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함 출항
4type
……
["멋진 지휘관 나리에게 귀엽게 자백하기" 작전 계획을 불러오는 중...]
[불러오기 완료.]
[제 357차 모의작전 시작.]
지휘관 나리, 이번 임무 준비 중이시옵니까?
그게...
사실은, 소녀... 나리에게 아뢸 말이 있사옵니다...
......
송구하옵니다, 지휘관 나리! 소녀가... 소녀가 나리에게 거짓말을 했사옵니다!
이번 작전의 정보는 거짓이었나이다!
결단코 나리를 속일 셈은 아니었사옵니다!
소녀도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부, 부디 화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으으으, 코어만은...! 코어만으으으은!!!
타, 탄광?! 아니 되옵니다!!!
코어를 반납해도 좋으니 탄광만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나으리! 지휘관 나리! 소녀를 버리고 가지 마시옵소서!!!
[제 357차 모의 작전, 연산 종료.]
[결과 - 코어 반납 후 민간으로 전출.]
4식,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왜 여기서 멍하니 그러고 있어?
어, 지휘관 나리!?
음! 나리의 결단을 믿겠사옵니다!
아, 알겠사옵니다!
(으으, 마인드맵이 과열될 것만 같아...)
그럼 준비 열심히 하렴, 난 다른 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야 해서.
......
아아...
소녀의 지휘관 나리 어쩜 저리도 멋지실까...
...아차!
또 지휘관 나리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안 돼! 손 쓸 방도가 없어지기 전에 나리에게 꼭 털어놓아야 해!
하지만...
이번 작전이 취소되면 만화에 쓸 소재가 없어지는데...
마감이 코앞이라, 제때 원고를 제출하지 못하면 편집자가 또...
......
네에?!
소재가 안 떠오른다고 원고를 미루시겠다니요!?
제발 핑계를 대실 거라면 좀 그럴듯한 걸로 해 주세요!
그러시면 저희도 힘들단 말입니다...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정말 소재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걸 어떡하란 말이옵니까...
최근에는 임무에 나갈 기회도 적어져서...
소재가 없다면 만들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규칙은 딱딱해도, 인간은 유연하게...
아, 선생님은 인형이시죠. 죄송합니다.
흐음... 아, 이렇게 하시면 어떠신가요?
......
............
뭣이!?
지금 소녀에게 지휘관 나리를 속여 작전을 만들어 내란 말이옵니까?!
절대 아니되옵니다! 지휘관 나리를 속일 순 없사옵니다!
그리폰에는 사내 익명 게시판이 있다면서요?
거기에다 익명으로 거짓 정보를 올려도 선생님이 썼는지 모를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아니 되옵니다!
그런 일은 절대 할 수 없사옵니다!
허어... 그럼 저희도 달리 방도가 없겠군요.
요즘 인기 만점인 지휘관이 주인공인 여성향 만화의 작가가 누구인지, 선생님의 지휘관께서 알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마침, 저번 호 발매 후에 만화 작가가 누군지 많은 독자분들이 궁금해하던데...
뭐, 뭣이라!?
절대 누설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러니까 좀 서둘러 주시라는 겁니다.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업로드할 게시글도 대신 써드리겠습니다.
최근 화제인 인어를 주제로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편집자한테 놀아나고...
자백하면 불같이 화난 지휘관 나리에게 즉석에서 코어를 뽑히고...
그리고 탄광으로 보내지고...
어두컴컴한 탄광에선...
두 번 다시 나리를 만날 수도 없고, 만화를 연재할 수도 없어!
절대 안 돼!!!
4식? 빨리 집합해, 이제 출발한다!
아, 알았사옵니다! 지금 가겠나이다!
결국...
지휘관 나리에게 큰 죄를 짓고 말았구나...
......
자아, 그럼 사전에 편성된 대로 흩어져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임무는 간단해. 해변을 따라, 인어와 관련이 있을 만한 단서를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찾아낼 것.
각 팀은 지정된 장소에서 임무를 진행하되, 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
그리고 임무 수행 중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라저!
좋았어! 이제 지휘관 나리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겠군!
나의 노력이 헛되진 않았구나!
4식은 지휘관 근처의 야자수 뒤에 숨어, 지휘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기록했다.
흐음... 역시, 제일 먼저 선봉 수색팀을 확인하러 가시는군.
선봉 수색팀... 분명 루이스와 R93이었을 터...
조금 더 가까이 가서 관찰해야겠어...
수색팀의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야!
R93은 먼저 목표 구역으로 진입해서 수색을 시작했어.
단지, 내 쪽에 약간 문제가...
루이스가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등을 보였다.
......
............
루이스 네 이놈...!
감히 지휘관 나리에게 선크림을 발라 달라 하다니!
무엄하다!!!
나는...
언제 저런 포상을 누릴 수 있을지...
아, 아니야! 지금은 이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정신 차려라, 4식!
