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유로의 겨울 선물
HKCAWS
그리폰 숙소.
그러니까, 기지에 스토커가 나타났다고?
맞아, 그 수상한 스토커를 발견하고 현장에 있던 모두와 함께 추적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어... 내 능력 부족이야, 미안해.
내가 정리한 자료에까지 손을 댔더라구... 그런데도 범인이 누구인지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
혹시, 누가 우리의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훼방을 놓으려는 게 아닐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철혈도 크리스마스를 지낼 준비를 하고 있다던데?
거기의 인형들도 예쁘게 생겼는데, 그런 끔찍한 짓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해.
어... 그럼 혹시 반란군 세력이?
놈들이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았다면 바로 탱크를 몰고 와서 밀어버렸을걸?
그것도 그렇네... 놈들의 화력이라면 이렇게 사전 침투할 필요도 없겠지.
그렇다면... 내부에 변절자가 나타나기라도 한 걸까?
......
누구냐!
문 앞에서 인기척을 느낀 LWMMG가 쏜살같이 달려 나가, 로비에 서 있던 사람을 붙잡았다.
이거 놔!
꼼짝 마! 드디어 잡았...
...HK21?
......
그러니까, 누가 HK21의 물건도 건드렸다고?
언니를 보러 가는데 누가 몰래 따라왔어. 그래서 내가 뒤를 잡으려 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어.
다 듣고 보니, 도저히 누가 단독으로 벌이는 일이라 생각되지 않는군. 하지만 여기는 경비도 삼엄하니, 여러 명이 동시에 침투했을 리가 없는데...
설마, 정말 그리폰 인형이 범인인가? 그렇다면 뭐가 원인이지? 우산 바이러스? 아니면 패러데우스의 해킹 공격? 아무튼, 우선 기지의 감시 카메라부터 확인해야겠어.
너희는 업무에 복귀하렴, 스토커 건은 내가 처리하겠어.
부탁할게, 지휘관!
나도 계속 주의 깊게 수사할게.
그래, 모두 수고해.
내가 숙소에서 나오자, HK21이 내 뒤를 따랐다.
그저 길이 겹치는가 싶었지만, 지휘실의 문 앞까지 따라왔다.
...HK21, 오늘 당직 부관은 다른 사람으로 아는데?
우왓!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
미안. 혹시 나한테 할 이야기가 더 있는 거니?
응.
사실... 그 스토커의 모습, 내가 봤어.
봤다고?
응. 그건...
CAWS였어.
......
수복실 시계의 초침이 째깍댔다.
나는 껌껌한 수복실에 홀로 앉아, 임무에 나간 CAWS가 복귀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불 안 켜고 뭐 해, 지휘관? 그렇게 전기를 아끼는 습관이 있는지는 몰랐는걸.
어, 벌써 들켰어?
당연하지. 인간의 심장 소리는 숨길 수 없잖아.
난 여기 입사했다고 기존 기능을 희생해 전투 능력을 높이는 인형이 아니야. 지휘관이 여기 있다는 건 복도에서 진작에 알았어.
그렇구나.
그래서,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인간이니까 다쳤으면 의무실로 가야지. 아니면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어?
다른 사람은 안 왔지?
내가 편성된 제대에 나 말고 다치는 인형이 나올 리가 없잖아. 돈 받는 만큼 확실하게 일한다고.
그렇다는 건... 내가 오길 기다렸구나.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CAWS, 최근 들어 인형들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니?
그거 나야.
...너뿐이야?
응, 나뿐이야.
어째서? 네가 다른 인형들을 미행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랬어?
업무야. 스프링필드가 커플 티타임 무료 쿠폰 2장을 보수로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 구매를 의뢰했어.
크리스마스... 하긴, 이제 며칠밖에 안 남았지. 하지만 그거랑 미행이랑 무슨 상관이야?
난 여기 인형들 대부분을 모르니까, 그들의 취향을 조사해서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려 했어.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였지만, 다들 나와 마찬가지로 전술인형이라 정체를 들키지 않는 정도가 최선이었어.
