타가 나쁜 아이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창고에다 뒀어.
...고마워, 지휘관.
그럼 수수께끼도 풀렸겠다, 원주인한테 돌려줘야겠지.
조심해서 데려가렴.
......응.
고마워.
마카로프는 그대로 알리타를 안고 창고를 떠났다.
나갈 때까지도 계속 고개를 푹 숙여서, 그녀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에헴! "알리타"가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뭔데?
화성어의 음역이래요!
"별이 발하는 마지막 가시광선"이란――
화성어? 그런 게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나...
그걸 어떻게 알아요?
보거나 들은 사람이 없으니까.
하지만 미래도 본 사람이 없잖아요.
마카로프 님도 미래가 반드시 온다는 걸 믿고, 그 미래를 또렷하게 볼 방법을 찾는 거 아니었어요?
......
제 생각에는요...
네 생각에는, 뭐?
미래만 신경쓰면 주위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나비가 몇 마리나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지붕 밑 제비가 몰래 지은 둥지에 새끼가 몇 마리나 있는지도 모르고, AAT 님이 과자를 몇 개나 훔쳐 먹었는지도 모르고...
마카로프는 대꾸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알리타를 바라봤다.
아앗! 또 "이게 또 무슨 헛소리래"라는 얼굴! 너무해요!
오늘 일과 시작할 거예요!
알리타는 그대로 탁상에서 폴짝 뛰어내려, 스스로 정한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마카로프도 손에 든 책을 덮고, 창밖을 보았다. 때마침 제비가 둥지로 돌아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마카로프는 알리타를 안은 채 공방의 업그레이드 캡슐에 누웠다.
정말 결심했니, 마카로프?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어.
응. 시작해 줘.
마카로프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뜰 때면, 그녀의 마인드맵 밑바닥엔 언제나 재잘재잘 떠드는 그 자그마한 녀석이 자리잡을 것이다.
아무짝에도 소용없는데도, 손님이 올 일 없을 텐데도, 매일 "직장"을 열심히 청소하고 고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그 녀석이.
어떻게 생각해 봐도 짜증밖에 안 나는 녀석인데...
마카로프는 보일듯 말듯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나 왔어.
우와아아아!!!
마카로프 엄청 멋있어졌다아아!!!
하아, 난 언제쯤에나 개조받을 수 있으려나?
부럽다아...
그만 그만, 알리타부터 내려놓고.
......
마카로프는 다신 깨어나지 않을 알리타를,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살며시 내려놨다.
알리타... 영영 못 깨어나는 건가요?
그 생각할 때마다 엄청 우울해요...
우리도 언젠간 저렇게 되겠지? 흑흑...
그만해 AAT, 나까지 우울해지잖아...
이게 또... 그래도 신경은 쓰이네요. 마카로프, 우린 과연 미래에 어떻게 될까요?
그야 나도 모르지.
마카로프는 태연하게 침대에 누웠다.
어라? 얼마 전만 해도 이런 주제로 생각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게요, 어째 오늘은 별 말 없네요?
알리타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아닐까요...?
마카로프는 텅 빈 천장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고, 평생 닿지도 못할 것에 닿으려고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지 뭐야.
인형이란 무엇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주제넘게 미래를 예측하려 했어.
마카로프...
어쩌면, 우리의 존재 이유에 깊은 의미 따위 없을지도 몰라. 그냥, "우리"로서 슬기롭게 잘 살아가면 그만일지도 몰라.
추운 겨울엔 서로 따뜻하게 안아 주고, 선선한 가을엔 낙엽을 치우고, 더운 여름엔 그늘 아래로 햇빛을 피하고, 따뜻한 봄에는 꽃향기를 맡끽하는 거야.
...이 작은 녀석처럼.
우에에엥 마카로프――!!
훌쩍... 갑자기 그런 말이나 하고!
모두가 와락 부둥켜안았고, 마카로프도 소대원들을 꼬옥 안아 주다 돌연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침대맡의 알리타가, 그녀에게 윙크한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