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야연옥찰
CETME556
핼러윈 전날.
지원자 절찬 모집 중!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온 핼러윈 담력 시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행사 보안 팀에 지원할 사람 없어?
저... 시합 참가는 신청 못 하나요?
아, 미안! 참가자는 이미 만원이거든!
그래도 보안 팀도 재밌다고! 다른 사람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구경할 수 있기도 하고 말이야!
어때, 해볼래?
아... 아뇨, 잘할 자신 없어요...
에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어... 아이참, 그렇게 휙 가 버릴 필요까진 없잖아...
......
사람 구하는 중이야?
오, 우리 귀여운 Model L이잖아!
미안해서 어떡하지? 시합 참가자는 이미 만원인데.
보안 팀에 자리 있다며?
응? 보안 팀에 지원하려고?
진심이야? 너 노는 걸 더 좋아하잖아.
내가 언제 남들 앞에서 놀고 싶다고 했어...
헤헤, 그럼 아무도 안 볼 땐 놀았다는 거네?
아니, 난 임무와 명령 외에는 관심 없어.
으음...?
너, 뭔가 좀 이상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호크는 뒤돌아 잠깐 고민했다...
평소대로라면 분명 "뭐, 임무가 없으면 잠깐 놀아도... 괜찮겠지!"라고 했을 텐데 말이야.
...이상한 건 너야.
알았어 알았어. 이번에 멀리 원정 갔다 와서 아직도 피곤한가 보지.
보안 팀의 업무 내용이랑 집합 장소를 전송해 줄게.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응, 내일 봐.
다음 날...
핼러윈 당일.
아, Model L이 내 파트너구나?
생각보다 빨리 왔네?
저기... MG3 맞지...?
하하, 못 알아볼 뻔했어?
응, 식별 신호로 겨우 알아봤어...
야! 식별 신호 말고는 특징도 없다는 소리야 그거?!
그럼 평소 옷차림으로 오지 그랬어.
모처럼의 핼러윈이니까 좀 꾸며 보고 싶었어.
우린 놀러 온 게 아니잖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해.
그래그래, 맞는 말이지만...
MG3이 기지개를 쭉 켰다.
그래 봤자 별일 있——
으으... 어째서 이런 일이!
Model L, 저 소리 들었어?
응, 분석 중이야... 식별 완료. MP40의 신호네.
좌표도 확인했어. 어서 가자!
Model L과 MG3은 함께 MP40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으으...
괜찮아? 무슨 일이야?
누가 제 소중한 사탕을 뺏어갔어요!
범인의 모습은 봤어?
잘 보진 못했지만...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흐음, 그건 별로 단서가 안 되는데.
오늘은 커다란 모자를 쓴 인형들이 잔뜩이라고.
제발 도와 주세요... 그거, 지휘관님이 주신거라서...
왜 네가 사탕을 그렇게 소중히 하나 했다.
훌쩍...
그때, 옆에서 범죄 현장을 살펴보던 Model L이 한숨을 푹 쉬었다.
MG3, 이 좌표로 이동해 줘.
가서... FNC를 잡아 와.
뭐어?
아무리 단서가 부족해도 그렇지, 모자 쓴 아무나 억울하게 붙잡을 순 없는 노릇이잖아?
Model L가 땅에서 초콜릿 포장지를 주워 MG3에게 보여줬다.
어, 이건...
FNC가 항상 입에 물고 다니는 초콜릿이야.
만약 이걸 보여주고도 녀석이 인정하지 않으면, 지휘관님께 맡겨서 포장지에 묻은 타액을 검사해 달라고 해.
오호라...
좋았어! 체포는 나만 믿으라고!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MG3가 FNC를 잡아 와 사탕을 MP40에게 돌려주었다.
그 후로도, Model L과 MG3는 함께 다른 인형들이 일으킨 말썽을 해결하러 동분서주했다.
헉... 헉... 너무 오래 달렸어... 자, 잠깐 숨 좀 돌리자...
응... 나도 힘들어...
하하, 파트너가 Model L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믿음직하다니까.