하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지. 네 조사 방식은 좋지 않았어.
그럼 더 좋은 방법 있어?
말투가 이미 생각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리폰에서 일하는 인형들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지. 신입 사원이라도, 미행하기보다 나한테 묻는 게 나을걸?
확실히... 지휘관의 제안이 더 좋겠네.
그럼 협조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지.
그럼... 잠깐, 지휘관은 업무 다 끝내고 이러는 거야?
...아!
내 반응을 본 CAWS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휘관의 도움을 얼마든지 받겠지만, 먼저 자신이 할 일부터 다 마치도록 해.
그래, 약속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크리스마스까지 며칠 안 남은 상황에 무슨 사고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지휘실에 도착했다.
좋은 아침, 지휘관.
어, 좋은 아침.
......?
네가 오늘 당직 부관이었나?
아니, 하지만 더욱 원활한 작업을 위해서 오늘 당직과 일정을 교체했어. 오늘 일과 업무를 서둘러서 끝내자.
아... 응.
큰일이다, 큰소리 떵떵 쳤지만, 내가 인형도 아니고 어떻게 모두의 취향을 일일이 기억해?!
물론 CAWS에게 나의 마음속 비명이 들릴 리는 없었다. 부관 의자에 담담히 앉아 있는 그녀의 따가운 눈빛에, 나도 별수 없이 근심은 잠시 접어 두고 오늘의 일과를 시작했다.
오후.
됐다, 이걸로 끝.
다른 추가 업무 있어?
아니. 이야... 오늘은 일이 정말 일찍 끝났네.
필요한 때니까 전력으로 보조했어.
추가 업무 없는 거 확실하지? 있다면 바로 처리하고, 없다면 지금부터 취향 조사 시작할게.
그래, 시작해.
긴장할 것 없다! 할 수 있다!
첫 번째. HK21이 가장 좋아하는 건?
G3이라. 가족을 소중히 하는 인형이구나. 그럼 둘을 같은 임무에...
아니, 선물을 골라야지. 생활용품을 같은 걸로 한 쌍 선물하는 게 좋겠어.
응...? G36? 걔를? 그거 의외네... 평소에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어...
이런, 헷갈렸나...
그럼 두 번째. 루이스가 좋아하는 건?
확실히, 녀석이 얼굴이 예쁜 인형에게 더 잘해 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그럼 괜찮은 디자인의 리본을 선물하자.
녀석의 팔씨름 실력을 들어본 적이 있어. 그럼 뭘 선물하지...
글러브? 손목 보호 밴드?
좀 이상하지만, 괜찮지 않을까?
아닌 것 같은데...
세 번째. LWMMG가 좋아하는 건?
절약은 좋은 습관이지, 그리폰이 언제 갑자기 폭삭 말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럼 가계부 수첩으로 하자.
걔가 그랬던가...? 뭐, 근거가 있으니까 지휘관이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
그럼 소비욕 자극에 좋은 할인 쿠폰을 선물하자.
그거 괜찮겠다.
뭔가 좀 미묘한데...
그럼 지휘관을 리본으로 꽁꽁 묶어서 선물하면 되겠다.
그거 농담이지?
아니.
난 농담 맞으니까 그냥 가계부 수첩으로 해 줘!
수첩? 알았어.
네 번째. 100식이 좋아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야. 그냥 평범한 선물을 준비해서 지휘관이 직접 선물해.
내가 며칠간 관찰해봤지만, 그런 성격으로는 안 보이던걸.
설마, 몰래 즐기는 타입인가... 그럼 홀로그램 게임 팩을 선물하자.
뭔가 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헷갈렸나...
다섯 번째. 게파드 M1이 좋아하는 건?
휴가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포상 휴가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휴식할 때 쓸 만한 걸로 해야겠네. 음... 머그컵이 좋겠다.
