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 대행진
CBJMS
......
지휘실.
지휘관은 막 작성된 작전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인형 한 명이 문을 박차고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지휘관! 우리 물총 싸움하자!
안녕, C-MS. 그런데 갑자기 물총 싸움이라니?
여름도 다 끝나가는데, 내 부하로서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거야?
지금 안 하면 올해에 물총 놀이를 할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만다고!
여름이 끝나간다...
그래, 맞는 말이야.
흐흥, 그치? 그럼 지금 당―
지휘관님, 들어가도 될까요?
이미 들어와 놓고서 말하니...
그래, 무슨 일이야?
수영복을 골라 주셨으면 하는데, 이건 어때요?
(이 녀석... 먼저 온 건 난데!)
(......!!!)
(뭐야 이 녀석?! 잘 보니까 몸매가 꽤...)
계십니까? 들어갈게요.
응? 선객이 있었군요.
지휘관님, 현장의 안전 수칙 방안을 전송 드렸습니다.
(또 새치기! 내가 먼저 왔는데!)
(게다가 이 녀석도 몸매가... 나, 나도 조금은... 아니 이게 아니라!)
야, 너희 둘 다 왜 수영복 차림이야?
응? 카리나 씨한테 통지 못 받았어? 곧 인어 수색 작전에 나가야 하잖아.
아, 그거? 난 뻥인 줄 알았지.
그 녀석, 내 보너스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카리나가 그 말을 들었다간 큰일 날 거다, 너...
Z-62, 수영복은 나중에 봐도 될까?
그리고 안전 수칙 작성 수고했어, 세르듀코프.
훑어봤는데 딱히 문제점은 없어 보였어. 자세히 읽고 난 뒤에 피드백하지.
C-MS는 두 인형을 째려보았다.
그리고 C-MS, 방금 말한 물총 싸움은 아주 좋을 것 같구나. 이번 일정에 고려해 보겠어.
......
응.
음? 너 왜 갑자기 기운이 없어 보이는 거야?
......흥.
나 먼저 갈래!
응...?
지휘관, 수영복 입은 애들한테 먼저 대답했어!
상관인 내가 눈앞에 있는데도!
그딴 수작을 부리다니, 비겁한 녀석들...
좋아, 그럼 나도 이제 청순한 인형인 척 그만두고, 수영복 입을 거야!
......
그래도 이건 좀 많이 부끄러운데...
에이 몰라! 안 입어!
인어 수색 작전 당일.
(에이, 결국 입고와 버렸네...)
아, C-MS. 그 수영복 정말 잘 어울리는걸?
그런데 외투가 좀 커 보이는데, 적당한 사이즈로 한 벌 사 줄까?
그러는 편이 움직이기에도 편할 거 아니야.
시, 신경 쓰지 마!
그것보다, 감히 날 기동팀에 편성하다니.
난 지휘관의 상관인데, 저기 저 의자에 앉아서 지시나 내리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 C-MS 씨...
흥, 그래도 부하의 얼굴을 봐서 어울려줄게.
지휘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C-MS와 Z-62에게 지령을 전달했다.
이건...?
너희의 임무는 다른 대원들을 보조하는 거야.
수색 작업 도중 돌발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으니, 그에 대응하는 기동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해.
만약 임무 수행 중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곧장 날 찾아오도록.
아, 알겠습니다...
좋아, 중요한 역할이라면야 내가 나설 수밖에 없지.
...잠깐, "너희"라고? 나 말고 또 누가 기동팀인데?
...아까부터 네 옆에 있잖아.
C-MS는 그제서야 자기 옆에 서 있는 인형의 존재를 눈치챘다.
아이 깜짝이야.
아, 안녕하세요, C-MS 씨...
새 부하야? 처음 보는 얼굴이네.
어... 지휘실에서 Z-62랑 만났잖아?
그랬던가?
다른 사람들을 부하 취급할 거면, 적어도 얼굴은 기억해야지...
괘, 괜찮아요... 얼굴은 천천히 익혀도 돼요...
그리고 전 원래부터 존재감이...
다 각자의 능력에 맞춰 편성됐으니까 자신감을 가지렴.