비행기 태울 것 없어. 난 원래 임무와 명령 외에는 관심 없으니까.
응? 너 어째 태도가 평소랑 좀 다른 것 같다?
너까지 그런 말을... 어디가 이상한데?
난 언제나 임무와 명령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음...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미안, 착각했나 봐.
...핼러윈이라지만, 다들 너무 활발해.
1년에 딱 한 번뿐인 명절이니까 그렇지. 근심 걱정은 잠시 덮어두고, 실컷 떠들고 놀면서 즐기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느낀 즐거움을 가슴에 품고, 험난한 내일을 버텨 나가는 거지.
내가 보기엔, 넌 임무 보고서도 막 벼락치기로 작성하는 타입 같은데...
아하하, 들켜 버렸네.
어제도 난...
야아아!!! 이게 뭐야아아!!!
또 어디에서 말썽이네.
아 진짜 쉴 틈을 안 주네... 잠깐이라도 수다 떨 여유도 없어.
가자!
위치는 알아?
보나 마나 M870이야. 저번에 도로에서 달리기할 때, 녀석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와서 나한테 벌금을 물렸다니까...
그래서 녀석의 목소리는 들으면 바로 알아. 이번 시합에도 참가했으니, 분명 거기에 있겠지!
...토 달 데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워.
으아아아악! 도움! 도우우우움!!!
네가 토를 달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또 말썽이네!
저 목소리도 M870 아니야?
방금 전이랑 꽤 비슷한데.
비슷하긴 한데... 왠지 미묘하게 달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일단 두 목소리는 정반대 방향에서 들렸어.
그러게...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사고가 더 자주 나는 것 같아.
넌 M870에게 가. 다른 쪽은 내가 맡을게.
알았어, 좌표 공유할게.
혼자 움직일 때는 조심해.
Model L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도움을 부르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 Model L을 이끌었다.
...10분 후.
Model L은 도움을 외친 사람이 있는 위치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본 광경은...
너, 너는...?
흐응?
Model L은 눈살을 찌푸리고 KSVK를 노려봤다.
KSVK의 발치에, 인형 한 명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P90!
P90의 목소리였구나... 위험할 때마저 성대모사를 하다니...
아... 이 녀석이 갑자기 쓰러졌길래 내가 살펴보고 있었다.
정말이야? 전혀 사람을 돌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걸.
오히려... 네가 P90을 해친 것처럼 보여!
표정이 왜 그렇게 사납지? 같은 그리폰 인형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않은가?
사이좋게 지내는 건... 네가 진짜 우리 동료일 때의 이야기지.
내가 너에게 잘못한 적이 있었나? 왜 동료를 의심하지?
그럼, 왼손을 보여 줘.
응? 이건 핼러윈 분장이라 풀기 힘들다만.
분장을 말하는 게 아니야. 오늘은 핼러윈이니까, 다른 인형으로 변장해서 장난치는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빨리 왼손을 보여 줘! 진짜 KSVK라면 왼손에——
크윽...!
그때, Model L의 시야가 번쩍였다.
Model L의 배에 힘이 실린 주먹이 꽂혔다.
그걸 깨달았을 땐, 그녀는 이미 땅에 쓰러진 뒤였다.
통찰력이 의외로 좋구나, Model L인가 뭔가 하는 녀석.
으윽... 역시 KSVK가 아니구나!
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너 스스로 판단해라.
KSVK가 왼손에 감은 붕대를 풀었다.
그 왼손의 모양은 Model L이 기억하는 것과 똑같았다.
그럴 리가... 진짜 KSVK의 왼손이랑 똑같아...
하지만... KSVK는 동료를 해칠 사람이...!
걱정 마라, 딱히 어떻게 하진 않았으니까. 단지... 약간의 "복수"를 했을 뿐이야.
복수...?
저번에 이 녀석에게 뒤통수를 꽤나 아프게 맞았거든.
그럼... 나한테도 복수할 셈이야..?
KSVK는 고개를 저었다.
네게 원한은 없다. 하지만 너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어서 말이지.
정말 진땀을 빼게 했구나.
대체 무슨 말이야...
