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 작전
Lewis
……
이상이 이번 작전 내용이다.
출발하기 전에 배정된 파트너의 얼굴을 익혀 두도록.
해산!
(인어에 관한 단서를 찾는 임무라.)
(헤헤, 전설 속의 생물인 만큼 엄청 아름답겠지?)
(...크흠. 이건 임무야, 예쁜 인어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사심보단 임무를 우선시해야 해!)
(그나저나, 작전 위치가 해변이었지? 이런 날씨라면 햇살이 엄청 강할 텐데...)
(자외선 차단제를 될 수 있는 대로 챙겨야겠다.)
(참, 그것도 가져가야지.)
......
(아! 그전에 지휘관이 말한 대로 이번 파트너랑 친해지자!)
흔치 않은 작전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인형들 속에서, 루이스는 구석에 앉아 있는 R93을 어렵사리 찾아냈다.
안녕, 난 루이스야.
너와 함께 선발 조사대에 선발됐어. 잘 부탁해~
에헤헤헤...
지휘관님께서 날 선발하셨어...
정말 믿기지 않아...
안녕...?
내 말 들리니...?
앗!?
아... 네가 루이스야?
응, 내가 루이스야...
이번 작전에 같은 조로 편성됐어.
......
......
미안해, 생각하던 게 있어서...
아무쪼록 잘 부탁할게!
(착해 보이는 분홍색 머리에, 초록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신비로운 느낌이네...)
나야말로 잘 부탁해. 나, 해상 임무는 이번이 처음이거든.
그때 R93은 뭔가 문뜩 떠오른 듯, 표정이 안 좋아졌다.
무슨 일이야, R93?
루이스, 나 한 대만 때려 봐!
...뭐?
......
다들, 여기서 이번 작전에 필요한 장비를 점검하도록.
준비가 끝나면 지정 장소로 이동한 뒤 맡은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
잠시 후 임무의 진전을 확인하겠어.
...15분 후.
어? R93이 어디 갔지?
R93, 어디 있어?
저... R93 씨는 먼저 출발한 것 같아요...
그렇구나, 고마워!
(설마 그때 R93이 꿈인지 아닌지 확인한다고 자기를 때려 달라 할 줄은 몰랐어...)
(게다가 내가 힘 조절을 잘못해서 기절시켜 버렸고...)
(오늘은 운이 좋기를 바라야지!)
......
여기가 좋겠네! 지형도 완만하고, 시야도 넓고.
그리고 파라솔을 펴기에도 적당해!
좋았어, 정찰 임무는 여기서 시작하자.
루이스는 돗자리를 편 뒤, 커다란 가방에 차례차례 물건을 꺼냈다. 자외선 차단 크림, 로션, 오일, 젤, 스프레이...
그리고 파라솔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나서, 가방에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작전용 도구를 꺼내 들었다.
바로 낚싯대였다.
루이스, 작전 준비를 정말 철저하게 했구나.
아, 지휘관! 칭찬 고마워!
그런데 이 낚싯대는 뭐하러 가져왔어?
그야 당연히 낚시하려고 가져왔지!
낚시...?
응! 우리의 임무는 목격됐다는 인어에 관한 단서를 찾는 거잖아?
인어도 해양 생물이니까, 분명 제보가 들어온 이 구역에서 서식할 거야.
어두컴컴한 물속 세상에서 반짝이는 물건을 보면 누구라도 못 참겠지?
그래서~ 이 낚싯바늘을 봐! 깃털이랑 조개, 유리로 잔뜩 장식했어!
물론 이것만으론 부족할 것 같아서, 내가 아끼는 비장의 물건도 가져왔지.
그리폰에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인간 남성 아이돌, "G"의 방수 코팅된 사진!
인형이라면... 아니, 인어라 할지라도 분명 걸려들고 말걸?
......
음... 아, 아주 훌륭한 분석이네.
아무튼, 선발 조사대의 상황은 문제없고?
선발 조사대의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야!
R93은 먼저 목표 구역으로 진입해서 수색을 시작했어.
단지, 내 쪽에 약간 문제가...
무슨 문제?