C-MS는 Z-62와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봐 봐. 어디 도움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말이야.
자 그럼, 임무 수고해.
쳇, 날 부하처럼 부려먹다니 정말 위아래가 없다니까.
나중에 어깨 주물러 줘야 해!
저기... 지휘관님 벌써 떠나셨는데요...
뭐야?!
흐음... 지휘관이 우리더러 다른 녀석들을 도우라고는 했지만, 다들 딱히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데?
그냥 우리끼리 물총 싸움하는 게 어때, 새 부하?
......
"몇 년 후, 아우렐리아노 대령은 사형 집행대 앞에 서서..."
야, 너 뭐해?
뭔가를 읽으면서 중얼대는 Z-62에게 호기심이 발동한 C-MS는 그대로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 넌 소설을 소리 내면서 읽는 습관이 있구나?
아뇨, 책을 항상 끝까지 읽지 못해서 틈이 날 때마다...
아앗!
Z-62는 아차 하며 책을 덮었다.
C, C-MS 씨... 무, 무슨 일이세요...?
너, 지금 농땡이 부리는 거야?
아아아아뇨!
그, 그냥... 빨리 다 읽고 싶어서...
그러면 안 되지이~ 중요한 임무 중인데 네가 이렇게 딴짓을 했다는 걸 지휘관이 알았다간...
에엣...!?
지휘관한테 들키긴 싫지?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하지만...
대답은?
A, aye aye Ma'am!
(헤헤, 아주 쉽게 심부름꾼을 손에 넣었네.)
......
...1시간 후.
Z-62은 C-MS에게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상황 보고~
박하 맛은 다 팔렸어요...
그, 그럴 수가!
그럼 지금 이게 마지막이란 거야?
벌써 실컷 먹었잖아요... 그걸로 20개째인데...
가게 주인도 이제 제 얼굴을 기억할 거예요...
그럼 할 수 없지 뭐.
잠깐 쉬고 다음 임무 준비해.
저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지금 제게 시키는 일... 정말 인어 수색 작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물론이지, 아이스크림 심부름은 네 수색 능력을 시험해 본 거야.
이제... 본격적인 인어 수색 작전을 시작하자고.
아, 그리고... 조금 전에 일은...
무슨 일?
그러니까... 제가... 딴짓했던 일 말인데요...
너 딴짓했어?
벌써 잊었어요...?
뭐래. 알아듣게 좀 말해.
아무튼, 계속 잘하고 있어. 넌 분명 우수한 부하가 될 수 있을 거야.
어디 보자, 다음 임무는... 현지에서 수박을 사 와.
아, 알겠습니다!
(날 이렇게 중용해 준 사람은 처음이야... 힘내자!)
(근데 쟤 이름이 뭐였더라...?)
(하음... 모르겠다, 졸린데 좀 자야지.)
......
얼마 후, 꾸벅꾸벅 조는 C-MS에게 Z-62이 통신 연결을 했다.
저... 수박을 샀어요.
또 할 일은 없나요?
쿠울...
C-MS 씨?
수박은... 음냐... 찬 게 맛있어... 쿠울...
네? 차, 찬 수박이요? 알겠어요... 저기, C-MS 씨, 지금 어디 계세요...?
여보세요...? C-MS 씨...?
쿠울...
......
어휴 내가 못 살아...
......
우웅... 5분만 더어...
...지휘관?
지, 지지지지지휘관!? 여긴 왜 왔어?!
이제 일어났니?
우수한 C-MS가 임무도 내팽개치고 쿨쿨 곯아떨어져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는걸?
아... 아니야!
해도 해도 너무 지루하잖아!
오기 전에 물총 싸움을 하자고 한 게 누구였더라? 아무튼, 임무 다 끝나면 모두랑 같이 놀아도 돼.
흥, 말 안 해 줘도 그럴 셈이었거든?
삐삐삐.
지휘관의 통신 단말기에 신호가 왔다.
지금 다른 팀에게서 지원 요청 신호가 들어왔어.
네가 대신 가 보렴.
싫어. 물총 놀이할 거야.
끝나면 실컷 놀게 해 줄 테니까...