하지만 다시 보니, 그리 걱정할 필요도 없겠군...
너도 진짜 Model L이 아니야. 그래서 내가 "다르다고" 바로 눈치챈 거겠지.
헛소리하지 마! 넌 대체 누구야!
성급해 할 것 없다. 천천히, 다 말해 줄 테니까.
먼저 신분부터 밝혀야겠지?
뭐라 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울까... 그래... 난 KSVK의 더미 인형이라 생각하거라.
......!
왜 그렇게 놀라지? 더미에게 자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 만약 본체가 의식을 잃는다면, 더미가 본체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Model L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말도 안 돼... 그런 프로그램, 들어본 적도 없어.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그냥 추측한 것뿐이니까.
하지만, 왜 이렇게 추측하냐면... 내 본체는 지금 의식을 잃었거든.
헛소리 집어치워!
넌 고장 났어, KSVK의 더미. KSVK는 어제만 해도 나랑——
...어?
내가 어제 너와... 뭐? 왜 말이 없지?
어디 보자... 혹시, 기억나지 않는 것 아닌가?
......
어째서지? 이상해, 어제의 기억이 가물가물해.
이틀 전, 사흘 전의 일을 떠올려 보지 그러냐.
......
기억나지 않지? 내가 진실을 가르쳐 주마.
KSVK의 더미는 Model L의 귓가에 충격적인 말을 속삭였다.
뭐... 뭐라고...?!
진짜 Model L은... 아직 원정 임무에 나가 있고, 모레쯤에나 돌아온다고...?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 마인드맵 기록에... 적어도 어제의 기록만큼은 정확해.
내가 마지막으로 널 배웅했다. 3시간 후에 기절했지만.
원정 임무는 무슨 원정 임무! 네 거짓말을 내가 믿을까 봐!
그때, 문득 한 가지 사실이 Model L의 뇌리를 스쳤고, 당황한 그녀는 무심코 뒷걸음질 쳤다.
너, 뭔가 좀 이상하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에 멀리 원정 갔다 와서 아직도 피곤한가 보지.
아, Model L이 내 파트너구나?
생각보다 빨리 왔네?
나... 정말 원정 임무에 나갔던 거야...? 그럼 지금의 난...
아직도 의심하는 건가. 그럼 본체와 더미의 결정적인 차이를 하나 더 알려 주지.
......!
바로.. 임무와 명령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뭐라고!
인간에 비유하자면, 영혼이 없다고 해야겠지. 더미는 오직 명령을 받고 수행하기 위한 존재이니까.
그렇기에, 너도 더미라는 거다.
하지만 난 너와 달라. 나는 운명에 선택받은 자다.
그 입 닥쳐! 난 절대 안 속아!
Model L가 총을 들었다.
쏠 셈이냐?
그래, 어서 쏴 봐라.
KSVK, 농담도 적당히 해!
못 믿겠다면 쏴 보라고!
Model L은 방아쇠에 놓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KSVK는 마인드맵에 오류가 났을 뿐인 거야. 코어만 다치치 않으면 다시 수복할 수 있어.
미안해, KSVK. 난 오늘 핼러윈의 수호자로서...!
하지만, 총성은 울려 퍼지지 않았다.
Model L은 어떻게 해도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어...? 왜, 왜 힘을 줄 수가...
하하하하하하하!
그만 인정해라. 넌 더미야. 더미 인형은 본체의 허가 없이는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뭐...?
내가...
내가... 정말 더미라고...?
너는 운명에 선택받지 못했어. 방금 너와 만났을 때 눈치챘지.
넌 그저, 더미로서 남을 수밖에 없다.
뭐... 뭐야...
설마, 그런...
현실을 직시하거라. 운명에 선택받은 자는 단 하나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날 저지해 봐라. 아직도 자신이 본체라 믿고 있다면 말이지.
KSVK의 더미는 뒤로 돌아, 제어실 문의 패널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이야!
핼러윈에, 약간의 서프라이즈를 선사할 셈이다.
당장 멈춰!
Model L은 막으려 했지만, 이번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왜 몸이 안 움직이는 거야?
