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내놔라!
QBU88
그리폰 기지, 훈련소.
뭐, 뭐라고오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오늘 밤의 행사도 예외는 아니지.
그리고 올해의 주최자가 준비한 경품 중에는, 모든 편의점에서 사용 가능한 20% 할인 쿠폰이 있다.
말도 안 돼,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어!
그렇다면 꼭 가야겠는데... 하지만 나 참가 신청도 안 했는걸?
인생은 언제나 놀라움으로 가득한 법. 직접 타인을 놀라게 해 보거라.
내가 할 말은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너의 선택에 달렸다만...
갈래! 이런 기회를 어떻게 놓칠 수 있어!
그럼 힘내거라, 선택받은 자여. 오늘 밤의 월계관을, 영광과 보물을 손에 넣어라.
그런데 도중에 참가해도 페널티가 있지는... 응? KSVK? 벌써 끊었네... 그래도 뭐, 할인 쿠폰을 놓칠 수야 없지!
후후후, 내 솜씨를 기대하라고...
저번에 챙겨 둔 천 조각들이라면 오늘 입을 옷을 만들기 딱 좋을 거야.
엑... 조금 모자라잖아. 하는 수 없지, 치마 길이를 짧게 줄이는 수밖에...
부적은 지난번에 시내에 갔을 때 받은 포스트잇으로 만들면 되고... 아, 이 판다 인형들은 낚싯줄에 매달아서 깜깜한 곳에서 녀석들 얼굴에다 던지면 되겠다!
완벽한 계획이야! 출발!
담력 시합은 이미 시작되어, 여기저기서 비명과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사이, QBU-88은 만전의 준비를 다 하고 시합장으로 숨어들었다.
시합이 정말 치열하네... PSG-1 씨는 어디 있지? 이 근처에 있다고 했는데...
어흥! 강시가 나타났다! 사탕을 내놓지 않으면...
와작! 하고 머리를 물어뜯어 버릴 테다!
아아...!
그런데, 그 작은 입으로 어떻게 제 머리를 물어뜯으시려고요?
자, 작아도 강시의 힘을 얕보지 말라고.
그럼 사탕 줄래, 잡아먹힐래? 빨리 말해!
어... 죄송해요. 사탕은 없지만, 대신 과자라도 드릴까요?
과자? 과자도 좋지! 무슨 과자야? 마음에 안 들면 잡아먹을 테다!
제가 갓 구운 과자예요.
우와, 고소한 향기! 응, 통과! 지나가도 좋다!
고마워요, 강시 아가씨.
그렇게 열심히 연기하니... 으음... 왠지 좀 무섭네요.
그야 당연하지! 돌아갈 때 길 조심해, 다른 귀신 녀석들한테 잡아먹히지 말고.
걱정까지 해 주는 강시라니, 희한하네. 다들 저 사람 같으면 가슴 조마조마할 일도 없을 텐데...
...어라? 그러고 보니 PSG-1 씨가 안 보이네. 혹시 벌써 탈락해서 내려갔나?
어흥! 강시가 나타났다! 사탕을 내놓지 않으면——
좋은 기습인데, 난 스태프라서 놀래켜 봤자야.
아, 어...
시무룩해진 QBU-88을 보곤, MG3은 피식 웃으면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래도 사탕이라면 있지.
자, 받아.
아, 잘 받을게! 고마워 MG3.
경품만이 아니라 사탕도 받을 수 있다니, 오길 정말 잘했다니까♪
음, 다음 목표 발견!
강시처럼 깡충깡충 뛰어가는 QBU-88의 뒷모습을 보면서, MG3는 불현듯 깨달았다.
......어?
참가자 명단에 쟤 이름은 없었는데.
설마 숨어들어왔나?
호크, 여기는 MG3...
어흥! 강시가 나타났다! 사탕을 내놓지 않으면...
도... 도와주세요... 저... 걸을 수가...
엥...?
어디서 굴러떨어지기라도 했어?
얼마나 심하게 굴렀으면 옷까지 이렇게 너덜너덜해진 거야?
아뇨, 옷은 원래부터 이런 옷이에요...
저... 당신도 귀신 역할인가요?
맞아. 하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너 발목 삔 거야? 일어날 수 있겠어?
네... 발목을 다친 것 같아요...
아, 아파! 갑자기 만지면...!
발목 관절이 어긋났길래 다시 끼워 맞췄어.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나 보구나?
아... 정말 괜찮아졌어요.
관절만 제자리로 끼우면 되는 거니까 당연하지!
자, 내 손 잡고 일어나 봐. 천천히...
감사합니다. 저 혼자선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요. 강시 아가씨는 이런 재능도 있었군요.
