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 관측자
MDR
술잔이 부딪히고,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짓고 서로 건배하며 축복을 나누었다.
좀 더 재밌는 돌발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기대했다. 주정뱅이끼리 싸움이 나거나, 술김에 손버릇이 나빠진 사람이라던가...
하지만 연회의 참석자들 모두 너무나도 교양이 높아, MDR은 크게 실망했다.
이상해! 이 사람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다들 샴페인만 계속 퍼마시는 거냐고! 패싸움은 언제 일어나는 거야? 이제 슬슬 비명소리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생방송하려고 보조배터리까지 챙겨왔는데, 시시해...
정성 들여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도 곱게 묶은 모습이지만, 아무리 포장한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악취를 어찌 감출 수 있을까.
소란이 벌어지기만을 바라며 궁시렁궁시렁거리는 MDR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귓속말을 해줬다.
사람들이 다 너 같은 줄 알아?
여기 신사 숙녀분들 보고 배워라, 좀. 왜 내가 굳이 널 이런 곳에 데리고 왔겠니?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선 연회가 열리면 꼭 살인 사건이 터지잖아!
결혼식, 축하연... 사람 모이는 곳이라면 꼭 자객이나 원한을 품은 자가 나타나는 법 아니야?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모였는데, 아무 일도 없는 건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
이 연회의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엄선한 상업계의 유명 인사들이야... 그리고 연회에서 반드시 살인이 일어난다고 누가 그래?!
이게 무슨 왕위 쟁탈전도, 막장 드라마도 아닌데.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현실 세계라고.
아아... 현실은 정말 실망스럽구나.
너처럼 그냥 세상이 불타는 걸 보고 싶어 하는 녀석한테나 실망스럽겠지.
뭘 모르시는구만. 내가 매일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건 단순히 재밌어서가 아니라, 매일 이행해야 하는 숭고한 의무여서라고.
어휴... 시시해 시시해.
MDR을 볼을 빵빵하게 불린 채, 연회장 구석에서 몰래 핸드폰의 덮개를 열었다.
...뭐야 이게? 출발 전에 셀카 찍고 "어때?" 라니... K2 이 녀석 마인드맵은 대체 어느 시대 거야?
G28 얘는 또 내숭떨고 있네. "하와와... 현역 전술인형쟝은 연회 에티켓 같은 거 잘 모르는 거시애오..." 검색하면 뜬다 이 초록 머리야.
역시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이대로 가다간 그불게가 이런 영양가 없는 똥글들에 파묻히고 말 거야.
...응? 뭐지? 안티 재밍 탐지기에 반응이 있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중충했던 MDR의 얼굴은 순식간에 참을 수 없는 기쁨으로 뒤덮였다.
이 주파수... 누군가 인식 방해 장치를 쓰고 있어.
단속 나오는 거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서 세일하길래 덜컥 질렀던 이 어플... 사기인 줄 알았더니 정말 효과 있구나!
흐흐흐... 과연 누굴까. 테러리스트? 폭주한 인공지능? 아니면 무자비한 외계 침략자?
무기도 챙겨서 왔으니 순순히 당하진 않아! 언제든지 한바탕 날뛸 수.... 어라?
MDR이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재밍 신호의 발신 방향을 보니, 그곳에는 눈을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이 있었다.
군청색 드레스에 실눈을 뜬 은발 여성이,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고서 남성 몇 명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재밍 신호의 발신지는... 저 녀석인가?
저 지나치게 예쁜 얼굴을 보아하니, 인형이겠네.
어디 보자... 응? 보안 시스템에 저 인형 입장 기록이 없네...?
그저 재밌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구경하러 온 MDR이었지만, 그래도 그리폰이 이 연회의 경비를 담당한 것까지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연회장의 입구에서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받은 초청장을 확인하고 그들의 안면을 스캔했기에, 입구로 들어왔다면 분명 기록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아무래도 보안에 빈틈이 있었던 모양이네.