지휘관 나리의 매 순간이 귀중한 소재라고! 절대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그려야 해...
지휘관이 루이스의 등에 선크림을 골고루 발라 주고 나자, 이번엔 루이스가 선크림을 들고 지휘관을 붙잡았다.
......
............
이이이이번엔 지휘관 나리에게 바를 셈이라고!?
루――이――스――!!!
넌... 넌 내가 가만두지 않겠――
안 돼!
휴우... 하마터면 뛰쳐나갈 뻔했네...
오? 하핫! 루이스놈, 지휘관 나리에게 퇴짜맞았구나♪
지휘관 나리는 이제 다음 팀을 보러 가시는 것 같군...
얼른 따라가야겠소이다!
흐음? 저 외딴 구석에 무슨 용무이시지?
잘 보니 뭔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지, 지휘관님...
저...
저건... 아, 구조팀의 88식이 아닌가!
수영 기능에 문제가 있다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번 임무를 위해서 며칠 밤을 새 가며 뭔가를 만들었다고 했지?
하지만 아무리 수영 기능을 상승시킬 장비를 만들었다 해도, 수영을 못 하니 물에 들어가긴 역시 무섭겠지.
......
............
아아, 역시 지휘관 나리는 상냥한 분이시구나!
저렇게 인내심 있게 88식을 격려해 주시다니...
여기에 있었구나, 88식.
음, 세르듀코프도 왔군.
정보에 의하면 세르듀코프는 구명 전문 훈련을 받았다 하니, 88식을 잘 돌볼 수 있을 터...
최근 들어 기지의 인형 대부분이 탐색에 나가 인력 부족하니...
지휘관 나리가 88식을 구조팀에 편성하신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
아니...
내가 헛소문을 퍼뜨리지 않았다면 88식이 저렇게 곤란해할 일도 없었겠구려...
......
미안하오, 88식. 이번 화에서 그대를 제일 예쁘게 그려 주겠소!
이번엔 바닷가인가...
응? 저건...
어... 이름이 뭐더라...? 어째서 기록이 안 되어 있지?
설마 내 기억 모듈이 고장이라도 난 것인가?
어... Z-62? 너 혼자 물속에서 수박을 안고 있니?
아, Z-62였구나.
소거법으로 추측해 보건대... 기동팀이겠군.
그런데 왜 C-MS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거지?
꺄악!? 지, 지휘관님?!
어... 그게... C-MS 씨가 저에게 찬 수박을 가져오라고 해서요...
Z-62는 지휘관에게 기동팀의 상황을 보고했다.
......
............
흑흑흑... 어쩜 저리 불쌍할 수가...!
어떻게 "존재감이 없는" 설정인 인형이 있을 수가 있나!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잊히는 건 정말 괴롭겠지...
그리고 C-MS, 이 매정한 녀석! 어떻게 Z-62를 바다에 버려두고 잊을 수가 있나!
저 불쌍한 아이는 계속 차가운 물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흑흑...
지휘관의 격려를 받고, Z-62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
............
아무리 익숙해졌다 한들, 역시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지 않은가!
Z-62, 걱정 마시게! 이번 화에서 그대를 주인공으로 그려 줄 테니!
아, 지휘관 나리도 이젠 휴식하러 가시는가 보군.
그럼 나도 이참에 원고를 정리해야겠어!
오늘 모은 소재만으로도 몇 화는 족히 그려낼 수 있겠어~
당분간 소재 걱정은 덜었소이다!
어디 보자... 지휘관 나리의 오늘 일정은...
대원들에게 임무를 설명하시고, 먼저 선봉 수색팀의 상황을 보러 가셨지. 건방진 루이스에게 휘둘려 그녀의 등에 선크림을 바르셨고...
구조팀을 보러 가 가엾은 88식을 위로하셨고...
그다음은...
......어라? 그다음은 누구였더라?
물속에서 수박을 안고 있었는데, 왜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지...
그때, 저 멀리 바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
아니, 이건 누구의 비명이지!?
분명 수십 화를 채우고도 남을 소재거리가 틀림없어!
당장 확인하러 가자!
4식은 바다로 달려 나가, 튜브에 올라타고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품에는 고생해서 그린 원고를 꼭 껴안은 채, 손에는 원고지를 들고서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선을 따면서,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접근했다.
저건...
수색팀의 R93?
설마, 정말로 인어를 발견하기라도 한 건가?!
그, 그럴 리는 없겠지?
인어 소문은 내가 지어낸 것이니...
R93 씨!
제가 구해드릴게요!
오오, 88식이다!
역시 지휘관 나리의 격려를 받고 용기를 낸 것일 테지!
과연 지휘관 나리는 굉장한 힘을 가졌어!
88식이 R93을 구하러 가고 있군. 조금만 더 참으시게, R93!
88식이 나아간다, 물살을 가르는 상어처럼!
힘내시오, 88식! 그대가 최――
살려줘요! 켁켁!
