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터보
P90
그리폰 기지, 정문.
흥흥흥♫ 흐흥...♪
어... 안녕, P90. 메리 크리스마스.
"아, 달링! 돌아왔구나!"
"미리 방의 난로를 켜놨어. 메리 크리스마스!"
...MK23이야?
근데 한 가지 틀렸네. MK23은 지휘관만 달링이라고 불러.
아, 그래?
다음번엔 주의해야겠네.
정문 앞에 서 있던 P90은 그 인형을 들여보냈다.
흐흐흥♫ 흐흥♪
안녕하세요, P90 씨!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날에도 수고하시네요.
"아... 너야? 근데 한 가지 틀렸네. 크리스마스는 내일이야."
아하하,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은 마음껏 즐기는 날이니까요!
P90은 그 인형도 안으로 들여보냈다.
흥♫ 흐흥 흐흥~♪
"아하하, 돌아오셨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날에도 수고하시네요."
흥 흐흥♫ 흐흐~흥♪
"크리스마스? 아무렴 어때. 어차피 산타를 믿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흐흐흥♪ 흐흥♫
"메리 크리스마스! 저기, 소시지 좀 대신 가져다줄래?"
"짠맛으로 부탁할게..."
흐흐흥 흐흥....♪
......
나 왔다냥!
우와아, 무지 배부르다냥! 모두 잘 있었냥!
"메리 크리스마스... 안의 난로 앞 자리가 남아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분명 사람들로 가득 찼겠죠?"
어... P90?
"무슨 일이시죠...?"
너 오늘 하루 종일 정문 앞에 있었던 거냥?
"G36 동지가 맡긴 일이라서요..."
오늘은 평소보다 일손이 부족해서, 내가 보초를 서고 있어.
보초라 해봤자, 그냥 산타복 입고 문 앞에 서 있는 거지만...
지루하지 않냥?
냐라면 지루해서 못 참았을 거다냥.
난 꽤 재미있던걸?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
여태껏 만난 적 없던 동료들이랑도 만날 수 있었다냥.
아, 깜빡했다냥. 넌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다냥...
다른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어쩌다 보니 여기 오게 된 거긴 하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아.
"메리 크리스마스! 여기 왔으니 이제 너도 가족이야!"
...라고 말해준 사람도 있는걸!
음... 그건 누구 말투인지 모르겠다냥.
뭐, 나도 처음 보는 애였어.
그냥 여태까지 만난 사람들 말투를 흉내 내고 있는 것뿐이야.
"아아, 도저히 못 참겠어요. 바깥은 눈투성이, 안은 땀투성이... 정말 샤워하고 싶어요..."
아! 그건 누군지 안다냥! StG44다냥!
어? 어떻게 알았어?
냐냐냥, 내 귀는 엄청 밝다냥!
냐가 아는 사람이면 다 알아맞힐 수 있다냥!
오호, 그럼 이것도 맞춰봐...
"야호~! 메리――"
콜트 리볼버다냥!
그 녀석 말투는 절대 헷갈릴 리가 없다냥!
으아아, 입 열자마자 바로 맞춰 버리네?!
끄응, 그럼 더 어려운 문제를...
근데... 계속 이전에 만난 사람의 말투를 따라 했다면...
오늘 맨 처음 만난 사람한테는 어떻게 인사한 거냥?
그거야 당연히, 냐의 원래 말투로 인사했다냥.
어떤 느낌이냥? 들어보고 싶다냥!
그러니까...
......
"음!" ...아니야.
"아!" ...이것도 아니고...
...어라? 내 원래 말투가 어땠더라...?
냥?
내 원래 말투가 어떤 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오늘 너무 많은 사람들 말투를 따라 해서 그런 거다냥.
아아... 그럴 수가... 그럼 앞으로도 계속 다른 사람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말할 수밖에 없다냥...
으아아, 침착해라냥!
네가 오늘 맨 처음 만난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잖냥!