흐흥, 사회생활에서 기술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게다가 사람 간호는 내가 아주 오랫——
잡았다, 요 녀석! 어쩌자고 규칙을 어기고 숨어들어 왔어?
아니, 담력 시합에까지 그런 말썽꾸러기가 있어? 정말이지, 하루도 얌전할 날이 없다니까.
...으악!?
잠깐, 왜 날 붙잡아?!
너지? 참가 신청도 안 하고 몰래 들어온 녀석이!
내가 주최한 시합에서 멋대로 굴다니, 현행범으로 체포야 88!
시합장 무단 난입에 참가자 공갈 협박, 그리고 G36C을 괴롭히기까지 하다니! 죗값은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어!
신청도 안 하고 들어온 건 잘못했어. 하지만 누굴 공갈한 적도 없고, G36C도 괴롭힌 적 없거든?!
윽... 야, 이렇게 세게 묶으면 옷이...!
아직도 변명할 셈이야? 네가 이익을 탐하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G36C의 옷까지 뺏을 줄은 몰랐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저, 저기, 옷 뺏기지 않았는데요...? 이건 원래부터...
그렇게 감싸려 할 필요 없어, G36C. 이 녀석의 악행은 나도 잘 아니까!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묶여야 하는데! 난 쟤를 도와줬다고!
발목을 다쳐서 봐준 거야! 안 다쳤으면 그냥 사탕 내놓으라고 하려 했어!
그 발언은 네 공갈 협박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렷다?
아직 안 했거든!?
그럼 협박 미수네.
너 말이야, 욕심부리다가 혼나는 게 이걸로 몇 번째인 줄 알아?
널 유괴범의 손에서 구한 게 겨우 며칠 전인데, 좀 얌전히 있을 수 없어?
아니 그 사람이 공짜 관광이라길래...
그리고 내가 인형인 줄도 모르고 그런 거였어. 내가 워낙에 잘 만들어졌어야지...
제발 의심하는 법 좀 배워라... 아무나 다 믿으면 하늘에서 떡이라도 떨어져? 누구나 지휘관처럼 착한 줄 알아?
공짜 관광이라니까 좋다고 순순히 따라가고 말이야.
카리나 씨가 일찍 알아채고 날 보내지 않았으면, 넌 어디 계곡에 팔려나가고도 경치 좋다고 하고 있었을 거 아니야!
팔려나가다니! 공짜 여행을 팔렸다고 하지 않아!
그리고 네 말처럼, 지휘관은 휴가 때 같이 여행에 데려가 주잖아! 지휘관 같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엑... 88 씨, 상대가 인형인지 인간인지도 못 알아보는 유괴범에게 속은 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이...
어휴, 그렇다니까... 듣고도 못 믿겠지? 그런 녀석이 바로 여기 있다고.
내가 잠입했을 때 봤는데... 이 녀석, 딱 봐도 수상한 놈들한테 둘러싸였으면서도 그냥 출경 심사받는 줄로만 알았다고.
팔려나가면서 인사까지 할 녀석이라니까 정말.
흥!
몰라, 마음대로 해! 내가 뭐라 말해도 안 들어 줄 거잖아!
그럴 수가... 하지만 호크 씨, 제가 넘어진 건 88 씨 때문이 아니에요. PSG-1 씨에게 놀라서 계단에서 넘어진 거예요.
88 씨가 봐주지 않았다면 언니가 올 때까지 꼼짝도 못 했을 거예요...
어...? 정말이야?
...그래, 이건 내가 오해했네. 미안해.
흥.
죄송해요, 도와주셨는데 억울하게...
손 많이 아파요?
괜찮아.
그래서, 왜 몰래 숨어든 거야? 딱히 신청비도 없는데 늦게라도 그냥 하지 그랬어.
할인 쿠폰을 준다는데 한시라도 빨리 참가해야지! KSVK가 그러던데, 이기면 주는 거 맞지? 그런 할인율은 절대 양보 못 해!
뭐? 할인 쿠폰? 그게 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하, 또 놀라 자빠진 녀석인가 보네.
...어라? KSVK가 득점 방송해야 하는데?
인형 살려어어어어어어어어!!
목청 터져라 비명을 지르고 있어.
호크, 아무래도 사고인 것 같아!
어휴 진짜, 빨리 가 봐야겠네. 88, 따라와!
난 왜! 손목 발목이 아직도 얼얼한데!
그럼 제가...
일부러 엄살 부리는 거야, 별로 안 아파. 넌 여기서 네 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저긴 내가 갈게.
저 사람도 다쳤다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일찍 좀 말하지. 그럼 보안 팀에 넣어 줬을 텐데.
보안 팀 하면 수당 나와?
안 나와.
