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묻어둔 보물
Type100
......
현재 시각...
현재 시각...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
[시스템] 경고 - 소체 과부하.
임무 확인... 선물을 확보한 후, 선물 교환 파티에 참여한다... 지휘관님께서 내리신 특별 임무...
콜록... 콜록콜록...
푹... 푹...
100식은 주둔지 밖 어딘가에서 삽으로 눈을 파내고 있었다.
눈이 정말 잔뜩 쌓였네...
지금까지 파낸 건... 텅 빈 양말뿐인가...
100식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잔뜩 껴서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지? 빨리 멎었으면 좋겠는데...
아, 저기서——
불어오는 눈바람을 맞으며, 100식은 주둔지의 조명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알록달록한 전구와 리본으로 꾸며진 주둔지에서, 인형들은 저녁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그 가운데, 100식의 동료들은 선물을 포장하고 있었다.
다들 즐기고 있어... 나도 힘내야지!
응? 너 100식이지?
여기서 뭐 해?
내가 준비한 선물이 실수로 눈 속에 파묻혀서, 꺼내려는 중이야.
CAWS는 무슨 일이야? 그렇게 커다란 보따리를 메고.
지금 너희 선물을 사러 가는 길이야.
도와줄까?
아니, 괜찮아. 모두의 취향은 이미 조사가 끝났거든.
너도 서둘러서 네 일을 끝내도록 해, 모두 네가 파티에 오길 기다리고 있어.
응!
100식이 작별 인사를 하기도 전에, CAWS는 자리를 떠났다.
푹, 휙.
1시간이 지나지만, 100식은 여전히 눈을 파내고 있었다.
서둘러야 해...
응? 너 거기서 뭐 해?
어... 눈을 파고 있어.
눈 속에 파묻힌 선물을 찾아내야 파티에 갈 수 있어.
엄청 힘들어 보이네...
뭐, 나도 선물을 이렇게나 많이 배달해야 하니까 피차일반이지만. 어라...? 선물 명단에 네 이름이 안 보이는데?
헤헤... 아직 파티가 시작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뭐, 그렇다면야. 그럼 파티에서 보자, 선물 열심히 찾고.
맞다, 마카롱 네 몫까지 남겨 둘 테니까 같이 먹자.
응, 고마워.
HK21도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로도 100식이 아는 인형들이 찾아왔지만, 100식은 계속해서 혼자 눈을 파냈다.
2시간, 3시간, 4시간... 결국 아무도 100식을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언제 쯤에나 파낼 수 있을까... 내가 묻어 둔 선물...
100식은 공허하게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주둔지를 바라보았다.
저기, 지금 뭐 하고 있어?
너구나. 난 지금 눈을 파고 있어.
눈 속에 묻어 둔 선물을 찾아내야 선물 교환 파티에 참여할 수 있어.
선물 교환 파티?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각자 선물을 준비해 교환하는 행사야. 우리 모두 선물을 준비했어.
그래?
그럼, 넌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데?
내 선물? 그야 당연히...
아앗——!
환한 전등과 달빛으로 밝은 밤에 뿌연 안개가 끼었다.
선물...
내 선물은...
뭐였지?
파앗! 100식의 시야가 번쩍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갑작스런 눈사태가 전초기지를 덮쳐, 철근이 부러지고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100식은 격한 두통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시야도 점점 좁아져 갔다... 정확히는, 그녀의 "세계"가 좁아져 갔다.
차가운 설원과 검회색 하늘, 그리고 전초기지의 잔해에 희미하게 남은 불빛... 모두 하나로 뒤섞여 혼돈이 되었다.
......
다시 돌아온 시야에 보인 주위의 풍경은, 설원이 아닌 어두컴컴한 동굴 속이었다.
추워...
100식의 몸에는 얼어붙은 눈더미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시스템] 경고 - 소체 부하 한계치 도달.
시뮬레이션이... 실패했나...?
[시스템] 경고 - 소체 부하 한계치 도달.
[시스템] 경고 - 마인드맵 코어 손상 방지를 위해 불필요한 행동을 중단하십시오.
불필요하지 않아... 모두를 구해야 해...
100식은 바닥에 쓰러져 있음에도, 두 손으로 총을 꼭 쥐고서 총검으로 동굴의 입구를 막은 바위를 계속해서 쑤셨다.