야근을 좋아하는 인형이라니, 특이하네... 그럼 피로 해소용 장난감을 주자.
꽤 실용적이네.
이게 아닌 것 같은데...
......
문답은 약 한 시간가량 이어졌고, 내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졌을 때가 되어서야 CAWS도 조사용 노트를 접었다.
좋아, 이제 다 됐어.
이제야 끝났군...
선물은 내일 바로 사러 갈게. 마지막으로 어디 빠진 곳이나 수정할 곳은 없는지 확인해 줘.
그래, 어디 보자...
목록에는 내가 확신하기 힘든 부분이 꽤 많았다.
과연 이게 정답일까 싶어, 역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고 몰래 다짐했다.
그나저나...
CAWS, 토카레프한테 줄 선물은 안 물어봤네?
괜찮아, 토카레프에 관해서는 내가 충분히 알고 있으니 괜히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하지만 간식을 선물하는 건 아니라고 봐.
지휘관이 나보다 더 잘 안다는 거야?
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당연히 내가 더 잘 알지.
지휘관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근거가 필요해.
토카레프는 여가 시간에 자주 간식을 가져와서 나와 같이 먹어. 그리고 그럴 땐 항상 편안하게 미소를 짓고. 그러니 간식을 선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글쎄, 토카레프는 상냥하고 배려심이 깊은 인형이야. 네가 간식 먹기를 좋아하니까 너에게 간식을 가지고 간 게 아닐까?
...확실히, 걔 혼자서 간식을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 그럼 토카레프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뭐야?
증거는?
예전에 분장 무도회가 있었는데, 지나가던 고양이를 보자마자 맡은 역할도 포기하고 눈먼 화살에 맞기까지 했어.
평소에 티를 내진 않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그러고 보니 저번에 몰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걸 봤어.
그럼 고양이 봉제 인형을 주면 어떨까?
그게 좋겠다.
그거 성희롱으로 간주해도 되지?
정말이야!
지난번에 웨딩드레스 촬영할 때 사진이 있을 테니까 본인한테 물어봐!
............
어... 음... 급하지 않으니까 시간 날 때 확인해봐.
좋아.
지적 고마워, 지휘관.
난 그럼 이만――
잠깐! 선물 목록은 잠깐 내려놔, 지금 추가로 할 일이 생겼으니까.
아직 근무 시간이었지, 알았어.
나는 황급히 선물 목록을 챙겨, 반 억지로 할 일을 찾아 근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일을 처리하면서 목록의 수정 사항을 고민했다.
그렇게 밤새 수정한 끝에 최종본을 CAWS에게 건네줬다.
......
크리스마스 저녁 파티.
그럼, 이것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치겠어요!
밤이 깊었으니 모두 일찍 주무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있을지도 몰라요!
인형들은 환호하며 기대로 가득한 표정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정말 요란하네. 그래도 모두가 기뻐하니 수고한 보람이 있었어.
그러게 말이야.
낮에 토카레프에게 직접 선물을 줬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 하더라. 지휘관 덕분에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어.
맞아, 나 말고 또 다른 스토커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기지 보안에 대해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흠... 그, 그래야겠지. 곧 새해이기도 하니 보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겠다.
그 스토커가 나란 걸 자백할 수는 없지...
새해까지 미루기엔 너무 늦지 않아?
괜찮으니까 걱정 마.
어라?
무슨 일이야, 스프링필드?
여기 수령자 이름이 없는 선물 상자가 하나 있어요.
이름이 없다고?
아, 그거 지휘관 거야.
내 선물이라고? 난 벌써 따로 받았는데?
내 조사에 협조해 준 답례야.
CAWS가 선물 상자를 집어,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지휘관.
CAWS는 내 눈을 바라보며, 그녀다운 미소를 지었다.
파티장의 찬란한 불빛이 비치는 그녀의 금빛 눈동자는 마치 따뜻한 촛불 같았다.
과연, 이 선물은 지휘관의 마음에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