아차, Z-62도 잊지 말고 함께 데려가.
(부하 주제에 나한테 명령이라니... 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서 코를 아주 납작하게―)
C-MS?
아, 알았어!
금방 갈게!
원래대로라면 나도 함께 가야겠지만, 지금 다른 곳에서도 일이 생겨서 말이지.
나중에 다시 보러 올게.
흥, 오면 어깨 주물러 주라고...
......?
또 언제 가 버린 거야!?
아 몰라! 다른 녀석들이나 보러 가야지.
...근데, Z-62이 누구였더라?
끝났다... 다 끝났어...
나의 원고가... 아아...
야, 신호 보낸 거 너지?
오오, 구원의 손길이구나!
C-MS! 내 말을 들어 주시오...
그리고 4식은 10분 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그래서, 원고가 다 젖었다고? 거참 재수 없네.
이제 어찌하면 좋을지...
(물총을 꺼내 들며) 그래, 어쩌면 좋을까.
왜, 왜 그러시오? 갑자기 총을 꺼내다니,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소?
들어 보니까 다 네가 그리던 만화가 어쩌고 하는 것뿐이잖아. 그 말인즉슨... 인어를 찾는 임무는 전혀 하지 않았단 뜻이지?
어? 그건 그렇지만——
삐뚤어졌구나, 4식.
널 교정시키는 게... 내 의무야.
타앙!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4식은 물웅덩이에 쓰러졌다.
C-MS는 쪼그려 앉아 4식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려 보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와우, 정말 인형이 기절할 정도구나.
MDR이 추천한 총성 발생기, 효과 괜찮은데?
이 선크림 어때?
효과 좋네.
그런데, 겨우 선크림 발라 달라고 날 부른 거야?
응. 사실은 지휘관에게 부탁할 생각이었어.
직접 바르기 어려운 곳이 많잖아?
지휘관에게 이런 일을 시킬 생각이었다니... 임무는?
외모는 인형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인어를 찾는 건 조금 늦어져도 괜찮잖아.
타앙.
또 한 번 총성이 터졌고, 루이스도 물웅덩이 위에 엎어졌다. C-MS는 만족스럽게 총구를 훅 불었다.
역시, 루이스도 타락했군.
자아, 다음은 누구냐!
힘내 88식! 지휘관이 곧 올 거야!
으으...
지휘관은 안 와.
뭣——
타앙... 하는 총성이 이번엔 터지지 않았다.
가느다란 물줄기만이 세르듀코프의 얼굴에 뿌려졌을 뿐이었다.
어, 어라? 배터리가 다 됐나?
C-MS... 여기저기서 사고 치고 있다는 녀석이 너였구나?
아, 아니야, 난 그냥 장난...이 아니라, 도와주려고.
오호라, 장난~?
사카모토 씨! 붙잡아!
사카... 뭐? 그게 누구―
으악!? 이게 뭐야! 아야! 아야야!
어디선가 날아온 까마귀 한 마리가 C-MS의 얼굴을 덮쳤다.
역시 내 파트너야.
으아앙!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안 돼, 같이 모두에게 사과하러 가 줘야겠어.
으으으...
...흥, 지금이다!
C-MS는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던져 까마귀의 주의를 돌렸다.
어? 야!
잘 있어라!
서쪽엔 없소이다.
동쪽에도 없는 것 같아.
그렇다면 내 근처에서 숨어 있는 거겠지.
두고 봐...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니까.
바닷가의 어느 오두막.
휴우... 겨우 숨을 곳을 찾았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난 모두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 했을 뿐인데...
그때,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가왔다.
누구야!?
저예요, C-MS 씨.
너는...?
...모르겠네. 네가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밖에 세르듀코프 녀석들이 갔나 좀 봐줘.
Z-62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좋아요.
대신 물총을 빌려주세요.
응? 이건 왜?
그게 당신의 "범행 도구"잖아요?
그걸로 세르듀코프 씨를 다른 곳으로 유인할게요.
Z-62는 안경을 고쳐 쓰며 제안했다.
오호, 좋은 생각이야.
자. 하지만 총성 발생기의 배터리가 다 돼서 지금은 그냥 물총이야.