아, MG3도 왔구나. 바닥의 저게 피해자인가?
MG3, 무슨 일이야?
MG3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이고 M870, 참 특이한 핼러윈 분장이구나?
어... 넘어졌는데 너무 둥그레서 못 일어나니까 소리 지른 거였어?
방금 살려 달라 한 게 너야...?
구경만 하지 말고 얼른 좀 꺼내 줘!
말이야 쉽지, 몸이 꽉 끼었는데 어떻게 꺼내라고?
나야 모르지! 아무튼 빨랑 꺼내 달라니까!
진정해, 일단 뜯는 곳이 있나 찾아볼게.
근데 이 호박 껍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방금 G36C도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시합에 참가하면 호박 껍질을 받는 건가...
......
그래서... M870을 구하려고 호크가 발포했고, QBU-88도 참가자 명단에 등록해서 경품을 받으러 왔다는 거야?
신상필벌이란 말도 있잖아? 88도 딱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래도 다음부턴 미리 신청해!
대체 핼러윈이 뭐가 재밌다는 건지... 공짜 사탕은 좋지만.
아, 여기 있었군요 88 씨!
이거 받으세요,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뭐야? 이건... 아이스크림?
사탕이나 과자는 준비하지 못했지만... 대신 언니가 이걸 사례로 드리래요.
와, 달콤해. G36한테는 옷 수선까지 받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사례할 필요는...
...좋았어, 내년 핼러윈에도 참가해야겠다.
네, 내년에도 같이 참가해요!
...이상, 이번 행사의 수상자 명단이야.
경품은 각자 내게 와서 수령해!
그럼,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서 고마워! 내년에 다시 보자!
카리나, 20% 할인 쿠폰 줘.
응? 그런 경품은 없는데?
카리나! 난 사이다!
사이다도 경품 목록에는 없는데...?
......?
......?
KSVK... 그 자식 어딨어?! 독방에다 처넣어서 밤새도록 데스메탈을 틀어 줄 테다!
KSVK한테 속은 거야...? 사람들 놀래키느라 엄청 노력했는데...
KSVK라니 무슨 말이야?
KSVK라면 임무 도중 부상을 입어서 아직도 혼수상태인걸?
......
이거 사람 놀리는 거 맞지?! KSVK는 분명 시합 내내 방송하고 있었다고! 그 녀석 분명히 자는 척하다 우릴 깜짝 놀래킬 셈일 거야!
그렇다니까!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날 속여서 놀리다니 말이야!
정말 엄청 혼란스러웠다니까...
그땐 진짜, 숙소에 돌아가고 나서야 진정이 됐어.
그래도 잘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귀신 같은 건 없잖아?
설령 있다 해도...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귀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너답지 않은 말이네.
지휘관도 알고 있지? 난 그리폰에 오기 전, 돌보미로 일했어. 병상에 누워서 가족들이 보러 와 주길 기도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오지 않았어?
...됐어, 즐겁게 지내는 날에 이런 우중충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KSVK한테 가서 따져야겠어. 할인 쿠폰을 미끼로 날 속이다니! 걔 분명 신용불량자일 거야!
그건 KSVK 본인이 아니라, 폭주한 더미 인형이야.
응? 편제 확대에 쓰는 더미 말이야?
더미 통제도 못 하는 인형이 있어?
이번 일은 사고였다고 봐.
하긴, 나도...
...이럴 수 있거든.
헉!?
와아, 지휘관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히히, 이걸로 KSVK를 놀래켜야지.
이건...?
내 더미야. 모처럼 만든 옷이니까, 좀 수선하기만 하면 계속 입을 수 있어.
이 방법으로 KSVK를 깜짝... 응? 지휘관, 갑자기 머리는 왜 쓰다듬어?
KSVK를 놀래키진 말아 줬으면 해서.
그리고 할인 쿠폰은 없지만, 이번 주말에 나가서 일상용품을 을 살 예정인데...
같이 갈래?
그런 일이라면 내가 나서야지! 마침 이번 주말에 할인 행사하는 가게가 잔뜩 있거든! 뭘 살 건데?
이 옷가게는 디자인은 평범한데 가격이 싸. 할인 행사는 보통 재고를 처리하려는 거니까, 어쩌면 좋은 물건이 있을지도 몰라.
이 가게는 식재료의 품질이 좋아. 할인은 잘 안 하던데 이번에 한다더라! 그리고 이 가게는...
쇼핑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QBU-88의 시동이 걸리고 말았다. 결국 심야가 되어서야 쇼핑 계획을 다 짜고 만족스런 모습으로 돌아갔다.
올해의 핼러윈도 어김없이 대소동이었지만, 주말 외출은 기대가 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 외출 계획이 몇 시간 후 산산조각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