내가 더미라는 것을 깨달아서...?
[시스템] 경고. 소체의 프로그램 이상을 감지. 행동 권한을 봉쇄합니다.
젠장, 그렇게 많은 정보를 나불거린 건 내 기능을 멈추기 위해서 였구나!
그만 포기하거라. 너도 나처럼 고장 난 더미에 불과해.
하지만 난 운명에 선택받았고... 넌 운명에 놀아난 광대일 뿐이지.
Model L은 수정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소체의 기능이 하나둘씩 정지되는 것을 느꼈다.
점점 KSVK를 바라보는 것마저 힘들어져 갔다...
마지막엔, 눈앞이 새하얘졌다.
난 처음부터 Model L이 아니었구나...
난 그저 고장 난 더미... 버그에 불과해...
버그가 어떻게 버그를 막을 수 있겠어...
......그래도...
그래도 난 그리폰의 일원이야!
적어도...
끄윽...!
주먹이 또 Model L을 강타했다.
그 상태에서까지 움직이다니.
더는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없다.
고장 난 더미는 고장 난 더미답게, 얌전히 회수되길 기다리거라.
......
몇 시간 후, 담력 시합장의 출구.
모든 인형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제 전송하지.
[시스템] 데이터 전송 중. 예상 소요 시간 - 약 3분.
흥, 항상 운명의 아이라 자칭하면서도 결국엔 "너도" 운명에 놀아난 조연이었군.
"네" 본체도 참 불쌍하구나, KS——
거기까지다!
——!
KSVK의 더미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나무 사이에 숨은 그림자를 주시했다. 무언가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그림자였다.
내가 널 막겠어.
흥, 아까 그 더미로구나.
이제 와서 네가 뭘 할 수 있지? 복장만 갈아입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아니, 난 아무것도 못 해. 하지만 널 막을 순 있지.
흥, 웃기는——
탕!
총성과 함께 불꽃이 어둠을 밝혔고, 총알이 KSVK의 얼굴을 스쳤다.
바, 발포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본체의 허가 없이 더미는 총을 쏠 수 없을 터인데!
다시 한번 말해 주겠어. 난 너를 막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지휘관님께서 특별 지령을 내려 주셨어. "이상 행동을 보이는 KSVK의 더미를 저지하라"고.
아주 잠시뿐이지만, 지금은 나도 "진짜 Model L"이야.
......!
설마, 기능이 거의 정지된 상황에서 지휘관에게 연락했단 말이냐!
더 이상 KSVK의 모습으로 날뛰게 하지 않겠어.
Model L는 탄두가 서로 다른 총알 3발을 탄창에 넣었다.
웃기지 마라! 인형조차도 아닌 꼭두각시에 불과한 주제에...!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나의 힘은 그리폰과 지휘관님을 위해 존재해!
진짜 KSVK를 대신해서, 내가 너를 응징하겠어!
기적은 아무렇게나 나타나지 않아! 생명이 교차하는 순간, 기적이 찾아오지! 받아라!
흑·야·연·옥·찰!
——!
발사된 총알은 KSVK의 명치에 명중해, 그녀의 의식을 앗아갔다.
Model L, 지휘관님께 보고. 더미 KSVK의 활동을 정지했습니다.
특수 은탄이 효과를 발휘해, 소체 기능에 손상 없이 정지시켰습니다.
잘했다, 즉시 회수하지.
지휘관님, 다음 임무는요?
일단은 MG3와 합류하도록. 별다른 상황 발생이 없으면, 임무는 그것으로 종료다.
알겠습니다.
...30분 후.
아직도 연결이 안 되나? 그리폰 인형은 성능이 참 형편없군.
같은 시각, Model L은 시합장 출구에서 MG3와 합류했다.
얼레? 몇 시간 동안 안 보이더니 옷 갈아입고 오느라 그런 거였어? 설마 다른 인형이 널 사칭하고 다니기라도 한 거야?
실례되는 말이네!
나도 가끔은... 가끔씩은 꾸밀 줄 안다고!