[시스템] 현재 상황 - 12월 25일.
전술인형 100식이 소속된 정찰 소대는 임무 개시로부터 5시간 후, 좌표 654247 지점에서 눈사태를 조우. 소대원 4명 전원 현재 기능 마비. 본 소체 손상률 90%. 이상 사유를 종합해, 임무 실패로 판단.
[시스템] 경고 - 마인드맵 코어 손상 방지를 위해 불필요한 행동을 중단하십시오.
100식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동료 4명은 이미 소체가 꽁꽁 얼어붙어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
......
이대로 포기하면... 우리 모두 백업된 기억으로 기지에서 깨어날 거야...
그러면...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잃고 말아...
지휘관님과 다른 동료들이, 기지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불필요한 행동이 아니야...!
[시스템] 경고 - 치명적인 손상을 무시하는 동작이 확인되어, 마인드맵 코어 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강제로 정지합니다.
강제 정지라고?
안 돼, 다시 시뮬레이션으로 시스템을 속여야 해.
임무 수정!
현재 시각...
현재 시각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맞아, 크리스마스...
콜록... 콜록콜록...
푹... 푹...
100식은 주둔지 밖 어딘가에서 삽으로 눈을 파내고 있었다.
눈이 정말 잔뜩 쌓였네...
지금까지 파낸 건... 텅 빈 양말뿐인가...
그래도 계속 파야 해... 내 보물을 찾아야 돌아갈 수 있어...
[시스템] 경고 - 소체 과부하.
임무 확인... 선물을 확보한 후, 선물 교환 파티에 참여한다... 지휘관님께서 내리신 특별 임무...
[시스템] 특별 임무 완수를 위해 소체 과부하 경고를 해제합니다. 마인드맵 코어 파손 확률 - 97%.
상관없어... 모두의 기억을 지킬 수만 있다면...!
푹... 푹...
100식은 계속 눈을 팠다.
저기, 뭐 하고 있어?
누구야?
난 ██야.
너구나.
난 지금 눈을 파고 있어. 내 선물이 눈 속에 파묻혔거든.
████████?
왜 눈을 파냐고? 선물을 반드시 찾아내야 하니까...
선물이 뭐냐고?
왜 또 그런 질문을...
내 선물은...
내 선물이 뭐였지?
지금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은 또 누구지?
누구인지 확실하게 지정해야 해... CAWS? HK21?
안 돼... 난... 난 사실 그들을 몰라... 그저 그들이 크리스마스 의상을 입은 모습을 봤을 뿐이야... 다른 인형을 구상해야 해... 좀 더 사실적으로, 내가 계속 눈을 파도록 격려하는... 그러니까...
████████?
계속 내 선물이 뭔지 묻는 거야?
내 선물... 내 선물은...
파직.
가슴에서 통증과 함께, 내부에서 뭔가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세계는 다시 혼돈으로 뒤섞였고, 눈으로 입구가 막힌 동굴로 되돌아왔다.
추워...
......
그래도... 멈춰서는 안 돼.
푸욱... 푸욱...
장기간의 동력 소모로 인해, 총을 쥔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리도 부들거려, 점점 서 있기조차 어려워졌다.
성가신 관제 시스템이 드디어 포기했나...?
100식은 방금 가슴팍에서 깨진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이러면 됐어... 날 내버려 둬... 모두를 구할 때까지.
——!
그때, 동굴 내벽이 무너져내렸다.
등골이 오싹해진 100식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아차!
하지만 거의 동시에 100식이 등지고 있던 벽도 무너져, 눈으로 뒤덮인 바위가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했다.
이미 한계를 넘었던 100식의 소체는 결국 균형을 잃고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다.
여기까지... 인가...
이제... 일어나지도 못하는 거야...?
이봐~! 누구 있어~?
여기, 여기 있어! 누구야?
오오! 이 목소리는 100식이구나!
아... 맞아, 나야. 너는?
내 목소리 벌써 까먹었어? 나야 나, RFB!
왜 네가 여기에...
그야 널 구하러 왔지! 나 말고도 잔뜩 왔어!
다, 다행이다!
그럼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그럼... 기지에 돌아가서...
기지에 돌아가서 또 같이 게임하자.