루이스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등을 보였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긴 했는데, 등은 어떻게 해도 골고루 바를 수가 없지 뭐야.
지휘관이 좀 발라 줄래?
......
나중에 R93한테 발라 달라고 해.
지휘관은 다른 대원의 상태를 보러 떠나려 했지만...
루이스는 지휘관의 발목을 덥석 붙잡았다.
지휘관. 내 연산에 따르면, 내 살이 타면 마인드맵이 붕괴될 확률이 99%야.
...루이스, 이거 놔.
몇 시간 후, 썰렁한 해변에는 마인드맵에 정신이 나간 인형이 홀로 외로이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
알았다 알았어.
발라주면 되잖아...
와아, 지휘관 오늘은 한층 더 멋진 것 같아!
(...그런데 왜 살기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지?)
루이스는 다시 파라솔 아래에 엎드렸고, 지휘관은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등에 선크림을 발라 주었다.
하지만 긴장한 탓일까, 지휘관의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자, 다 발랐어.
그럼 계속해서 임무 수고해.
고마워 지휘관!
보답으로, 이번엔 내가 지휘관한테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줄게.
자, 이쪽에 엎드려~
아, 아니 됐어!
지금은 다른 쪽도 확인해야 하거든!
에이, 금방이면 되는데! 그렇게 사양 말고――
(어... 시선의 살기가 방금보다 심해진 것 같은데...?)
정말 괜찮대도!
아, 낚시찌 움직인다!
정말!?
루이스의 주의를 돌린 지휘관은 그대로 부리나케 도망쳤다.
뭐야, 안 움직이잖아! 지휘――
...어라, 어디 갔지?
하아... 심심하다.
R93은 또 어디로 갔담...
그건 그렇고, 그리폰은 아이돌 선발 대회도 열고 팔씨름 시합도 하면서...
왜 미인 선발 대회는 없는 걸까?
예쁜 인형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우린 전술인형이라 전투가 주목적이라서 그런 걸까?
하지만 겉모습도 중요한걸! 적어도 나한텐 상대의 본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바로 외모라고!
지휘관도 그래, 처음 만났을 때 한눈에 믿음직한 사람인 걸 알았는걸!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를 겪으면서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단 걸 확신했고 말이지.
그러니까 내 판단 기준은 하나도 문제 없어♪
그런데, 인어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온몸에 비늘이 자란 모습일까, 아니면 전설대로 절반은 인간에 절반은 물고기일까?
반반이라면 좌우로 반반일까, 아님 위아래로 반반일까?
위아래로라면 상반신이 물고기일까, 하반신이 물고기일까?
흐음... 생각해 보니, 조합이 엄청 많네...
에이, 상상은 그만하고 임무에나 집중하자.
인어 아가씨, 얼른 걸리렴!
...2시간 후.
왜 이렇게 안 걸려드는 거지?
이상하네...
루이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잠깐 상황을 정리해 보자.
인어는 항상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반짝이는 물건에 이끌릴 게 분명해.
물속에서 헤엄치던 인어가 내 반짝이는 낚싯바늘을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설마, 꽃미남 인어의 청혼 반지로 착각하고 너무 감격해서 기절이라도 한 걸까?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으니, 기절했더라도 지금쯤이면 깨어났겠지.
정신을 차린 다음 낚싯바늘에 조심조심 다가갔을 테고...
가까이 다가갔다면 반지가 아닌 것도 알았겠지?
그리고 실망한 인어가 울상으로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
낚싯바늘에 사진이 걸려 있는 걸 발견하는 거야...
별것 아니겠지 하는 심정으로 대충 살펴보니――
어머나, 엄청 멋진 꽃미남!
인어는 한눈에 반해 버려서...
......
설마, "G"의 사진만으로는 못 참아서 직접 찾으러 간 거 아니야!?
그럼 "G"가 위험하잖아!?
안 돼, 그렇게 되면 다 나 때문이야! 어서 "G"를 구하러 가야――
루이스가 "G"의 SNS 계정에 댓글을 작성하려는 그 순간, 낚싯대의 찌가 움직였다.
뭐야, 이제서야 다가온 거였어?!