입장 기록을 해킹한 건지, 아니면 다른 수단으로 잠입한 건지...
헤헤, 이거 재밌어지겠는데? 분명 핫이슈가 될 거야.
일단 인증샷부터 찍어야지... 좋아, 자연스럽게...
MDR은 조심조심 휴대폰을 가슴까지 들어, 은발 인형의 위치를 가늠해 촬영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찍힌 사진을 확인하니, 그 은발 인형은 번쩍 뜬 눈으로 렌즈를 쏘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돌려 슬쩍 보니, 그 보라색 눈동자는 불길한 살기를 머금은 채 여전히 MDR을 향하고 있었다.
......
......
(헐, 들켰다!)
MDR은 허겁지겁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놓고, 애써 모르는 척을 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연회장의 인파 속에 숨었다.
(저 녀석 대체 뭐지... 설마 적인가? 지휘관에게 보고해야겠――)
흐억?!
MDR이 상황 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리던 중 불현듯 고개를 들어 보니, 옅은 금발에 그 은발 인형과 매우 비슷한 분위기인 소녀를 보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MDR에겐 다행히도, 방금 자신을 노려보던 인형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라...? 되기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녀석이네...)
(뭐야, 얜 입장 기록이 있잖아?)
"현 그리폰 사원 - 소지품 검사 불필요. 검문 통과."
......?
(그리폰에 이런 인형이 있었나? 수상한데... 아니면 다른 지부에서 와서 내가 모르는 건가?)
(역시 이럴 때엔... 인터넷의 힘을 빌려야지!)
저기 저기, 거기 귀여운 아가씨!
MDR은 히죽거리며 금발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 드레스 정말 예쁘다~! 붉은색 그라데이션이 지~인짜 마음에 들어! 같이 사진 찍어도 돼?
파티 끝나면 나도 같은 옷 한 벌 장만할까 싶어서 말이야~
어... 그... 지금 사진은 조금 곤란하다...
에이, 쑥스러워하지 말고! 분명 사진발도 엄청 잘 받을 거야!
정 부끄러우면 같이 찍자! 어때?
미안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아, 캐리어... 어떡하지...
동문서답하는 와중에도, MDR은 억지로 금발 소녀와 어깨동무를 하고 휴대폰을 꺼내, 상대가 당황하는 틈을 타 사진을 찍었다.
(작전 대성공! 이제 이 사진을 그불게에 올려서 이 녀석 아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면...)
MDR, 여기서 뭐하고 있어?
아아, 마침 잘 왔어 지휘관. 지금 조사 중인데――
어...? AN94? MDR, 너 AN94랑 아는 사이였니?
아, 아니, 오늘 처음 봤어. 서로 죽이 잘 맞는 거 같아서 기념사진 한 장 찍었지. 하하하...
...잠깐만. AN94가 여기 있다는 건, 즉...
내가 안 보는 사이에 AN94가 친구를 사귄 모양이네?
AK12?!
맙소사... AK12, AN94, 또 너희들이야?! 그리고 둘 다 무슨 짐이 그렇게 커?
이번엔 대체 뭐 하러 온 거야? 설마 이 연회까지 무슨 음모에 휘말린 건 아니겠지?
"아니"라 대답해도 안 믿을 거잖아?
뭐라 대답하든 네 말은 못 믿어.
그래, 무의미한 질문이지.
그럼 AN94...
저기... 저 둘 누구야? 철혈은 아닌 듯한데, 우리 협력사 인형이야?
협력사도 뭣도 아니지만 말이지... 그냥 그리폰의 특수 부대라고 생각해.
응, 1년 365일 파견 근무만 하는 엘리트 같은 거.
금발과 은발인 두 인형, 커다란 짐들, 그리고 연회장 입장 기록...
MDR은 순간 모든 실마리가 풀린 것을 깨닫고서 속으로 감탄했다.