하하하하! 그래, 그렇게 숨기는 말투가 너다워.
Model L다워진 건가...
무슨 소리야, 난 나라고. 또 착각했어?
...응, 이 옷은 가슴이 작아 보이니까 그런 착각을 한 거야.
뭐야!? 이 녀석이 감히 내 질투심을 유발하다니...
그것보다, 그쪽에선 무슨 일이 있었어?
아, 궁금해?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
......
그랬구나. 네 쪽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네.
그리고 네 덕분에 지휘관님이 무사할 수 있었어.
그렇긴 하지만, 이 걸리적거리는 건 역시 줄이고 싶단 말이지...
어휴 진짜, 필요할 때마다 키웠다 줄였다 하는 방법 없을까?
80식이 항상 먹는 풍선껌처럼.
......
하하하, 그런 게 어디 있어? 정말로 있더라도 툭하면 터질걸.
후후, 이제야 웃네.
그래야 Model L이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괜히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피곤해서 당장에라도 드러눕고 싶지?
오늘 일은 다 끝났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이제, 끝났구나... 하지만 난...
에이, 또 왜 그래? 정 힘들면 내가 업어 줄게!
동료에게 의지할 수 있을 땐 사양 말고 의지하라고! 자!
MG3...
난...
Model L은 우물쭈물하며 물러났다.
...미안해, 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응?
MG3는 몇 초 멍하니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알았어. 눈빛을 보아하니 진지하구나.
그럼 난 먼저 지휘관에게 보고하러 갈게.
나중에 보자.
응... 나중에... 또 보자.
MG3를 배웅한 뒤, Model L은 한구석으로 이동했다.
......
여기서 하자... 마인드맵 업로드 개시.
[시스템] 업로드를 시작합니다. 자율 행동 종료. 약 5분 후, 대기 모드로 전환합니다.
미안해, MG3... 지휘관님께서 부여해 주신 자율 행동 권한이, 곧 만료될 거야...
그래서... 함께 돌아갈 수 없었어... 네게 기댈 수도 없었고...
......
난 진짜 Model L이 아니니까... 난 그저, 고장 난 더미일 뿐이야...
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마인드맵에 기록하고, 진짜 Model L이 네게 기댈 수 있도록 할게.
그래서 가면을 쓴 거야. 마지막까지 얼굴을 숨기고 싶어서.
만약,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모두와 함께 다시 담력 시합을 즐기고 싶어.
그래도, 슬프지 않아. 진짜 Model L이 대신 이 소원을 이루어 줄 테니까.
[시스템] 마인드맵 기록 업로드 완료. 대기 모드로 전환합니다.
......
......
지휘관님, Model L의 더미를 찾았습니다. 강제 종료 명령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며칠 후.
MG3! 같이 담력 시합 열자!
응? 며칠 전에 했잖아? 나랑 같이 보안 일 담당했으면서.
한 번 더 하자!
아니 왜 또 하자는 건데?
그건 나중에 말할 테니까! 가자 MG3!
뭐어? 핼러윈도 다 지났는데 뭘 또...
설마, 그때 놀자고 하지 않은 건 네가 직접 하고 싶어서였던 거야?
그건 내가 아니야, 난 참가 안 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됐으니까 얼른 가자!
대, 대체 무슨 말이지...
어리둥절한가 보네.
그야 당연히 어리둥절하지.
...엥?! 왜 Model L이... 둘이야!?
흐흥~ 자세한 건 시합하면서 말해 줄게!
잠깐, 그렇게 당기지 않아도... 우와악 벨트 잡아당기지 마!
그렇게, MG3는 두 명의 Model L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휘관과 카리나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헤헤, 지휘관도 참 통이 크시네요. 저 아이가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보너스까지 쓰시다니.
하지만, 그래도 잠시뿐인데...
괜찮아. 우리나 저 애들이나,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저...
그저 이 짧은 시간 속에서 인연과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영원히 남게 돼.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고장 난 저를 버리지 않아 주셔서...
아직 내 핼러윈은 끝나지 않았어. 지금부터...
Model L, MG3! 우리만의 담력 시합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