하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하곤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다냥...
그리고 어째선지, 오늘은 평소보다 사람 구분을 더 못하겠다냥...
오늘 제일 처음 만났던 게 누군지도 기억이 안 난다냥...
냐냐냥...
냐악! 좋은 수가 떠올랐다냥!
너, 오늘은 줄곧 이전에 만난 사람의 말투로 다음 사람한테 인사했지냥?
그런데냥?
다시 인사해 보라냥!
냐 전에 온 사람 말투로!
어... 잠깐만...
"메리 크리스마스... 안의 난로 앞 자리가 남아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분명 사람들로 가득 찼겠죠?"
쉽다냥! 냐 전에 온 사람은 파파샤다냥!
어? 그래?
난 오늘 누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는데...
바로 그거다냥!
네가 파파샤한테 어떻게 인사했는지 기억해낸다면, 계속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냥!
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오늘 네가 맨 처음 만났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 거다냥!
오오! 그렇구나!
IDW 너 생각보다 똑똑하네!
흐흥! ..."생각보다"는 빼라냥!
아무튼, 파파샤는 지금쯤 난로 앞에 있을 거다냥.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다냥.
냐도 도와주겠다냥! 같이 너의 "말투"를 되찾는 거다냥!
P90 동지가 제게 어떻게 인사했냐고요?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셔도...
그래도 잘 떠올려 보라냥!
아주 중요한 문제다냥!
그렇다냥, 부탁한다냥 파파샤!
으으... IDW 동지가 둘 있는 것 같아요...
잠시만요, 기억을 더듬어 볼게요...
그때, P90 동지가 저에게 큰 소리로 "안녕하시오, 동지! 성탄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라면서...
경례까지 했어요.
그 말투는... 아, 56식 반이다냥!
네... 그래서 좀 당황했어요.
이것으로 다음 사람을 찾았습니다!
파파샤 동지, 협력 감사합니다!
저기...
그렇다고 또 경례하진 마세요...
그럼 56식 반이다냥! 지금 자습실에 있을 거다냥!
그때 정문에서 P90 동지가 맥빠진 목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럼 아니 됩니다, P90 동지! 보초 경계 중에 그렇게 기운이 없어서는 아니 됩니다!
어... 하지만 난 정문에 있는 동안 무지 즐거웠는걸?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건 분명 게파드 M1이다냥.
걔의 말투를 따라 한 것이 틀림없다냥!
"메리 크리스마스! ...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지금 빨리 방으로 돌아가서 TV를 보고 싶네요! 이번 화를 엄청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언제부터 P90이 F2000처럼 그 이상한 TV 프로그램에 빠졌나 했어.
"F2000, 메리 크리스마스! 아 맞다, 오늘 개런드 봤어? 벌써 돌아왔는지 모르겠네..."
"메리 크리스마스! 저기... 언니 아직 안 왔지? 지금 마주쳤다간 큰일 날지도 몰라..."
"메리 크리스마스! 저기, 소시지 좀 대신 가져다줄래? 짠맛으로 부탁할게..."
흐음. P90 너 짠 소시지 파였구나.
IDW... 짠 소시지가 뭐야...?
냐도 잘 모른다냥...
"크리스마스? 아무렴 어때. 어차피 산타를 믿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그 말투는 분명...
......
아니, 걔는 절대 안 된다냥.
왜? Vector는 좋은 사람 아니야?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물어보면 되잖아.
너는 Vector를 잘 모른다냥!
걔가 우릴 신경 써줄 리가 없다냥...
그럼 다른 방식으로 물어보면 되지.
아니면 Vector랑 친한 사람의 말투로 말을 걸면――
안 된다냥! 으아아, 너무 무섭다냥!
어쩌면 짜증난다고 우릴...
냐악?!
너희들...
아... 그... 그게... 우냐냥...
아, 마침 잘 됐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너, 정문에서 나한테 갈릴의 말투로 인사했어.