Z-62는 물총을 받아 들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돌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렇다는 건... 제가 이걸로 당신을 쏴도 아무도 모른다는 소리네요.
그렇지.
.......응?
지금 뭐라고...?
제 이름을 잘 기억하세요! 저는 Z-62!
부하를 온종일 바닷가에 내버려 둔 채로 잊어버린 상관이 어디 있어요!?
C-MS 씨 바보멍청이해삼말미잘!
치익 치익 치익! Z-62의 연속 물총 사격은 전부 C-MS의 미간 정중앙에 명중했다.
어푸풉! 사, 살려줘!
C-MS는 헐레벌떡 오두막에서 뛰쳐나왔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잡았다!
으윽...!
C-MS는 목덜미를 붙들려 제압당했다.
이 녀석, 허튼짓 하지 말고 평소처럼 모두를 도와줬으면 얼마나 좋아?
다들 자기들끼리 신나게 노는 것 같더만! 그리고 몸매도 부럽고!
너 말이야...
지휘관님, 얘는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반성이나 하고 있으라 해요.
소녀도 세르듀코프에게 동의하옵니다.
아, 수박이 몇 조각 안 남았사옵니다.
알았어, 더 썰어 줄게.
이것 참 면목이 없사옵니다. 소녀가 인간만큼 손재주가 좋았다면 지휘관 나리에게 수고를 끼칠 일도 없었을 터인데.
괜찮아, 애초에 모두 편하게 쉬라고 온 거니까.
그리고 넌 네 임무도 있잖아.
C-MS, 반성하고 있어?
얌전히 있으면 너도 수박 줄게.
흥!
지휘관 일행이 떠나고 잠시 뒤, Z-62가 슬쩍 수박 두 조각을 C-MS에게 가져왔다.
C-MS 씨...
뭐.
수박 좀 가져왔는데, 먹을래요?
C-MS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박을 받았다.
C-MS 씨, 화났어요?
...내가 왜 화를 내?
그 대답을 들은 Z-62은 배시시 웃었다.
그렇군요...
사실, 전 당신이 저를 기억해 주길 바라서 그랬던 거예요....
잠깐이긴 했지만, 당신의 부하니까요.
퉤, 퉷퉷.
C-MS가 수박씨를 뱉었다.
이 수박, 씨가 참 많네.
그래도 무지 맛있어. 고마워.
그런데...
전혀 신경쓰지 않았군요... 괜한 걱정이었네요.
오늘 함께 임무를 수행해서 즐거웠어요.
그게... 누가 제게 그렇게 많은 일을 시킨 적이 없었거든요...
아, 다 드셨어요? 몇 조각 더 가져올게요.
으응... 뭐라고?
어라, 사라졌네?
C-MS, 반성 잘하고 있어? 수박 가져왔다.
응? 뭐야, 바닥에 수박씨가 잔뜩이잖아. 누가 몰래 가져다줬니?
응. 방금... 어... 그 녀석 이름이 뭐였더라?
......
C-MS 씨... 지금 뭐라고요...?
쨍그랑! 새빨간 수박이 담긴 새하얀 접시가, Z-62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뭐... 뭔데? 내가 무슨 말실수 했어?
갑작스런 바람에, 나뭇잎들이 쏴아쏴아 불길한 소리를 냈다.
오늘 밤을 만끽하라고 말하러 왔더니만...
이거 아무래도, 굳이 말 안 해도 되겠구나.
어, 야, 총은 갑자기 왜 꺼내?
"야"가 아니라, Z-62... Z-62...! Z-62라고요!
지, 지휘관! 도와줘! 저 녀석 표정이 무서워!
제 이름은 Z! 6! 2란 말이에요!
대체 몇 번을 말해야 기억할 거예요오오오오오!!!
으아아아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애애애!!!
맑은 달빛 아래, 하얀 백사장은 C-MS와 Z-62가 뛰노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훗날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을 그 광경을, 지휘관은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모두 항상 이런 식으로 즐겁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네. 이런 날이... 다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지휘관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오늘같이 즐거운 늦여름날을, 또 언제 즐길 수 있을지.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