헤에~ 이거 훨씬 더 재밌어졌네.
AK12랑 AN94랬나? 어쩌면 나처럼 조예가 깊은 애들일지도 모르겠어.
얼마 후.
연회는 계속되었고, 술이 들어가면서 점점 입담이 풀리는 사람도 늘어 갔다.
하지만 모두 예의 바른 사람들이었기에, MDR이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MDR은 확신했다. 그 두 인형이 있는 한, 분명 재밌는 무언가가 벌어질 것이란 사실을.
이런 이런, 내가 먹방 스트리머가 아니라서 아쉽네. 이 진수성찬을 먹는 걸 생방송하면 부러워 죽을 인형이 잔뜩인데.
으음? 저건... 오오, 드디어 시작인가.
저 멀리 테라스에서 지휘관과 K2, 그리고 그 두 인형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부하는 직감으로 무언가가 계획되고 있음을 느낀 MDR은, 이를 놓칠세라 후다닥 달려갔다.
...그래서, 이미 G&K 명의로 주최 측에게 오락실의 포커 테이블을 여기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어. 물론 그쪽도 흔쾌히 승낙했고. 그리폰의 간판은 정말 편리하다니까.
또 멋대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역시 너와 AN94가 여기에 나타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겠지?
해변에서 만났던 건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이번은 운명적인 만남이야.
미안하지만 난 운명 같은 거 안 믿어.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까 성가신 일에 휘말리게 하지 말아 줘...
운명을 거스르려고 몸부림치는 인간은 언제 봐도 재밌다니까.
그때 진 것에 대한 설욕을 하고 싶진 않아? 아니면 지금 테이블을 옮기느라 수고하는 스태프들의 노력을 그냥 헛수고로 만들 거야?
포커 게임 구경하는 게 뭐가 재밌다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포커 게임이 사실 구경하는 재미가 좀 떨어지긴 하지. 하지만 정말 재밌는 건 게임이 끝난 뒤의 패자가 받을 벌칙이야...
승자가 상을 받는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패자가 추락하는 꼴은 모두가 즐기지.
게임 구경이 재미없을지는 몰라도, 벌칙 구경은 정말 재미있지 않겠어?
이런 건방진 녀석한테 굴복하면 안 돼, 지휘관!
아무리 상층부에서 파견한 엘리트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K2, 네가 나서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괜히 웃음거리가 될 필요는 없어. 애초에 이 녀석들은――
좋아! 바로 그 정신이지!
K2 말이 맞아, 지휘관! 이렇게 순순히 패배를 인정해 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
테라스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대화에 갑자기 끼어든 MDR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MDR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빙그르르 발레 동작을 하며 AK12에게 다가가 멈춘 후, 지휘관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양쪽에 그리폰 인형이 있으면, 어떻게 겨뤄도 다 우리가 이기는 거 아니겠어? 그럼 아무 문제 없지?
그게 무슨 소리야, MDR?!
왜? 내가 지금 "난 그리폰을 그만두겠다, 지휘관!"이라 외친 것도 아니잖아.
그냥 잠~시만 얘네랑 편을 먹겠다는 소리야.
그리고 우리 그리폰도 K2랑 다른 인형 둘로 팀을 짜서 공평하게 3 대 3 시합을 하는 거지. 어때?
쓸데없이 일을 늘리고 싶지는 않다만...
별수 없지. 너희가 그렇게 투지를 불태운다면야, 허락해 줘야지. 괜한 걱정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나는 고개를 떨구고 테라스를 나섰다. K2는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며 벌써부터 투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MDR은 잘해 보자는 듯이 AK12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AK12는 악수하지 않았다.
난 네게 빚진 거 없어.
지휘관이 아무리 버텨도 승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어. 넌 괜한 참견을 한 거야. 알겠지?
알고 말고. 나도 너처럼 세상이 불타는 걸 보고 싶어 하는 부류거든.