루이스는 숨을 죽이고 "인어"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찌가 격렬하게 움직였다.
걸렸다! 그럼 어디 모습을 드러내 보실까!
루이스는 낚싯대를 붙잡고 줄을 감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저항이 완강했다.
......호오.
이거 재밌는걸.
드디어 나와 겨룰 만한 상대가 나타났구나.
요동치는 낚싯대를 꽉 잡고서, 루이스는 몸을 풀고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온 힘을 다해 낚싯줄을 감았다.
루이스에게 저항하던 "인어"는 점점 약해지더니, 끝내 포기한 듯 미동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벌써 끝이야?
에이, 싱거워라...
힘겨루기는 허무하게 끝났지만, 루이스는 침착하게 낚싯줄을 마저 감아 전리품을 건져 올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낚인 것은 인어도, 괴상한 해초도 아닌...
하얀색 바탕에 검은 레이스가 달린 비키니 상의였다.
루이스가 어안이 벙벙해 하던 그때, 저 멀리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익숙한 그 목소리에, 루이스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챘다.
아하! 이건 분명 인어의 수영복이야!
방금 그 비명은 R93이 도망치는 인어를 보고 놀라서 보낸 신호고!
좋았어, R93은 계속해서 인어를 추적해 줘!
난 이 사실을 지휘관에게 알릴 테니까!
루이스가 자리를 박차고 뛰어가려던 찰나,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았다. 확실히 이상했다. 그녀가 정성 들여 꾸민 낚싯바늘에...
"G"의 사진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휘관! 보고!
우리 선봉 수색팀이 엄청난 단서를 찾아냈어!
루이스가 낚아 올린 수영복을 보자, 지휘관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 이거 R93의 수영복 아닌가?)
......
그래, 알았어.
정말 잘했어, 루이스.
나머지는 내게 맡겨.
이 인어의 옷은 내가 감식반에게 전달해서 분석을 맡기도록 할게.
(R93한테 돌려줘야 하니, 일단 수영복을 건네받아야지...)
지휘관이 그 수영복을 받으려 했지만, 루이스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건 안 돼!
나 아직 보고 안 끝났어!
빨리 인어를 붙잡지 않으면, "G"가 위험할 거야!
"G"...? 아, 그 남성 아이돌 말이니? 그 사람이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미안해 지휘관, 다 나 때문이야...
인어를 유인하려고 "G"의 사진까지 동원했거든.
그런데 내가 인어의 옷을 낚았을 때, "G"의 사진이 사라졌어.
분명 인어가 "G"의 매력에 빠져서 사진을 가져가 버린 거야...
그리고 "G"가 최신 근황을 올렸는데, 마침 이 근처의 바닷가에서 인어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래!
만약 인어가 해변에 있는 "G"를 발견한다면...
어쩌면, "G"를...!"
아아, 더는 말 못 하겠어...
아무튼,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나 때문에 위험해지는 건 절대 두고볼 수 없어!
알았어, "G"의 일도 내가 처리할게.
그리고 이 인어의 옷도 내가 관리할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지휘관,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말해 보렴.
루이스는 가방에서 "G"의 사진을 한 움큼 꺼냈다.
......
그, 그래, 아주 완벽한 작전이야. 그렇게 하자!
(R93의 수영복을 받기만 하면 되니까...)
10분 후.
지휘관, 긴장돼?
전혀.
좋아!
그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나와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거야, 알았지?
뒤돌아보지 말고, 나머진 나한테 맡겨.
응, 알고 있어.
지금이야!
루이스의 신호가 떨어지자, 지휘관은 루이스를 등지고서 쏜살같이 달렸다. 루이스도 그런 지휘관의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고서, 반대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일정 간격으로 "G"의 사진을 바다에 뿌렸다.
인어 아가씨, 이쪽이야 이쪽!
여기에 "G"의 사진이 잔뜩 있어~!
R93, 지금 구하러 간다!
서로 등지고 넓은 백사장 위를 달리는 두 사람과, 흩날리는 사진들...
사진들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에 휘날리며, 푹신한 모래 위에, 따듯한 바닷속에 떨어졌다.
그리고, 바닷속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그 사진을 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