어? ...아하!
확실해?
그런 말투는 그 녀석뿐이니까.
근데 어떻게 우리가 뭘 물어보려고 했는지...
설마 다른 걸 물어보려 했어?
너희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무 소문도 안 날 리 없잖아.
아니, 그걸 물어보려고 했어!
정말 고맙다냥 Vivi!
P90은 Vector에게 손을 흔들며, 도망치는 IDW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
......
Vivi에 냥냥이라니... 무슨 끔찍한 조합이 다 있어...
......
거의 다 온 것 같은데냥...
곧 P90의 원래 말투를 되찾을 수 있을 거다냥!
헤헤, 내가 Vector는 보기보다 착한 사람이라고 했지?
그치만 걔는 역시 말투가 너무 무섭다냥!
뭐, 저마다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 중 하나가 말투니까. Vector는 그중에서도 말투가 꽤 특별한 케이스고.
오늘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Vector만큼은 똑똑히 기억해.
냐는 잘 모르겠다냥...
냐가 다른 사람한테 말을 걸면, 다들 냐가 빨리 입을 다물기를 바라는 것 같다냥.
그렇다는 건 IDW의 말투도 특별하다는 뜻이니까, 좋은 거야.
이제 누구 차례였더라?
FN57이다냥. 네가 맨 처음 만난 사람이 누구였는지 곧 알 수 있을 거다냥!
그러면...
P90?
아, 57! 여기 있었구나.
지금 너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래, 나도 마침 너한테 볼일이 있거든.
너, 뭐 잊은 거 없어?
어... 57 말투가 좀 무서운데...
하지만 잊은 물건 없는데? 갖고 있어야 할 거 다 있어.
그런 거 말고.
네가 할 일 말이야. 예를 들면, G36이 너에게 부탁한 일이라든가.
......?
......아!
생, 각, 났, 어?
미, 미미미, 미안해!
냥?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냥.
무슨 일 있는 거냥?
보초 임무가 아직 안 끝났어! 지금 정문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P90은 황급히 정문으로 달려갔다.
냐앙! 기다려라냥!
기지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향하는 동안, 수많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스쳐 지나갔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했다.
......
아! 왜 그랬는지 이제 알겠다!
그리폰 기지 정문.
방금 뭘 알았다고 한 거냥?
오늘 하루 내내, 누가 누군지 똑바로 구분할 수 없었던 이유. 전에는 모두를 인사할 때의 말투로 구분했거든.
그런데 오늘은, 다들 만나면 기쁘게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외쳤잖아.
그래서 다 헷갈려 버린 거야!
흐음...
그래도 잘 모르겠다냥. 왜 P90은 꼭 사람들을 말투로 구분하는 거냥?
그냥 얼굴을 기억하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냥?
......
글쎄...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난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나 봐.
하지만 말투는 다르다냥!
설령 성대가 바뀐다 해도, 입을 열면 그 말투에서 그 사람의 신분과 본심이 드러난다냥!
말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냥!
음... 그럼 왜 넌 자신의 말투로 말하지 않고 계속 다른 사람들 말투를 따라하는 거냥?
......
모두에게 버림받기 싫으니까...
냥? 뭐라고냥?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리고 내가 누굴 흉내 내는 건지 다 맞춘다는 건, 너랑 나랑 죽이 잘 맞는다는 뜻이겠지?
그런 것 같다냥!
하지만 오늘처럼 모두 다 말투로 똑같이 말하면 구분하기 어렵지 않을까냥?
그건 그렇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즐거워하는 날은 드물잖아.
이왕 이런 날이 왔으니, 소중히 해야지.
그건 또 무슨 뜻이냥?
어휴,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냥... 냥, P90?
P90은 손을 흔들며 정문의 검문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흥흥흥♫ 흐흥...♪
아, 달링~... 아니지...
어서 와, 지휘관!
메리 크리스마스! 이건 내 진심이 담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