네가 연회장에 숨어들어온 수단... 정말 참신했어. 아, 그 캐리어 디자인 마음에 든다 야.
그 말을 들은 AK12는 흠칫하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어떻게 보면 확실히 너와 난 비슷한 부류인 것 같네.
그럼 당분간 동맹을 맺자, MDR.
대신 중계권은 내가 독점하고 싶은데.
촬영하고 싶다고? 얼마든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줘.
서로 꿍꿍이가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AK12와 MDR은 악수를 했다.
그런데... 솔직히 너와 동맹을 맺어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어. 시합에 별 영향도 없을 것 같고.
그러고 보니... 무슨 시합한다 했어?
응? 뭐로 겨루는데?
텍사스 홀덤. 할 줄 알아?
텍... 텍... 텍사스... 찾았다. 어디 보자... 음...
자신만만하게 선전포고를 한 건 좋았지만, 텍사스 홀덤은 난생처음 들어보는 카드놀이였다.
MDR은 후회막급인 심정으로, 부랴부랴 화장실에서 텍사스 홀덤의 규칙을 검색했다.
이게 뭐야, 전자오락도 아니고 이딴 원시적인 놀이를 누가 좋아한다는 거야?
뭐 이딴 게 다 있어? 그러고 보면 인류는 인터넷이 발명되기 전까지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MDR은 휴대폰의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품이 나오는 걸 참으면서, 설명문과 동영상으로 텍사스 홀덤의 규칙을 벼락치기했다.
내심 겨우 이 정도로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싶었지만, 몇 분간의 조사 끝에 한 가지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응...? 그러니까, 이건 무슨 현란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칩을 걸고 카드를 뒤집는 게 다네?
중요한 건, 블러핑 등의 심리전으로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
뭐야, 간단하네! 이제 족보만 외우면 되겠다.
MDR, 너 지금 어디 있어? 벌써 테이블 세팅 끝나고 플레이어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잠깐만 기다려 봐, 주인공은 항상 늦는 법이니까.
배신한 주제에 주인공은 무슨.
금방 갈 테니까 끊을게~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뭐?! 야! 끊지 마! 너——
뚝.
미안해요 아가씨, 진실을 위해서라면 마인드맵을 악마에게 팔아야 할 때도 있답니다...
나는야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나는야 데빌, 데빌 MDR~ 데빌 MDR~!
가자, 모든 것을 버리고 도박하는 여자여!
"텍사스 홀덤 10분 요약"이라는 소개 동영상을 다 보고 난 MDR은,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을 업고 전장으로 향했다.
연회장 중심에 차려진 타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아리따운 인형 소녀 6명이 자리에 앉았다.
그들 위에는 MDR의 드론이 조용히 이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런 흥미로운 이벤트에, 손님들은 테이블 주위로 몰려들어 판이 기우는 형세나 누가 이길지에 대해 웅성댔다.
하지만 게임 말고도 유독 튀는 플레이어가 있었으니...
오오?
으흠~
우옷!
우오오!
MDR은 돌려진 패를 슬쩍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허공에 어퍼컷을 여러 번 지르기도 했다.
이런 오버액션에 구경꾼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온라인 게임에서 전설 아이템이라도 뽑은 애 같네...
으음... 전혀 모르겠어.
이제 막 시작했는데, 패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알겠어요? 분명 일부러 저러는 걸 거예요.
그리폰 팀의 인형들이 의심하고 긴장하는 반면, 리벨리온 팀은 말 그대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겼다.
정말 재밌는 녀석이네. 그럼... 베팅 1000.
콜.
...폴드.
G28 왜...?! 누가 봐도 MDR은 지금 허세 부리는 거잖아요!
좀 심상치가 않아서...
그리고 홀덤은 단판 승부가 아니니까 괜찮아. 다음 판에 이기면 돼.