저... 어푸... 저 수영 못 해요!
4식은 상황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조심조심 몸과 고개를 튜브 밖으로 뻗었다.
......
...88식?
88식! 지금 구해줄게!
세르듀코프가 88식을 구하러 온 것을 보자, 4식은 흥분하며 몸을 더욱 앞으로 움직였다.
오오오, 역시 중요한 순간엔 베테랑인 세르듀코프가 나설 차례인가!
저 날렵한 모습, 군더더기 없는 발차기! 온몸에서 전문가의 품격이 흘러나오는구나!
나의 예상대로, 세르듀코프가 있으니 88식이 위험할 일은――
응? 저 까마귀, 뭐 하는 거지?
세르듀코프의 상황이 어째...
아앗! 어푸어푸, 이런...!
종아리에... 쥐가... 아니라 고장 났어! 어푸어푸...
......
왠지, 요 주둥아리가 화를 부르는 것 같구만...
잠깐!
88식이... 수면에 떴다!?
지휘관 나리의 격려가 다시 빛을 발하는 것인가!
88식, 힘내시게!
그래, 그렇게 헤엄치는 것이오!
와아아아!!
88식이 세르듀코프를 안아 올렸다! 이런 건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아닌가!?
역시 88식 그대가 최――
4식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튜브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걸치고 있는 것도 잊은 채 튜브를 두드리며 바둥댔다. 그리고...
으악!!!
꼬르르륵...
다행히 4식은 수영을 할 수 있기에, 별문제 없이 곧바로 튜브 위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원고는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나의 원고가아아아!!!
나의 여태까지의 노력이――!!!
......
설마... 이런 최악의 전개로 이어질 줄은...
이제 다 틀렸어... 편집자는 비밀을 누설해 버리고, 지휘관 나리는 그 단서를 따라 수사를 벌여, 거짓 정보를 퍼뜨린 범인이 나인 것을 아시게 되겠지...
그리고 분노한 지휘관 나리가 날 즉각 해체해 버리고...
난 어두컴컴한 탄광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야...
이것이... 인과응보인가?
고작 만화 한 회 분량의 소재를 얻자고, 거짓 정보로 지휘관 나리를 속여 작전을 짜게 해서...
고생해서 그린 원고들이 모조리 물거품이 되어 버렸어...
크으윽... 싫어!
탄광보다는 카페에 가고 싶단 말이다!
아아아,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4..., 4식!
...식! 4...!
4식? 4식!
!!!
나, 나으리?!
깜짝이야, 너 괜찮니?
수박을 껴안고 무슨 탄광이니 카페니 중얼거리길래, 과열돼서 고장이라도 난 줄 알았잖아.
지휘관 나리...
소녀... 나리에게 한 가지,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하, 하지만! 말하기 전에 약속을 해주셨으면 하옵니다.
4식은 인어에 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린 것이 자신임을 실토했다.
......
아하...
그래, 알았어.
나, 나으리...? 화내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다 예상한 일이니까.
처음부터 계획을 꼼꼼히 짜놨다고 했잖아.
음... 그렇긴 하지만...
거짓임을 알면서도 어울려 주셨단 말이옵니까?
애당초 모두 함께 편히 쉬자고 한 임무였으니까.
인어가 있든 없든 딱히 상관없었어.
확실히... 소녀에게 영감과 소재를 준 건, 모두와의 즐거운 추억이었사옵니다.
하지만 소녀 오늘 원고를 미... 아,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많은 추억을 놓친 기분이옵니다...
지, 지휘관 나리...! 소, 소녀도 나리와의 추억이 가장 소중하옵니다!
나리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하지만 소녀 오늘 원고를 미... 아,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많은 추억을 놓치고 말았사옵니다...
괜찮아.
오늘 추억을 만들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자, 가서 같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자.
...명을 받들겠나이다!
지휘관 나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제야 깨달은 것 같사옵니다...
지금 바로 가옵니다!
나에게 있어, 만화는 매우 소중하오.
왜냐하면... 소중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니까 말이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기억이 전부 지워진다 해도, 그려둔 만화를 보면...
지휘관 나리를, 모두를 다시 기억할 수 있으니까!
물론, 더욱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만화가 아니라 지휘... 모두와의 즐거운 추억이라오.
만화를 그리는 건 단지, 이 즐거움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는데... 어느샌가 만화를 그리기 위해 모두와 즐겁게 지내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소...
심지어, 원고를 잃은 것 가지고 그리 속상해하고...
원고가 없어도, 오늘의 추억은 여전히 나의 마인드맵에 저장되어 있소.
나의 즐거운 추억이야말로, 둘도 없고, 다시 만들 수도 없는 것들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소!
그래, 지금은 지휘관 나리를 도와 저녁 식사를 준비하자!
만화 연재는 기지에 돌아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어찌 한낱 만화 때문에 모두와의 시간을 놓칠 수 있겠나!
모두!
내가 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