오늘은 고전 게임 어때?
......
응.
그럼 얌전히 누워 있어, 지금 바로 구해줄게!
응...
하지만... 미안해.
응?
넌... 내가 만들어낸 가짜 RFB지?
무, 무슨 소리야...? 난 진짜라고. 여기 다른 인형들이랑 지휘관까지 왔잖아.
하하... 하하하... 아니, 넌 내가 만들어낸 가짜야.
왜냐면... 난 너와 대화한 적이 없으니까. 너와 함께 임무에 나간 적도 없고...
난... 그저 모두와 같이 게임하는 네가...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는 네가 부러웠어...
난 친구가 없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줄 사람도 없어...
내 선물 상자엔...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
RFB의 환영은 말을 잇지 않고, 모습이 점점 사라졌다.
이젠 내 마인드맵까지 날 말리는 건가?
그래, 난 내성적인 인형이야... 가짜 친구를 만들어서 자신을 격려할 수밖에 없어... 아니, 살아남으려고 가짜 친구를 만들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 없어.
결심했으니까...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으니까!
비록 내가 선물을 준비하진 않았지만... 다른 애들은... 지휘관님의 소중한 보물이야...
그러니까, 모두의 추억을... 반드시 지켜내겠어!
100식이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스킬 발동...!
100식의 몸에 쌓인 서리가 떨어지고, 붉은 꽃잎이 휘날렸다.
푹! 푹! 푹!
견뎌야 해!
100식의 총검에서 불꽃이 튀었고, 바위가 하나둘씩 부서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100식의 소체 좌반신이 완전히 망가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100식이 다시 한 걸음 힘차게 내딛자, 꽃잎이 다시 흩날렸다.
얼어붙은 바위를 힘껏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그러자, 어느 순간 미세한 빛줄기가 동굴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당장 부서지란 말이야――!!!
빛. 눈부신 햇빛이 드디어 100식의 얼굴을 비쳤다.
드디어... 빠져나왔어...
통신 신호도 돌아왔어... 빨리 구조 요청을 해야...
여기는 정찰 소대의 100식, 현재...
구조 요청이 끝나자마자, 100식의 손에서 총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줍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헤헤헤...
나에게도... 소중한 보물이 있었구나...
100식과 그녀의 정찰 소대는 모두 구조되어, 그리폰 기지로 회수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똑똑.
네, 누구세요?
나야, 들어가도 될까?
아, 지휘관님!
죄송해요, 아직 방 정리가 안 끝나서... 차를 내올까요? 초콜릿은 어때요? 아니면 어어어...
진정해, 잠깐 널 보러 왔으니까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아... 네...
몸 상태는 어떻니?
괜찮아요, 사격 훈련도 5회 실행해서 모두 표준치 달성했습니다.
소체도 문제없습니다.
그렇구나, 소체 상태는 양호. 그럼, 마인드맵은...
마인드맵은... 복구 실패했어요.
검사 결과, 아무래도 전 12월의 기억을 통째로 영영 상실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정말 괜찮겠어?
저는 괜찮지만, 오히려 지휘관님께 손실 아닌가요? 1개월 분량의 작전 정보를 잃었으니...
그것보단 네가 모두와 함께했던 기억이 중요하지. 크리스마스에 임무 출발할 때 넌 돌아오면 선물 교환 파티에 참여하겠다고 내게 말했어.
아하하... 그건 분명 지휘관님께 대충 얼버무린 말이었을 거예요. 제 선물 상자는 텅 비었으니까요.
......
하지만...
지휘관님, 잠깐 눈을 감아 주시겠어요? 5분이면 돼요.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5분이 지나고...
됐어요, 이제 눈 뜨세요.
어때요? 동료들이 제가 갖고 싶어 했던 크리스마스 의상을 만들어 줬어요.
비록 그때의 기억은 잃었지만...
크리스마스 날, 전 아마 저만의 보물을 찾았을 거예요.
모두가, 그때 저는 미소를 지은 채로 정지되어 있었다고 말해 줬거든요.
그렇구나, 네가 마인드맵이 파손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들을 구해낸 것도...
그러니, 제 선물 상자는 이제 비어 있지 않아요.
안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분명 제 마음속 깊이 묻어둔 보물이 들어 있을 거예요.