콜! 그리폰의 명예를 걸고, 지지 않아!
게임은 계속되었고, 판돈도 점점 커져 갔다.
새로운 라운드. MDR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이번엔 눈썹을 들썩이곤 활짝 웃으면서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행동을 선보였다.
올 인.
아항 짜릿해~! 나 다시 한번 해도 돼? 특수 필터 켜고... 찰칵!
그럼, 난 구경이나 하면 되겠지. 폴드.
나도 폴드.
우와아... 설마 시작부터 좋은 패를 받은 걸까요?
으... 그럼 전... 저도 폴드.
6명의 참가자 중 4명이 폴드를 선언했고, 1 대 1의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K2마저도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선언을 했다.
나도 올인! 그따위 수작에는 안 넘어가, MDR!
호오... 과연 어떨까~?
그럼 잔말 말고 패를 보여 주시지.
...플러시!
어이쿠 이를 어쩌나, 난 풀하우스지롱~
MDR은 싱글벙글 웃으며 패를 보였고, K2는 MDR이 판돈을 쓸어 담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역시 속임수다. 저 드론으로 모든 카드를 스캔해 적외선으로 표기하고 있어.)
(우리랑은 상관없어. 그리고, 이것도 꽤 좋은 구경거리잖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설마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너를 첫 탈락자로 만들 줄이야!
그래도 뭐, 솔직하게 말해 주지... 내가 웃었던 그 순간부터 너는 내 함정에 빠졌단 말씀! 오호호~!
시청자들, 봤지? 이게 여태껏 숨겨왔던 내 진짜 실력이라구!
MDR은 드론의 카메라를 향해 V를 보였다.
그불게의 시청자들아, 이 도박의 여신에게 무릎을 꿇거라! 후하하하하!
...아, 끝나고 텍사스 홀덤 소개글도 써야지.
MDR은 간만의 만족감에 취해 버리고 말았다.
AK12와 AN94가 이 연회에 나타난 내막 따윈 더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게시판에서 더 많은 조회수와 댓글을 받기만 하면 완벽한...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양탄자에 떨어졌다.
어, 어럽쇼?!
내 드론이 갑자기 왜...
누가 정지 명령을... 지, 지휘관!?
간섭하지 않으려 했다만... 더는 두고 볼 수가 없구나.
MDR... 드론으로 반칙했지?
결국 MDR은 반칙으로 강제 퇴장당했고, 그 판의 승부도 무효가 되었다.
인형들의 카드 게임을 구경하며,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꼴찌인 인형의 폐막 공연과 함께, 연회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후 몇 주가 지나도록, MDR은 여전히 그리폰의 카페에서 포커 시합을 열었다.
...그리고, 연회에서 저질렀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어느 그리폰 숙소의 이불 속.
아... 토, 톰슨 누님?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갚을 게요! 꼭 갚을 테니까...
그러니까, 며칠 전에 제 게임 스트리밍 채널에 후원 요청 올렸거든요? 그걸로 수익 생기는 대로 바로 드릴게요...!
"잉잉... 얘들아, 귀여운 MDR이 굶어 죽을 거 같아. 제발 도와줘..." 발사.
꺄악——!!
어휴, 난 또 누구라고... 깜짝 놀랐잖아, TAC50.
게임 중에 사기를 치다 걸리더니, 정말 도박에 모든 걸 버린 여자가 됐구나.
지휘관에게 그렇게 혼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어?
우이씨,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말하는 것 좀 보게! 왜 너 같은 녀석이 내 룸메이트야?!
...그 말엔 나도 동감이야.
그러니... 오늘 MDR한테 빌려줄 용돈은 없어.
으아아아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사기 친 건?
잘못했다니까. 다음엔 절대로 안 들키게――
아얏! 왜 때려!?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는 MDR을 보며, TAC-50은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어휴... 얘는 진짜 죽었다 깨어나도 버릇을 못 고칠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